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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돼지흥분제와 상황윤리

근래 대선에 참여하여 열심히 운동을 하고 있는 후보 중 한 사람이 괴이한 소문에 휩싸여 무척 곤혹스런 상황에 빠져 있다.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었던 돼지 흥분제 사건이 바로 그것이다. 모 정당의 후보가 대학시절 같이 하숙을 하던 친구들 사이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것이다. 사건의 전말은 간단하면서도 다소 엉뚱한 구성이다. 후보가 같이 하숙을 하던 친구가 사귀고 있던 여학생을 어떻게 하고 싶다고 하자 그 친구에게 돼지흥분제를 사다주었고, 그 친구는 여학생의 반항으로 미수에 그쳤지만 그 약을 여학생에게 사용했다고 하는 것이다.

시대가 이미 40여 년 전이고, 문제의 학생들은 한참 청년기에 접어들어 이런 행동을 치기어린 장난으로 치부하고 넘어갈 수도 있다. 그때는 성범죄의 조건이 엄격하지도 않았고, 미수에 그쳐 당사자가 큰 피해를 보지 않았으니 용서를 해 줄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을 것이다. 더욱이 누가 뭐라고 하지도 않았는데 당사자가 흥미로운 사건을 반성차원에서 고백하고 있으니 너그러이 보아줄 수도 있다는 견해도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이 사건은 용서되기 어렵다. 특정행위가 때와 장소에 따라서 죄가 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 상황윤리다. 상황윤리에 따르면 사람을 많이 죽여도 전쟁에서 죽이면 죄가 되지 않고, 일부다처제가 용인되는 이슬람교에서는 다수의 처를 거느려도 윤리적으로 비난 받지 않는다. 이런 상황윤리를 적용한다 하더라도 돼지 흥분제사건은 비난과 단죄의 범주를 벗어나기 어렵다.

우선 행위당시 모 후보는 학생이었다. 평범한 시민이나 시정잡배도 아니고 진리와 정의를 추구하는 학생이었고, 게다가 사법적 정의를 탐구하는 법대 학생이었다. 그런 행위를 재미삼아 훗날 책으로 기록한다는 것은 그 사람의 도덕적 수준과 양심을 의심하게 한다. 대선운동기간에 이 사실이 알려지자 본인은 직접 당사자가 아니고 친구와 지인들이 그런 행위를 한 것으로 슬쩍 넘기는 모습은 책임감과 정직성 차원에서 매우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으로 비치고 있다.

사람은 신이 아니다. 누구나 실수나 잘못을 저지를 수 있다. 그러나 용서할 수 있는 실수와 덮고 넘어갈 수 있는 잘못이 있고 그렇기 않은 것도 다수 있다. 그런데 대지흥분제 사건은 세 가지 차원에서 보더라도 도저히 용납이 되지 않는다. 첫째, 행위 시에는 대학생이었고, 둘째, 책을 통하여 발표할 때에는 검사인 공직자 신분이었으며, 셋째, 이 사건이 늘리 공지되어 문제가 될 때는 대선후보로 선거운동을 하고 있을 때이다. 상황윤리에 따라 아무리 너그럽게 보아주려고 해도 당사자인 모 후보는 윤리적 책임을 벗어나기 어렵다.

<김영종 동국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