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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미디어 재벌 머독, '뉴스 제국' 재건할까

디즈니

미디어 재벌 루퍼트 머독이 월트디즈니에 영화사 등을 넘기는 것은 과거 '뉴스 제국'을 거느렸던 호시절을 재현하려는 속내라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분석했다.

머독은 자신이 일군 미디어그룹 21세기폭스 가운데 영화사, TV 제작사 등을 디즈니에 600억 달러(65조 원)에 넘기기로 하고 막판 협상을 진행 중이다.

협상이 성사되면 21세기폭스에 남는 것은 폭스 방송 네트워크, 폭스 뉴스, 폭스 비즈니스, 폭스 스포츠와 미국 지역 방송국 28개로, 여기에다 미 연방통신위원회(FCC)가 지난 달 미디어 간 동시 소유를 42년 만에 허용하면서 머독은 자신의 뉴스코퍼레이션(News Corp)에 지역 신문사나 방송사를 추가로 사들여 뉴스 제국 건설에 다가서게 됐다는 분석이다.

미디어 애널리스트인 뉴소노믹스의 켄 닥터는 "FCC의 규제 완화로 전국구와 지역구 뉴스가 결합하는 데 장애물이 사라지게 됐다"면서 "폭스는 전국구 뉴스, 스포츠, 여론 조성, 지역 방송 등에서 강력한 브랜드를 구축한 데다 확장 여력도 갖게 됐다"고 설명했다.

머독은 특히 폭스가 거느린 TV와 뉴스코퍼레이션 산하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의 신문을 합쳐 한 지붕 아래 두고 뉴스 사업을 강화할 수도 있다고 닥터는 점쳤다.

또는 로스앤젤레스타임스, 시카고트리뷴 같은 유력 신문을 인수할 가능성도 있다.

머독이 이처럼 뉴스 사업에 눈독 들이게 된 사연은 201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뉴스코퍼레이션 산하 뉴스오브더월드가 불법 도청 파문을 일으키면서 머독은 수습책으로 뉴스코퍼레이션에서 뉴스와 엔터테인먼트를 분리했다.

여기에서 분리된 엔터테인먼트를 중심으로 21세기폭스가 승승장구했으나 뉴스코퍼레이션은 세계 최대 미디어 그룹이라는 간판을 내려놔야 했다.

이러한 머독의 속내는 이미 곳곳에서 감지됐다.

미 최대 방송 그룹인 싱클레어는 지난 5월 트리뷴미디어의 지분 72%를 39억 달러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는데, 앞서 머독도 사모펀드 블랙스톤을 앞세워 트리뷴 인수를 타진한 바 있다.

출판그룹 메레디스가 지난달 시사 주간지 타임을 28억 달러에 인수하기로 발표한 것도 머독에겐 새로운 틈새가 될 수 있다. 메레디스가 인수 자금을 마련하느라 지역 방송국 17개를 분리할 것이라는 전제에서다.

폭스 그룹이 직면한 과제는 급변하는 미디어 시장에서 어떤 형태로 사업을 재편할지에 달렸다.

닥터는 "싱클레어는 수많은 지역 방송을 거느렸지만 전국적으로 모두가 알만한 실체가 없다"고 지적하고 "반면 폭스는 전국적 모델로 배급망을 갖춘 만큼 이를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게 좋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