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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고객 개인정보 장사' 홈플러스..개인의 권리 존중한 판결

몇 년 전 법원은 홈플러스 전·현직 임직원이 고객 개인정보를 보험사에 판매해 수익을 챙긴 협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7일, 대법원 3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경품행사 등을 통해 입수한 고객 개인정보 2400여만건을 건당 80원에 불법 판매한 혐의(개인정보보호법 위반)로 기소된 홈플러스와 도성환 전 사장(62) 등에게 내린 무죄 선고를 파기하고 사건을 유죄 취지로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부로 돌려보냈다.

피고인들이 이 사건 광고 및 경품행사의 주된 목적을 숨긴 채 사은행사를 하는 것처럼 소비자들을 오인하게 한 다음 경품 행사와는 무관한 고객들의 개인정보까지 수집해 이를 제삼자에게 제공했다는 이유에서였다. 대법원은 "이는 법이 금지한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수단이나 방법으로 개인정보를 취득하거나 개인정보 처리에 관한 동의를 받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개인정보 활용 고지사항 글자 크기가 1㎜에 불과한 점 역시 사회 통념상 받아들이기 어려운 부정한 수단을 통한 개인정보 동의라고 봤다.

홈플러스는 2011∼2014년 10여 차례 경품 행사 등으로 모은 개인정보 2400만여건을 보험사에 231억7000만원에 판매한 혐의로 2015년 2월 기소됐다. 엄청난 액수가 아닐 수 없다. 홈플러스와 도 전 사장은 경품 행사로 모은 개인정보를 라이나생명·신한생명 등에 팔았다. 이에 지난 해 2월 기소됐다. 홈플러스는 2009~2010년 라이나생명과 1명의 개인정보당 1900원 가량에 거래하는 업무협정을 맺기도 했다.

검찰은 특히 홈플러스가 응모권의 고지사항을 1㎜ 크기 글자로 기재해 알아보기 어렵게 하는 편법을 동원했다고 주장했었다. 이에 대해 1·2심은 응모권에 "개인정보가 보험회사 영업에 활용될 수 있다"는 내용 등 법률상 고지해야 할 사항이 모두 적혀 있다며 홈플러스에 무죄를 선고했었다. 1㎜ 크기 고지사항도 "사람이 읽을 수 없는 크기가 아니며 복권 등 다른 응모권의 글자 크기와도 비슷한 수준"이라고 판단했었다.

대법원은 이번 판결에서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행위로부터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호하고자 하는 개인정보 보호법의 입법목적을 충분히 고려했다고 밝혔다.

홈플러스가 진행한 경품행사는 사실상 응모고객의 개인정보를 빼내려는 목적에서 진행됐다. 분명한 의도가 있었던 것이다. 통상 경품행사에서는 성명과 연락처만 쓰면 된다. 그러나 홈플러스는 생년월일과 자녀 수, 부모 동거 여부까지도 적게 했고 여기에 응하지 않으면 추첨에서 배제시켰다.

이에 대해 검찰은 홈플러스 법인에 벌금 7500만원과 추징금 231억7000만원을, 도 전 사장에게는 징역 2년을 구형했다.

공정거래위원회도 홈플러스에 대해 응모자 개인정보가 보험사에 제공되는 사실을 명확히 알리지 않는 등 기만적 광고를 했다며 2015년 4월 시정명령과 함께 4억3500만원의 과징금을 매겼는데, 대법원은 공정위가 홈플러스에 부과한 과징금을 취소해선 안된다고 이번에 판단 내렸다.

앞서 참여연대는 이 일에 대해 법원이 홈플러스의 개인정보 불법 매매에 면죄부를 줬다며 무책임한 판결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기업 불법행위의 정당성을 인정해준 비상식적 판단이며 기업 간 개인정보의 무분별한 공유를 허용한 것이라는 주장이었다.

이 일은 고객 개인정보를 가지고 장사를 했다는 점에 있어서 많은 비판을 받았다. 더욱이 홈플러스는 사은행사를 하는 것처럼 속였고 개인정보를 빼낼 계획으로 경품 행사와는 관계없는 고객 정보를 수집했다.

당시 참여연대는 법원 판결에 대해 "이번 판결은 철저하게 기업 중심적으로 이뤄졌다"며 "법원이 소비자의 피해를 무시했다"고 비판했다. 이번에 대법원은 개인정보를 영리 목적으로 이용하는 기업체들의 꼼수 마케팅에 제동을 걸었다. 이번 대법원 판결에서는 개인정보 보호의 권리에 대해 존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