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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이재용 집행유예의 두 가지 의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항소심재판에서 지역 2년 6월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고 풀려났다. 약 1년에 걸친 구치소수감에서 벗어나게 된 것이다. 우리는 이 판결에 대하여 적지 않은 관심을 보여 왔다. 두 가지 관점에서 그러했다. 하나는 박근혜 최순실 국정논단사건에 연루된 정경유착이 어떻게 결론 지워지는가 하는 것 때문이고, 다른 하나는 한국을 넘어 세계적 굴지의 기업총수에 대한 사법적 판단이 어떻게 내려지는가하는 측면에서 적지않은 주목을 받아왔던 것이다.

집행유예판결에 대하여 특검이 상고할 뜻을 내비치고 있고, 정계일부와 시민단체 일각에서는 피고에 대한 판결이 너무 편중되어 있다는 비난을 하고 있어서 판결의 적법 타당성에 논란의 여지가 남아 있기는 하나 여기서는 일단 이 판결이 지니는 정치사회적인 차원에서의 함축적 의미를 짚어 보기로 한다.

먼저 항소심 재판부는 36억 원 상당의 뇌물이 최씨 측에 전달된 것은 유죄로 판단했다. 그러나 이는 전형적인 의사교환에 의한 정경유착이라기 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겁박에 따른 것이었으며 청탁을 하기위해 제공한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우리나라의 전직 대통령들이 최고의 공권력을 지닌 것을 이용하여 재벌기업으로부터 자산을 편취한 것과 별 다름이 없다는 것이다. 이런 국가 최고권력자들의 횡포는 법적 통제장치나 정치도의가 확립되지 않은 권위주의체제에서 존속되는 것이며 성숙된 민주주의국가에서는 발생될 수 없다. 그런 점에서 한국의 정치적 민주주의는 아직 선진국들처럼 성숙된 것이라 볼 수 없다.

이 부회장은 1년에 가까운 구치소 수감생활에서 벗어나면서 개인적으로 상당히 의미있는 말을 하였다. “지난 1년은 스스로를 돌아보는 정말 소중한 시간이었다”는 말이 그것이다. 삼성의 총수라고 하면 단순한 한 기업의 책임자가 아니다. 수많은 기업과 직원을 거느리는 한국의 경제지도자를 뛰어넘어 한국 경제계를 대표하는 세계적 경제지도자의 지위에 놓여있다. 싫든 좋든 그의 일거수일투족은 한국 국민뿐만 아니라 세계의 젊은이들이 영향을 받게 되어 있다. 삼성은 이미 한국의 기업 차원은 넘어 세계적 기업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의 언행은 보다 신중하고 품격이 있어야 한다. 합법적이고 도덕적이어야 한다. 지난 1년간에 걸친 영어의 생활을 통해 인간의 본질은 무엇이고 욕구는 무엇인가를 되돌아보고, 막강한 대기업의 경제지도자로서 기업과 사회를 위하여 앞으로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지 깊은 성찰과 깨달음이 있었기를 바란다. 이렇게 될 때 그의 고통스러운 1년에 가까운 수감생활은 승승장구하는 삼성의 미래를 빛내고 한국경제발전에 크게 이바지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김영종 동국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