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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등하는 원화가치…당국 가만히 있는 동안 수출 타격

환율

원/달러 환율이 숨 고를 새 없이 빠른 하락세를 이어가며 장중 한때 1,090원 선마저 무너졌다.

22일 오전 원/달러 환율은 1,090원대 초반에서 공방을 벌이고 있다. 환율은 지난달 27일 1,130.5원을 기록한 뒤 뚝뚝 떨어지기 시작해 지난 16일에는 장중 1,100원대가 붕괴됐다. 17일에는 종가 기준으로 1년 2개월 만에 1,100원 선이 무너졌고 21일에는 1,095.8원으로 떨어진 데 이어 이날도 다시 하락세다.

원화 강세 자체는 최근 한국경제를 둘러싼 호재들을 반영한 결과다.

북한 리스크가 희석되고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상향조정되고 있다. 캐나다와 기한과 한도 없는 통화스와프를 체결, 위기 안전판을 확보하며 안도감도 생겼다.

한국은행의 이달 말 기준금리 인상 기대감도 원화 값을 밀어 올렸다.

일각에서는 수출 호조로 경상수지 흑자가 연 800억∼900억 달러씩 발생하는데 환율이 1,150원에 머무는 것이 정상이 아니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문제는 환율이 떨어지는 속도다. 통화가치의 급변은 가계와 기업 의사 결정을 방해하고 경제 전반 효율성이 떨어진다. 또, 직접적으로는 수출업체들에 충격이 된다.

가격 경쟁력으로 승부하는 중소 수출업체들은 당장 거래가 끊길 위기에 놓일 수 있기 때문이다. 자칫 최근 수출 주도 경제 성장세가 꺾일 우려도 배제할 수 없다.

그렇다고 환율 하락이 내수기업에 그다지 도움이 된다는 확신도 없다.

그런데도 최근 외환 당국은 목소리를 크게 내지 않고 있다.

17일 환율 하락속도가 너무 빨라서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비공식 구두개입을 했을 뿐 적극 방어하는 모습은 아니다. 이는 과거에 기획재정부와 한은이 동시에 공식 메시지를 던졌던 것과는 다른 분위기다.

금융시장에서는 환율조작국 지정 우려 때문에 외환 당국이 매우 조심스럽게 움직인다고 해석하고 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는 "구두개입을 통해 환율이 천천히 움직이도록 조정해야 한다"며 "통화가치를 조정하는 것이 중앙은행 목표인데, 그런 고유권한까지 미국이 환율조작이라고 하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환율 움직임이 단기 현상이라는 전망 때문이라는 풀이도 있다.

과거 2014년 환율 급락 때와는 달리 세계적으로 달러화 약세 흐름이 아니기 때문에 원/달러 환율 하락 압력이 쌓이는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수출업체의 부담을 계속 떠안을 수는 없다는 지적도 하고 있다.

윤창현 교수는 "너무 심한 애로는 정부가 산업정책 차원 조치를 생각해봐야 하지만 지금은 그럴 때는 아니다"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