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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국정원 특수활동비 상납, 철저히 밝혀야 한다

국가정보원이 청와대에 특수활동비를 정기적으로 또는 수시로 상납했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있다. 매월 1억 원을 문고리 3인방에게 전달하고 선거관련비용으로 5억 원이 전달되었으며, 정무수석과 문화부장관 등에게도 수백만 원씩 전달되었다고 한다.

이런 보도를 접한 국민들은 그저 기가 막혀 말문이 막힐 뿐이다. 법치를 기본으로 하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어떻게 정부의 예산이 이렇게 집행될 수 있다는 말인가. 예산은 국회에서 심의를 거쳐 통과된 대로 특정기관이 주어진 목적을 위하여 사용되어야 하는 것은 너무나 기본적인 상식이며 예산집행의 적법타당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일반적으로 감사원 감사 등 사후통제장치를 가지고 있다. 예산의 집행을 이렇게 신중하게 해야 하는 것은 예산의 대부분이 바로 국민들이 땀 흘려 일한 결과를 세금으로 국가에 납부하여 형성된 자산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국정원의 특수활동비가 청와대에 전달되어 사용된 데는 세 가지 측면에서 매우 큰 문제점을 지니고 있다. 우선 국가정보원이 특수활동비를 청와대에 현금으로 은밀하게 준 것이 문지이다. 공금을 떳떳하게 전달하지 않고 문고리 3인방이라고 하는 비공식적인 비밀통로를 이용하여, 그것도 검은돈을 줄 때 흔히 사용하는 현금을 상급기관에 전달한 것은 공금횡령과 유용 내지 뇌물로 의심받을 성격이 충분하다. 최순실 국정농단사건으로 정국이 위태롭게 되자 안전비서서관은 “당분간 돈을 보내지 말라”고 국정원에게 요청하였다는데 이런 사실만으로도 상납된 돈들이 떳떳하지 못한 검은 돈임을 충분히 말해주고 있다. 최고통치권자가 존재하는 청와대와 최고의 정보기관인 국가정보원 사이에서 이런 행태가 벌어지고 있었다는 것은 그야말로 분노를 넘어 통탄을 하지 않을 수 없는 비극이다.

국정원에서 상납하는 돈을 받은 근거가 법규가 아니라 이전비서관이 밝힌 바와 같이 박전대통령의 지시에 의하여 이루어진 것이라니 정말 기가 찰 노릇이다. 박전 대통령은 정치입문이래 부정한 돈을 한 푼도 안 받았다고 말해왔다. 그런데 이런 검은 돈의 수수가 이루어졌다면 부정행위 이외에 국민들에게 새빨간 거짓말 까지 한 셈이 된다.

청와대에 전달된 국정원 특수활동비가 사용된 용처도 문제가 된다. 자세한 내용은 검찰의 수사에 의하여 밝혀지겠지만 당초에 명시된 국정원의 정보수집과 같은 특수활동에 사용된 것은 분명히 아니다. 일부는 여당후보자의 선거지지율 조사에 사용되었다고 하고, 문고리3인방은 돈을 받은 기간 동안에 강남에 고액의 아파트를 구입하였다고도 한다. 국가의 공금을 제멋대로 사용한 의혹이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이제 두 가지의 조치가 반드시 필요하다. 청와대에 상납된 특수활동비의 전달과정과 사용 용도를 분명히 밝혀 관련자를 엄중히 처벌하는 것과 예산통제메커니즘에서 벗어나 있는 특활동비의 집행과정에 어떻게 적법타당성을 보장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느냐 하는 것이다. 이런 조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견제 받지 않는 공권력의 횡포와 국가예산의 불법 부당한 유용은 다시 되풀이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