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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대권후보들은 권력의 시작과 끝을 잘 살펴보라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면서 정치적 동물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무리를 지어 살면서 동시에 본능적으로 권력을 추구한다. 4월 17일 어제는 한국정치사에서 묘한 사건이 얽힌 날이다. 바로 전 대통령인 박근혜가 피고로 기소되면서 동시에 19대 새로운 대통령을 선출하기 위한 공식적 선거운동이 시작된 날이기 때문이다. 이른바 대권이라고 하는 하나의 권력이 비극적 종말을 고하고 거대한 권력을 위한 본격적 경쟁이 벌어지는 날이기도 한 것이다.

현명한 통치권자는 권력의 종말을 생각하면서 권력의 행사를 시작한다는 말이 있다. 반대로 말하자면 어리석은 통치권자는 권력의 종말이 어떤 것인지는 염두에 두지 않고 자신이 행사하는 권력의 향기에 도취되어 버린다. 권력에 중독이 되어 버리면 절대 권력을 휘두르는 통치권자는 자신이 무엇을 하는지도 잘 인식하지 못하며 미래의 자기 운명조차 예측하지를 못하고 만다. 이런 말이 진실임을 우리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장구한 정치사를 통하여 생생하게 목격하여 왔으며, 바로 박 전 대통령의 사례에서 잘 알 수 있다.

무려 592억 원의 뇌물수수죄로 어제 기소된 박근혜전대통령은 수사과정에서 자신은 잘못이 전혀 없으며 지금도 그저 억울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한다. 공권력은 어떻게 행사되어야 하며 권력의 영향은 어떻게 미치는지에 대하여 법적 정치적 상식이 없는 것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정치권력의 본질이나 기본적 속성을 너무나 이해하지 못하는 것으로 판단되기도 한다. 예리한 권력의 칼날은 다른 사람을 쉽게 헤칠 수도 있지만 칼날이 뒤집어지면 바로 자신을 베어버릴 수 있는 것이다. 어제 피고자로 신분이 바뀌어 진 박 전 대통령의 운명이 바로 그런 처지에 놓여 있는 것이다.

어제부터는 대권이라고 하는 공권력을 향하여 무려15명이 출사표를 던졌다. 그들은 과연 권력의 본질을 제대로 알고 있는 것일까? 그들 중 문재인후보와 안철수 후보 두 사람이 양강 구도를 형성하면서 권좌를 향한 질주를 시작한 것이 세인의 주목을 끌고 있다. 큰 이변이 없는 한 5월 9일에는 이들 중 한사람이 대통령의 권좌에 오를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들 두 사람은 대통령비서실이나 국회에서 국회의원과 당대표등을 맡으면서 권력의 행사과정을 어느 정도 경험한 바 있다. 그렇다고 해서 권력의 본질과 속성을 완전히 체득하였다고 장담하기는 어렵다. 거대한 공권력의 향기에 도취하면 자기도 모르게 국리민복이라고 하는 본래의 목적을 잃어버리고 사리사욕의 구더기에 빠지고 마는 역사적 사실을 우리는 전직 대통령들에게서 너무나 자주 보아왔기 때문이다.

이제 대통령이라고 하는 거대한 권좌에 오르기 위하여 전력 질주를 하는 후보들에게 다시 한 번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 권력의 시작과 끝을 잘 헤아려 보라고 하는 것이다. 후보자들과 그의 정치참모들이 기를 쓰고 잡고자 하는 공권력은 더없이 아름다운 향기를 지니고 있지만 동시에 치명적인 독소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반드시 명심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