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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10일간 추석연휴의 빛과 그늘

어제 로서 10일간 지속된 긴 추석연휴가 끝이 났다. 샐러리맨들에게는 10일간의 추석연휴를 가지는 것이 쉽지 않다. 혹자는 10일간의 연휴를 단군 이래 처음 맞게 되는 연휴라고 하여 여간 가슴 설레지 않았다. 이렇게 긴 연휴가 가능하였던 것은 정부가 10월 2일을 대체휴일로 정하고 한글날을 공휴일로 다시 지정함으로써 가능하였던 것이다.

이제 긴 연휴가 끝이 났으니 그것이 남긴 발자취를 한번 더듬어 볼 필요가 있다. 명절의 하나인 추석을 전후하여 우리 국민들이 장기간 휴식을 취할 수 있었던 것은 명절을 가족들과 같이 즐기고 오랜 휴가를 계획적으로 즐길 수 있게 하는 데 상당한 도움이 되었다. 거의일중독자라고 할 만큼 열심히 살아온 국민들에게 유럽 사람들처럼 휴가의 진정한 의미를 제대로 느끼게 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을 것이다. 국내도로를 누비는 차들이 가장 많고 국제공항을 드나드는 사람들이 가장 많았던 사실은 우리 국민들이 마음 놓고 국내외여행을 즐기는 모습을 잘 나타내고 있는 증거라고 할 수 있다.

추석

장기간 여행이나 가족들의 나들이는 소비증가를 촉진하는 요인이 되어 경기진작에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이는 수요증가로 경제성장을 유인하는 경제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정부는 장기연휴의 설정에서 이런 경제적 효과를 기대하였을 수도 있다. 수출은 증가하고 있으나 내수가 좀처럼 늘어나지 않는 근래의 소비동향을 고려하면 이런 정부의 정책적 의도는 나름대로 충분히 수긍이 가는 바 없지 아니하다.

그러나 추석을 중심으로 한 장기연휴가 좋은 효과만 가졌던 것은 아니다. 밝은 빛이 어두운 그늘을 만들 듯이 긴 연휴가 괴로움과 씁쓸함을 안겨 주었던 사람들도 적지 않다. 우선 공무원, 공기업종사자 및 대기업 근로자들이 10일간 쉬는 동안에 직장에서 일을 해야 했던 중소영세기업과 자영업들은 상대적 불만으로 며칠을 보냈을 수 있다. 그리고 한 달에 한 번씩은 꼬박꼬박 월급을 챙겨주어야 하는 사업가들은 생산이나 매출이 줄어들어 가슴을 졸여야 했을 것이다. 특히 기업이윤을 제대로 내지 못하는 한계기업의 책임자들은 적자가 늘어날까 밤잠을 이루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을 것이다.

장기간의 연휴에 대한 세대 간 인식차이도 적지 않다. 대부분의 젊은이들이 장기연휴를 선호하고 있음에 비하여 5,60대 이후의 장 노년층은 우리나라가 아직 선진국도 아닌데 너무 노는 날이 많다고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다. 6,70년대까지는 토요일과 일요일까지 일하는 사업장이 많고, 휴일도 노는 대신 휴일수당을 받기 위하여 자발적으로 일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던 시절을 회고하면 나이 든 분들의 걱정도 일리가 없지는 아니한 것 같다. 이들은 이번 연휴도 계속 10일 쉬게 할 것이 아니라 10월 2일은 근무하고 10월 9일도 종전과 같이 일하도록 하는 것이 생산과 매출의 감소를 줄이고 근로정신과 건강한 노동문화를 형성하는데 바람직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오랜 기간 동안 2%대의 저성장에서 벗어나지 못하여 10년 이상 2만 불대의 국민소득수준에서 머무르게 되어 선진국진입을 위한 희망이 분명하지 않은 우리로서는 나이든 사람들의 걱정을 한번 깊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특히 노동 친화적 성격이 강한 신정부는 근로자의 구미에 맞는 정책 찾기에 그칠 것이 아니라 경제를 튼튼히 하는 노동생산성향상과 국제경쟁력강화를 위해서 필요한 조치가 무엇인지를 곰곰이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 김영종 동국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