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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량폭탄'에 경기도 전세시장 9년 만에 공급이 수요 넘어서

부동산

전국 광역시·도 가운데 인구수가 가장 많은 경기도에서 9년 만에 처음으로 아파트 전세 공급량이 수요량을 앞질렀다.

11일 KB국민은행의 주간 주택시장동향 자료에 따르면 이달 첫째 주 경기도 전세수급지수는 98.8로 집계됐다. 이 지수가 두 자릿수로 떨어진 것은 2009년 3월 둘째 주에 96.8을 기록한 이후로 약 8년 9개월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전세수급지수는 전세수요 대비 공급 수준을 나타내는 지표다. 0∼200 범위로 움직이며 수치가 100이면 적정 수준, 100보다 높으면 공급부족, 100보다 낮으면 수요 부족을 뜻한다. 전세수급지수가 두 자릿수로 떨어졌다는 것은 이 지역의 전세 공급량이 수요보다 많다는 의미다.

KB국민은행은 부동산중개업체 3천여곳을 통해 아파트 전세수요와 공급 움직임을 파악한 뒤 이를 지수화했다.

전국 광역시·도 가운데 인구수 1위 지역으로 꼽히는 경기도는 최근 몇 년 동안 전세공급이 항상 모자라는 지역 가운데 하나였다. 이 때문에 경기도 전세수급지수는 2013년 8월(196.1)과 2015년 3월(190.3) 거의 200에 육박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경기도에서 최근 신도시 및 택지지구의 새 아파트 입주 물량이 몰리면서 전세시장의 수급이 역전된 것으로 풀이된다.

수도권 2기 신도시라고 불리는 동탄2신도시, 김포한강신도시, 파주운정신도시, 위례신도시는 물론 고양 지축지구, 삼송지구, 남양주 다산 진건지구에서 분양한 새 아파트가 줄줄이 준공되고 있다.

지난 10월 위례신도시에 2천200가구가 입주했으며, 파주운정신도시와 의정부 민락2지구에도 각각 1천76가구, 1천928가구가 쏟아졌다. 지난달에는 시흥 목감지구에 1천204가구, 용인 역북지구에 2천519가구가 입주했으며 이달에도 파주운정신도시와 한강신도시, 시흥 배곧신도시에 각각 3천62가구, 1천482가구, 1천647가구가 들어선다.

당장 내년에도 경기도 지역 입주물량은 올해보다 25% 늘어난 약 16만2천935가구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규분양 아파트 투자자들은 준공 직후 전세를 받아 잔금을 지불하는 경우가 많아서 전세수요 부족에 애가 타는 상황이다.

회원 수 30만 명의 한 네이버 부동산 커뮤니티에서는 용인과 동탄 지역 '마이너스 피'(분양가보다 낮은 가격에 판매하는 것) 사례를 올리는 글이 심심치 않게 등장하고 있다.

경기도의 전셋값과 거래량도 바닥을 헤매고 있다.

이달 첫 주 경기도 전셋값은 전주 대비 0.03% 내리며 6주 연속 하락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또 전세거래지수는 11.1을 기록해 역시 2009년 1월 둘째 주 이래 최저 수준을 3주 연속으로 이어가고 있다. 전세거래지수는 0∼200 범위에서 움직이며 0에 가까울수록 거래가 한산하다는 것을 뜻한다.

한편 서울의 전세시장 움직임도 다소 주춤하는 모양새다. 서울 아파트 전세수급지수는 135.3으로, 전주보다는 소폭 올랐지만 5주째 130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서울 전세수급지수는 2012년 7월 이후로 5년 넘게 항상 140을 상회해왔다. 다만 전세가격은 전주보다 0.05% 상승하며 여전히 오름세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