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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기환송심서도 실형받은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 무슨 일 벌였었나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사진=연합뉴스>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사진=연합뉴스>

서울고법 형사4부(김창보 부장판사)는 21일,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의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3년 6개월·벌금 6억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우리 사회에 기업과 기업인을 향한 불신이 팽배한데, 이는 과거 고도성장 과정에서 마땅히 부담할 책임과 윤리를 저버린 채 탈법적 방법을 동원해 기업을 경영한 데서 기인했다고 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이 전 회장이 피해 금액을 모두 갚기 위해 노력해왔고 파기환송심 재판 중에 모든 금액을 변제한 점 등을 고려해도 집행유예를 선택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재판부는 이 전 회장의 건강 상태 등을 고려해 법정 구속하지 않았다.

이 전 회장은 무슨 일을 벌였던 것일까? 그의 죄목은 '횡령·배임 등 경영비리 혐의'이다. 이 회장이 처음 재판에 넘겨진건 '무자료 거래' 때문이었다. 구속기소된 건 2011년 1월이었다. 그는 실제보다 적게 생산된 것처럼 조작하거나 불량품을 폐기한 것처럼 꾸미는 방식으로 생산품을 빼돌려 거래했다. 이같은 방식으로 421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은 2012년 이 전 회장에게 징역 4년6월, 벌금 20억원을 선고했다. 같은 해 2심에선 대한화섬 관련 비자금 조성 혐의를 범죄 사실에서 제외해 이 전 회장에 대해선 벌금만 10억원으로 낮췄다. 이 전 회장은 간암 판정을 받아 2011년 3월부터 구속집행이 정지돼 63일간만 수감 생활을 했다. 2012년 6월부터는 병보석을 허가받았다

그러나 대법원은 2016년 8월 30일 "횡령 액수를 다시 정하라"며 사건을 깨고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무자료 거래 횡령은 섬유 제품 자체가 아닌 판매 대금인 것인데 1·2심은 제품을 횡령했다고 간주하며 횡령액을 정해 잘못됐다는 해석이었다. 이 전 회장은 계열사인 태광산업의 스판덱스 등 섬유제품을 실제 생산량보다 적게 생산된 것처럼 조작했고 불량품을 폐기한 것처럼 꾸미는 방식으로 빼돌려 판매한 뒤 세금계산서를 남기지 않는 무자료 거래를 행했다.

대법원은 그가 태광산업의 섬유제품을 횡령했다고 봤다. 섬유제품을 판매한 것은 태광산업이 아니라 이 전 회장의 개인적 거래가 된다고 봤다. 대법원은 이 전 회장이 섬유제품 자체를 가지려고 무자료 거래를 한 것이 아니라, 섬유제품의 판매대금으로 비자금을 조성하고 이를 횡령하려는 목적으로 무자료 거래를 했다고 봤다. 당연한 해석일 것이다.

파기환송심에서는 1·2심에서 유죄로 인정됐던 2004년도 법인세 포탈액 9억3000여만원 중 공제받을 수 있었던 액수를 제외한 5억6000여만원만 유죄로 봤다.

이 밖에도 이 전 회장은 직원 급여를 허위로 회계처리하는 등 9억여원의 회삿돈을 횡령하고 손자회사 주식을 자신과 아들에게 저가로 매도하게 하는 등 그룹에 손해를 입힌 혐의(업무상 배임) 등도 받았다. 그러나 1·2심에서 일부 무죄 또는 면소 판결을 받았다.

한편 1962년생인 이 전 부회장은 고 이임용 태광그룹 창업주의 셋째 아들이다. 흥국생명 이사로 경영일선에 등장했다. 맏형인 고 이식진 전 부회장이 지병으로 별세한 뒤 대표이사 회장을 맡게 됐다.

2011년, 검찰은 태광에 대한 비자금 수사들 벌였다. 어머니인 고 이선애씨(전 태광산업 상무)와 이 전 회장은 함께 구속 돼 모자 동시 구속이라는 전례없는 사태를 맞기도 했다. 이 전 회장의 부인 신유나씨는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조카이자 신 총괄회장의 동생 신선호 일본산사스식품 회장의 맏딸이다. 큰 누이 이경훈씨는 LG그룹의 창업 멤버인 허만정의 막내아들 허승조 전 GS리테일의 대표와 결혼했다.

이 전 회장은 태광그룹 대주주 지위를 갖고 있다. 이 전 회장이 태광그룹 대주주 지위를 갖고 계열사에서 수백억원의 배당을 받고 있는 점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있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