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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최저임금 영향은 제한적’…반응은 ‘싸늘’· 농가도 타격

최저임금

올해 최저임금이 7,530원으로 작년 대비 16.4%나 올라간 데 대해 정부가 “부정적 영향은 적고 내수·성장률 등에 긍정적"이라는 취지의 홍보를 적극적으로 하고 있지만, 산업현장의 반응은 차갑다.

근로자의 25%가 영향을 받을 만큼 인상 대상이 많은 데다 외국인 근로자를 많이 고용하는 농가까지 더 큰 부담을 져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 11일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2000년 16.6%, 2007년 12.3% 정도 최저임금이 크게 올랐을 때 단기적으로 고용 등에 영향이 있긴 했지만, 몇 달 사이 안정됐다”며 올해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 긍정적인 전망을 피력했다.

고형권 기재부 제1차관도 같은 날 제1차 물가관계차관회의 겸 제14차 최저임금 태크스포스(TF) 회의에서 “과거 최저임금이 두 자릿수 인상된 2000년과 2007년,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었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재계는 이와 젼혀 다른 분석을 내놨다. 최저임금 인상의 영향을 받는 근로자 수, 최저임금 수준, 경제성장률, 노동시장 환경을 고려해 보면 2018년과 과거 2000년, 2007년 사례를 단순 비교하는 건 맞지 않다는 이야기다.

최저임금위원회 집계에 따르면, 우선 올해 최저임금 인상 영향 근로자는 약 463만 명으로 2007년(178만 명)의 2.6배, 2000년(14만 명)의 32.8배나 이른다. 전체 근로자 가운데 최저임금 변동에 영향을 받는 비율(영향률)도 23.6%로, 2000년(2.1%)과 2007년(11.9%)의 2~10배 수준이다.

올해 최저임금(시급 7천530원)도 2000년(1천865원)과는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고, 최저임금의 상대적 수준을 나타내는 임금총액 중위수(가운데 값) 대비 최저임금 비율도 2000년 25.7%에서 2016년 52.4%로 2배 이상 뛴 상태다.

재계 관계자는 "여기에 올해 경제성장률도 2.9%(한국은행 전망)로 2000년 8.9%, 2007년 5.5%보다 크게 낮기 때문에 올해 최저임금의 큰 폭 인상이 경제, 고용에 미치는 파급 효과는 2000년대와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크다"고 주장했다.

최저임금 측면에서 2000년, 2007년과의 비교가 무리인 사례가 농업이다. 농가 역시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내 인력 조달이 어려운데다 인건비 문제로 외국인 근로자를 대거 고용하고 있는 농가는 외국인 근로자 특성상 숙식을 제공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이 지난해 8월 최저임금 인상에 앞서 농촌 현장의 의견을 수집·정리한 보고서(리포트)에 따르면, 경북 지역 한 농업인은 "현재 농업은 인력 수급이 매우 어렵고 수익성 또한 매우 낮은 구조이기 때문에, 시급이 인상된다고 노동력이 늘어날 가능성은 적다"며 "국내 인력조달에 한계가 있어 외국인 노동력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데,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 정책에 따라 벌써 인건비를 올려 달라는 근로자의 요구가 많다. 농업 인건비 상승에 대해 정부 보조가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강원 지역 시설채소 농업인은 "시설채소 농가는 외국인 근로자 없이 농사를 지을 수 없는 것이 현실이고, '외국인 모셔오기'라고 표현할 정도"라며 "식사, 숙소 제공을 기본 제공하면서 이미 내년도 최저 시급을 웃도는 임금을 주고 있지만, 여전히 인력이 부족한 실정이다. 임금 외 식비 등 부대비용을 정부에서 지원해 임금 인상에 따른 부담을 줄여주길 바란다"고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