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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과도한 저가 관광의 문제···유커 사오기·송객수수료 부담 등 ‘개선’ 필요

유커

중국인 단체관광객(유커)의 제주 방문이 재개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관광 질서를 흐리는 관광객 사오기나 과도한 송객수수료 지급 관행이 재현될까 봐 제주 관광업계가 우려하고 있다.

22일 제주 여행업계에 따르면 지난 3월 사드(THAD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갈등이 빚어진 지 8개월 만인 이달 중국 현지에서 한국 단체 관광 상품 판매 재개를 준비하고 있다는 정보가 있어 예의주시하고 있다.

지난 11일 한국과 중국 정부가 관계 개선에 합의하자 얼어붙은 관광시장 분위기가 서서히 풀리고 있다.

제주에 중국 직항 하늘 길부터 훈풍이 불고 있다. 중국 상하이 저가항공사인 춘추항공은 지난달 말부터 닝보∼제주노선 운항을 재개했으며, 이 노선은 지난 7월부터 중단했다가 10월 31일부터 주 3회로 운항하고 있다.

유커의 제주 방문은 2013년을 기준으로 급증해 2015년과 지난해에는 300만 명을 넘어서기도 했다. 그러나 중국 현지 여행사와 유대 관계가 좋은 일부 여행사에만 유커 관광이 과점 돼 중소규모 제주 토종 여행사는 설 자리를 오히려 뺏기기도 했다. 또한, 조선족이나 한족 출신이 시간제로 무자격 관광 안내를 하는 일도 판쳤다.

강영순 제주도 중국어통역안내사협회장은 "유커가 몰린 2015년과 지난해에는 무자격 안내자에게 설 자리를 뺏겨 자영업 개념으로 일하는 프리랜서 안내자들은 '개점휴업' 상태였다"고 말했다.

이 같은 일은 일부 독과점 여행사의 저가관광에서 비롯됐다는 비판이 나왔다.

제주에서 영업하는 이들 여행사는 중국 현지에서는 관광객을 직접 모집하기가 어려워 유커를 유치해준 대가로 현지 여행사에 관광객 1인당 일정 금액의 돈을 주고 있으며, 숙소나 식사 등의 여행경비까지 부담해 주기도 한다.

제주에서 유커의 관광 일정을 담당하는 여행사들이 중국 현지 여행사에 일정 금액을 지불하는 것을 '인두세'라 꼬집기도 했다.

관광객이 여행사에 돈을 지불하는 게 아니라 여행사가 애초부터 돈을 주고 관광객을 인수해 '마이너스 관광'이라고 하는 등 이는 대표적인 저가관광 형태의 하나다.

유커가 제주를 대거 방문한 2013년부터 올해 초까지 제주 관광시장에서 이런 문제가 계속 제기돼 왔다.

제주에서 유커를 인수한 여행사는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면세점 등 쇼핑시설 위주로 관광 일정을 짜고 유커가 물품을 사면 쇼핑시설의 일정 수익을 수수료로 챙겼다. 쇼핑시설로부터 과도하게 송객수수료를 요구하기도 했다.

저가관광은 제주관광 이미지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줬다.

유커들은 쇼핑 위주로 제주에서 체류하다가 남은 시간에는 입장료가 없는 자연 관광지에서 시간을 보내다 가는 일정이어서 제주관광에 대한 불만이 컸다.

제주 관광업계 관계자는 "마이너스 관광으로 발생한 손해를 메우려고 과도하게 강매를 강요하는 일이 빈번하고, 단가를 낮추려고 무자격 안내자를 고용해 결국 제주관광의 질이 추락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드 배치 갈등으로 지난 몇 달간 경영난을 겪은 업체들이 유커가 돌아오면 경쟁이 더욱 치열해져 이런 문제가 또 불거질 수 있다"며 자정노력을 강조했다.

제주 관광업계에서는 저가관광을 뿌리 뽑을 규제기준 마련이 필요하며 장기적인 차원에서 '고가관광'을 육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도는 유커 재방문에 대비, 대응계획 수립에 나섰다. 제주관광의 질적 성장을 위해 저가 단체관광을 근절하고 고부가가치 관광객을 유치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승찬 도 관광국장은 최근 관광업계와의 만난 자리에서 "모든 정책 수단을 가동해 저가관광 개선에 집중하겠다"며 "제주관광을 독과점하는 여행사는 인두세 지급과 저가상품 판매를 자제하고 고품격 상품개발 등을 통해 영업 관행을 개선해 달라"고 말했다.

도는 무등록 여행사·가이드 운영에 대해 강력하게 단속할 예정이다.

한편, 과도한 송객수수료 문제는 도내 외국인 대상 면세점 3곳에 자발적인 기준을 마련, 독과점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요청했다.

도내 여행업계는 크루즈 선석 배정 시 저가 관광 상품을 이용하는 크루즈 선은 배제하거나 전세기 상품 구성에 대해 면밀히 검토해 예산을 차별적 지원을 하도록 제주도에 건의했다.

'제주형 중국전담 여행사' 지정 제도 추진도 요청했다.

김두흥 그랜드투어 대표는 "사드 이전처럼 유커 대상 저가관광이 재현돼서는 안 된다는 점을 도내 여행업계가 공감하고 있다"며 "과도한 저가관광에 대해서는 제도적으로 규제하거나 이것이 불가능하다면 최소한의 업무지침이라도 만들어 도가 위반사항에 대해 벌칙을 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