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션

OPEC 감산 연장 …러시아 석유 업계 ‘떨떠름’

러시아
알렉산드르 노박 러시아 에너지부 장관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추진하는 원유 감산합의 추가 연장에 대해 러시아 석유업계가 난감한 입장이라고 파이낸셜 타임스가 16일 보도했다.

알렉산드르 노박 러시아 에너지부 장관은 지난 15일 청사로 업계 대표자들을 불러 추가 연장에 대한 협조를 모색했지만, 이날 회동에서 추가 연장을 지지할지에 대한 뚜렷한 입장은 마련되지 않았고 오히려 불만의 소리만 더 커졌을 뿐이다.

회동에 참석했던 가즈프롬 네프트의 알렉산드르 듀코프 최고경영자(CEO)는 "계속 논의와 모니터링을 할 필요가 있어 다음주 다시 모임을 갖기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OPEC은 오는 30일 회원국 총회를 통해 내년 3월 31일까지로 정해진 감산 합의를 추가로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주도하는 추가 연장 노력의 성패는 비OPEC 산유국으로서 감산에 동참해왔던 러시아의 지지 여부에 달려있다.

OPEC의 감산 협정에 힘입어 최근 북해산 브렌트유의 가격은 2년여 만에 처음으로 배럴당 60달러선을 넘어섰다. 하지만 러시아 업계 전체가 유가 상승을 모두 긍정적으로 보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일부 OPEC 회원국들 사이에서 추가 연장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것을 언짢게 보는 분위기다. 설비 확충에 막대한 자금을 투자했던 러시아 석유회사들은 남들의 이익을 위해 손해를 보고 있을 뿐이라고 주장한다.

러시아 VTB 캐피털의 카티야 로디나 애널리스트는 "2년간의 감산은 분명히 (러시아 석유회사들에) 기술적 문제와 어려움을 초래한다"고 말하면서 "합의가 연장된다면 사업을 연기해야 할 회사들이 많다는 점도 분명하다"고 밝혔다.

감산으로 인해 득보다 실이 많다는 불만은 러시아 업계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는 상태다. 러시아의 원유 생산 단가가 세계 최저 수준이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러시아 유전들이 국제유가가 배럴당 20달러를 웃도는 한 이익을 낼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사석에서는 감산합의가 사실상 생산 단가가 높은 산유국들과 석유회사들을 돕는 셈이라고 주장한다. 감산 협정이 추가로 연장되면 러시아 석유회사들은 사업을 연기해야 할 수도 있다.

러시아 최대의 석유회사인 로스네프트는 이미 일부 신규 유전의 생산량을 줄인 상태로, 협정이 연장된다면 신규 유전 2개의 가동을 연기해야 할지 모른다는 입장을 최근 밝혔다.

한편 2위의 석유회사인 루코일도 어려움이 많은 사업의 일부는 연기하고 어쩌면 일부 자산에서 손을 뗄 수도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 석유업계의 곤란한 처지는 투자자들도 인식하고 있다.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글로벌 석유지수가 올해 들어 3% 하락했지만 모스크바 증시의 석유·천연가스 업종 지수는 10% 떨어진 것이 이를 반영하는 것이다. 로스네프트의 주가는 올해 들어 27%의 하락률을 보이고 있다.

OPEC 4위의 산유국인 아랍에리미트연합(UAE)은 며칠 전 감산합의의 추가 연장을 지지한다고 밝혔고 16일 독일을 방문한 사우디아라비아의 칼리드 알 팔리 석유장관은 OPEC이 30일 총회에서 감산 협정의 연장을 발표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지만,협정의 추가 연장에 대한 러시아의 최종 입장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30일 총회에서 결정을 내리는 것이 필요한지를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업계에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로스네프트의 이고르 세친 CEO는 미국 셰일 원유의 증산이 감산합의의 효력을 훼손하고 있다고 꼬집은 것은 러시아 측의 착잡한 사정을 보여주고 있다.

러시아의 전폭적 합의 준수를 다짐한 노박 장관조차도 지난달 2018년초에 가서 협정의 추가 연장을 결정하는 것이 더 나을 것이라는 말을 꺼낸 바 있다.

루코일의 바기트 알렉페로프 CEO는 며칠 전 아부다비를 방문하는 자리에서 "내년 4월 1일에 협정을 종료한 뒤 그간의 성과, 중기적으로 추진할 과제들을 논의하고 분석하자는 것이 내 생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