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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청와대 신 고리원전 재개 입장표명 더 잘할 수 없었나?

문재인대통령은 공론화위원회의 공론조사결과발표에 따라 신고리 원전5.6호기 건설을 조속히 진행할 것을 발표하였다. 이와 더불어 청와대는 신규원전을 짓지 않고 기존의원전도 수명을 연장하지 않는 등 탈 원전정책을 변함없이 지속할 것임도 동시에 천명하였다.

문대통령은 원전건설의 지속여부를 공론화위원회에 부치면서 위원회의 조사결과에 대한 권고에 따라 정책결정을 할 것임을 이미 약속한 바 있으며 그러한 약속을 준수하였다는 점에서 신뢰를 받을 만하다. 나아가 탈 원전정책을 지지하는 층에서도 원전건설판단을 수용해달라고 당부 한 점에서 대통령으로서 할 말을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두 가지 측면에서 볼 때 청와대의 입장표명에는 아쉽고 석연찮은 구석이 없지 아니하다. 하나는 신 고리원전건설 중단에 따른 피해와 석 달 간의 공론위 운영비 지출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원전공사 중단조치로 인한 협력사의 피해액은 무려 1000억 원에 달하고 위원회는 여론조사 등 경비로 46억 원이나 되는 정부의 적지 않은 예산을 지출하였다. 이뿐만이 아니다. 공론화과정에서 불거진 지역주민과 환경단체의 사회적 갈등도 적지 않다. 신중하지 못한 공사 중단 결정으로 이런 막대한 사회경제적 비용을 지출하게 하였다면 잘못된 결정에 대하여 국민들에게 당연히 사죄의 뜻을 표하는 것이 국민들로부터 공권력을 위임받은 자가 취해야 할 예라고 할 수 있다. 국민의 뜻에 반하여 실수를 범한 공직자는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주권자인 국민에게 용서를 구하거나 최소한 유감의 뜻을 표하는 것이 염치를 아는 사람이라고 할 것이다.

다른 하나는 탈 원전정책의 재천명과 관련된 것이다. 탈 원전이 현 정부의 기본적 정책방침이고 고리 원전의 공사재개가 있다고 하더라도 탈 원정정책은 변함없이 추진될 것이라는 사실을 발표한 것은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공론화과정에서 탈 원전에 대한 국민의 인식은 정부의 생각과 다소 거리가 있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정부가 에너지 대안으로 생각하는 신재생에너지의 개발이 확실하지 않기 때문에 다수의 국민들은 너무 다급하게 탈 원전정책을 추진하는 것에 대하여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에너지공급의 경제성과 효율성을 생각하자면 당분간은 원전의 위험성을 원전관리의 과학과 기술로서 극복하는 것이 보다 현명한 정책대안이라고 하는 것이 많은 국민들의 인식인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공론화과정에서 현안문제의 범위를 벗어난 탈 원전에 대한 국민들의 의견을 묻고, 정부가 탈 원전정책에 대한 향후의 구체적 방침까지 발표하는 것은 지혜롭지 못한 처사라고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