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은 "피곤하다" …피로회복·에너지 음료도 '불티'

재경일보 음영태 기자 음영태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기사입력 2017.04.12 13:23:41

"피곤하다" 스트레스 일상화…피로회복·에너지 음료도 '불티'
"피곤하다" 스트레스 일상화…피로회복·에너지 음료도 '불티'

최근들어 피로회복과 에너지 음료등 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산업이 호황을 누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인들은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술과 담배에 빠져들고, 도박에 몰두하는 경우도 있다.

커피, 에너지 음료를 지나치게 많이 마시는가 하면 마사지숍, 요가원 등에 자주 간다.

야근이 잦은 편인 회사원 김모(42·서울 강남구) 씨는 회사 근처에 있는 남성 전용 마사지숍을 1~2주에 한 번 꼴로 찾는다.

사우나를 한 뒤 1~2시간 정도 무념무상의 상태에서 전문 마사지사에게 몸을 맡기면 일주일 동안 격무에 시달리며 지친 몸의 피로와 정신적 스트레스가 말끔히 씻겨내려 가는 듯한 느낌을 받기 때문이다.

김 씨는 "비용이 다소 비싸긴 하지만 1~2주에 한 번 찾는 마사지숍은 격무와 스트레스에 시달리느라 고생한 나에게 주는 일종의 선물같은 것"이라며 "마사지 같은 '힐링 타임'이 없으면 연일 계속되는 격무와 스트레스를 견디기 어려울 것 같다"고 토로했다.

김 씨의 직장생활 스트레스는 회사가 2년 전부터 업무 성과와 연봉을 연계하는 이른바 '성과연봉제'를 도입하면서 더욱 심해졌다.

고3 수험생인 강모(18·서울 종로구) 군은 박카스같은 피로회복 음료를 입에 달고 산다.

해가 뜨기도 전에 집을 나가 별이 총총한 시간에 귀가할 때까지 학교와 학원 교실에서 수험서만 들여다보고 있다보니 피로회복음료를 마시지 않으면 체력적 한계를 극복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강 군은 "하루 수면시간이 5시간도 안 되다 보니 피로회복 음료라도 마시지 않으면 집중력을 유지하기가 어렵다"며 "다른 동급생들도 대부분 카페인 음료나 피로회복 음료를 입에 달고 산다"고 말했다.

김 씨나 강 군처럼 회사 업무와 학업 등으로 격무와 스트레스에 시달리며 수면부족을 호소하는 직장인과 수험생들이 넘쳐나면서 관련 산업이 호황을 맞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최순실 게이트'와 '북핵 위기' 등으로 정치·안보적 불안 상황까지 가중되면서 남녀노소랄 것 없이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12일 편의점체인 씨유(CU)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박카스와 비타500, 영진구론산 등 피로회복 음료 매출은 작년 동기 대비 25.8%나 급증했다.

레드불과 핫식스 등 에너지음료 매출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2.1% 증가했다.

피로회복 음료와 에너지 음료의 이런 매출 증가세는 과거와는 확연히 다른 것이다.

피로회복 음료의 경우 2015년과 2016년 1분기에는 전년 동기 대비 매출 증가세가 각각 3.2%, 11.7%에 불과했다.

이 시기 에너지음료 증가세는 각각 2.8%, 14.8%였다.

작년이나 재작년에 비해 올해 1분기 매출 증가세가 두드러진 것이다.

CU 관계자는 "지난해 연말부터 계속된 정치·경제적 불안 상황으로 인해 국민의 피로감이 누적되면서 자양강장과 피로회복 등에 효과가 있는 기능성 음료를 많이 찾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대표적 고카페인 음료인 커피 소비량도 매년 급증하는 추세다.

지난해 국내 커피시장 규모는 10년 전보다 3배 가까이 커진 약 8조7천906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국내에서 소비된 커피를 잔수로 계산하면 250억5천만잔이었는데, 한국 인구를 약 5천만명이라고 가정하면 1인당 연간 500잔의 커피를 마신 셈이다.

회사원 심모(45·서울 광진구) 씨는 "회사에 출근하면 습관적으로 커피를 마시는 것 같다"며 "업무량이 많거나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면 커피 의존도가 더 높아진다"고 말했다.

최근 마사지숍이나 요가원 등 심신단련이나 스트레스 해소 등을 목적으로 하는 업소들이 크게 증가한 것도 이런 사회 분위기와 무관치 않다.

한국마사지협회와 한국타이마사지협회 등에 따르면 현재 전국적으로 영업 중인 스포츠마사지, 타이마사지, 발마사지 등 각종 마사지숍 수는 1만개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국내 의료법상 마사지사가 시각장애인이 아닌 마사지숍은 모두 불법이기 때문에 정확한 집계는 이뤄지지 않고 있지만 20년 전에 비해 대략 10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관련 업계는 추산하고 있다.

한국타이마사지협회 관계자는 "여성들이 주로 이용하는 피부관리숍도 대부분 마사지 서비스를 겸하고 있기 때문에 넓은 의미에서 마사지숍에 해당된다"며 "소득 수준이 높아지고 건강을 중시하는 풍조가 확산하면서 마사지숍은 매년 급증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대부분 불법이어서 정확한 통계가 잡히지 않는 음성적 소규모 오피스텔 마사지숍 등까지 포함하면 국내 마사지 산업의 전체 규모는 훨씬 클 것으로 업계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20년 전 400~500개에 불과하던 전국의 요가원도 지금은 6천~7천개로 10배 이상 증가했다.

대한요가협회 관계자는 "격무와 스트레스에 지친 현대인들은 심신의 안정을 도모하고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요가원이나 명상원을 찾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치유 산업'이 호황을 이루는 현상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유독 구성원들의 스트레스 지수가 높고 노동시간이 긴 한국 사회의 특성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OECD에 따르면 2015년 기준 한국의 취업자 1인당 연간 노동시간은 2천113시간으로, 35개 OECD 회원국 중 멕시코(2천246시간)에 이어 2번째로 길었다.

OECD 평균인 1천766시간보다는 347시간이 많다.

이승신 건국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가정과 직장 등 모든 곳에서 피곤하고 여유가 없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적은 돈이라도 온전히 자기 자신만을 위해 소비하며 스트레스를 풀려는 경향이 짙어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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