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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도 처녀 뱃사공 "기다리면, 안개가 스스로 걷히기 마련"

충도
©KBS1 인간극장

23일 오전 KBS1 인간극장에서는 '안개가 걷히면' 편 5부 중 3부가 방송됐다.

이날 방송에서는 80가구 200여 명이 사는 전라남도 완도군 금일읍 충도 이 섬에는 처녀 뱃사공 김가영(50) 씨가 어느날 일찍 다시마 작업을 마치고 홀연히 길을 나선다.

항상 시대를 앞서가서 일을 벌이던 남편 때문에 28년을 남편 뒤치다꺼리로 힘들게 보낸 어머니 서용심(74) 씨.

큰 아들을 가슴에 묻고 사는 어머니와 이혼 후 그리운 자식을 만날 지 못하는 가영 씨는 그 아픔이 닮았다.

그럼에도 매사 어머니와 부딪히며 모녀 사이는 바람 잘 날이 없다. 여자로서 알콩달콩 사는 행복한 삶은 뒷전으로 미룬 채, 바다에서 배와 결혼한 딸을 보며 어머니 용심 씨는 한숨만 내쉴 뿐이다.

게다가 아들을 배사고로 잃었기 때문에 가영 씨가 안개 속으로 배를 몰 때마다 어머니 속이 까맣게 타들어간다.

이런 어머니의 속도 모른 채 가영 씨는 얼마 전 규모가 큰 배 한척을 구매했다. 아버지가 시작했던 미역공장 터에서 다시마 작업장을 만드는 것이 꿈이라고 말하는 가영 씨는 일을 벌이는데 주저함이 없다.

게다가 아들을 배사고로 잃었기 때문에 가영 씨가 안개 속으로 배를 몰 때마다 어머니 속이 까맣게 타들어간다.

앞서 1부, 2부에서는 웬만한 남자들은 저리가라 할 정도로 당찬 여선장인 가영씨의 고된 일상과 힘들었던 결혼 생활을 다뤘다.

사실 가영 씬 결혼 후 고향인 충도를 떠나 육지에서 살다가 9년 전 다시 충도로 돌아왔다.

아버지가 정해준 남자와 스무 살에 결혼 해 두 아이까지 낳았지만, 10년간의 결혼 생활은 순탄치 못했다.

그 사이, 가장 의지했던 오빠가 안개 바다에서 죽음을 맞았고, 아버지도 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그녀에겐 신병도 찾아왔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하루하루 죽을 길만 찾았다. 남편의 폭력은 더해갔다. 결국, 두 아이들을 품에서 키우지 못하고, 쫓기듯 고향으로 돌아왔다.

고향의 바다는 상처 입은 가영 씨를 품어 주었다. 중학교를 졸업한 후부터 아버지와 멸치 배를 탔던 돌아온 처녀 뱃사공. 그녀가 선택한 일은 다시마 농사였다.

포자를 끼우고 솎음질 하고 키워내고 거두기까지, 센 물살을 좋아하는 다시마 농사는 장정들도 고된 작업이다. 오죽하면 ‘다시는 하지마’ 라는 뜻으로 다시마일까. 그러나 가영 씨는 홀로 척척 일을 해 낸다.

장정의 몸으로도 하기 힘든 다시마 작업을 해 온지 벌써 7년째이다. 바다 속에서 실하게 자란 다시마의 무게는 약 30kg. 한배 가득 건져 올려 뻘을 닦고 그날 즉시 해풍과 햇살에 말려야 한다. 고되고 손이 많이 가는 일이지만, 남들의 도움을 받기 보다는 가영 씨는 매사 스스로 해결 해 나간다.

바다 일을 마치고 돌아오면 가영 씨는 배 정비부터 낡은 집안 수리까지 해낸다.

유난히 안개가 많은 충도의 바다를 누비며, 그녀는 말한다. 기다리면, 안개가 스스로 걷히기 마련이라고. 안개가 걷히면, 더 맑고 아름다운 풍경이 기다리고 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