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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드컴의 퀄컴 인수 '산 넘어 산'…빅딜 성사돼도 당국심사 '난관'

퀼컴

브로드컴의 퀄컴 인수가 가시밭길을 걸을 전망이라고 월 스트리트 저널(WSJ)이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퀄컴에 1천50억 달러를 제시한 브로드컴의 도박은 주주들의 지지를 받아야 할 뿐만 아니라 시장 지배를 우려한 규제 당국들의 까다로운 승인 절차도 통과해야 하기 때문이다.

퀄컴이 브로드컴의 제의를 거절해 성사 가능성은 일단 불투명해진 상태다. 브로드컴은 이에 따라 인수액을 높이거나 퀄컴의 이사회 교체를 모색하는 방안을 택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브로드컴은 퀄컴에 제안했던 인수 가격을 기존 주당 70달러에서 상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로이터 통신이 이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앞서 퀄컴 주주들은 적어도 주당 80달러는 돼야 한다며 브로드컴의 최초 제안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회사가 합치면 매출액 기준으로 인텔과 삼성전자에 이어 세계 3위의 반도체 회사로 발돋움할 수 있다. 시장에서 입지가 강화된다는 것만으로도 규제 당국의 주시를 받을지 모른다고 WSJ은 지적했다.

이미 미국을 비롯한 여러 국가의 규제당국은 퀄컴의 특허 라이선스 사업에 대해 불공정행위 여부를 조사하고 있으며, 두 회사가 앞서 발표한 기업 인수도 당국의 승인 절차에 묶여있는 상태다.

리서치 회사인 가트너에 따르면 브로드컴과 퀄컴은 Wi-Fi와 블루투스용 반도체의 최대 공급업체들로, 두 회사의 시장 점유율을 합하면 약 60%에 이른다. GPS용 반도체 시장에서도 통합 회사의 시장 점유율은 52%에 달하며, 브로드컴과 퀄컴은 이동통신 주파수 신호의 증폭과 필터링, 라우팅을 처리하는 반도체 부품 시장에서도 경쟁하고 있다. 특히 퀄컴은 CDMA시장에서도 59%의 점유율을 차지할 정도로 독보적이다.

이처럼 스마트폰 업계에 중요한 부품 시장에서 두 회사가 합치게 되는 만큼 규제 당국은 통합회사가 차지할 시장 우월적 지위를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인지를 검토해야 한다.

미국 법무부가 지난 19일 AT&T의 타임 워너 인수를 막기 위해 소송을 건 것도 부정적인 신호다. 대체로 기업 인수·합병(M&A)에 우호적이었던 공화당 행정부의 당국자도 빅딜에는 개입할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기 때문이다.

브로드컴의 탄 CEO는 퀄컴의 특허료 사업이 반도체 사업보다 훨씬 수익성이 높지만 인수가 이뤄진 뒤에는 "합리화와 구조조정을 단행할 기회를 보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퀄컴의 특허료 사업에 손을 대겠다는 것은 각국의 규제당국은 물론 퀄컴과 특허료 문제로 치열한 소송 전을 벌이고 있는 애플에게는 반가운 소식이 될 수 있다.

브로드컴은 인수가 합의되면 12개월 안으로 규제당국의 승인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는 입장이며 반독점 전문가들은 비현실적인 기대는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당국의 승인 획득이 그리 만만한 것도 아니다.

390억 달러를 주기로 합의한 퀄컴의 자동차용 반도체 전문업체인 NXP 세미컨덕터 NV의 인수는 유럽연합(EU) 당국의 승인이 연기된 상태다.

55억 달러에 합의한 브로드컴의 브로케이드 커뮤니케이션 시스템 인수는 미국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에 계속 묶여 있다가 지난주에 겨우 통과됐다. 미국 CFIUS는 반도체 기업의 인수에 중국이 개입됐는지 여부를 까다롭게 살피는 추세다. 지난해 말 중국 기업들이 독일 반도체 회사 아익스트론을 인수하는데 제동을 건 것이 그 실례다.

브로드컴의 탄 CEO가 퀄컴에 인수를 제안하기 직전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브로드컴의 본사를 싱가포르에서 미국으로 옮기겠다고 발표한 것은 CFIUS의 심의를 의식한 행보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