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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FCC, ‘망중립성 원칙 폐기안’ 공식 발표···페이스북·구글 등 강력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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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가 22일(현지시간)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망중립성(Net Neutrality) 정책을 뒤집는 최종안을 공개했다.

이로써 인터넷 서비스 제공자(ISP)가 웹 콘텐츠를 차단하거나 감속시키지 못하도록 하는 망중립성 원칙은 2015년 제정된 뒤 2년 만에 폐기 수순을 밟게 됐다.

FCC는 이 안을 오는 12월 14일에 표결에 부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현 FCC 위원의 분포로 볼 때 아지트 파이 위원장이 주도해 만든 이 안은 통과될 것이 확실시된다고 CNN 방송은 전했다.

최종안은 광대역 인터넷 액세스를 통신법상의 '타이틀 2' 대신에 '타이틀 1'로 변경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매우 사소한 변경 같지만, 이는 ISP를 '공공 서비스'가 아닌 '정보 서비스'로 변경해 시장의 원칙에 따라 작동되도록 함을 의미한다.

기존 망중립성 정책은 ISP를 공공 서비스로 분류해 인터넷에서 데이터를 주고받을 때 데이터의 내용이나 양에 따라 데이터 속도나 망 이용료를 차별화하지 못하도록 했다.

하지만 정보 서비스로 변경된 새 법안에서는 컴캐스트나 버라이즌과 같은 ISP가 합법적으로 인터넷 트래픽에 우선순위를 부여하거나 특정 앱이나 서비스를 차단할 수 있는 권한을 갖게 된다.

파이 위원장은 "자유 시장 원칙에 반하는 망중립성은 폐기돼야 한다"면서 "오바마 정부의 규칙들이 시장에 불확실성을 가져왔고, 불확실성이 성장의 적이 됐다"고 말했다.

FCC 최종안이 공개되자 실리콘 밸리 IT 기업들은 일제히 반발에 나섰다.

페이스북의 에린 에건 공공 정책 담당 부사장은 "오늘 FCC에 의해 발표된 최종안은 인터넷이 모든 사람에게 공개될 수 있도록 하는 강력한 망중립성 보호를 유지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구글도 성명을 통해 "그동안 망중립성은 소비자들을 위해 제대로 작동됐다"면서 "이에 반하는 FCC 안은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망중립성 폐기로 가장 큰 손해를 입게 될 것으로 보이는 넷플릭스는 "특정 기업을 위한 망중립성의 폐기에 강력히 반대한다"고 말했다.

이동통신 회사인 버라이즌 등이 동영상 스트리밍 업체 넷플릭스나 슬링 TV의 속도를 저하함으로써 버라이즌의 동영상 스트리밍 자회사인 파이오스 등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도 "망 중립성 원칙이 폐지되면 통신 공룡 AT&T나 미 최대 케이블TV 업체인 컴캐스트 같은 회사가 특정 사이트나 온라인 서비스 접근에 더 많은 이용료를 부과하고 경쟁업체에 불이익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망 중립성이 폐지되면 인터넷 업계엔 지각변동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넷플릭스나 페이스북처럼 데이터를 많이 사용하는 서비스 사업자에겐 비용 부담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