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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수끝에 구속된 이재용...경제부담 우려에도 뇌물죄 성립

17일 법원이 비선실세 국정농단 사태인 최순실게이트를 수사중인 박영수특검팀의 이재용(49)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신청을 받아들였다.

300조규모의 대기업이면서 한국 경제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삼성그룹 총수의 구속에는 이 부회장의 최 씨에 대한 뇌물이 대가성을 입증 받았기 때문이다.

향후 박 특검팀의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뇌물죄 입증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커졌다.

◇경영권 승계까지 넓히며 재수사...430억원 뇌물 인정한 法◇

이 부회장을 심문한 한정석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판사는 이날 오전 "새롭게 구성된 범죄혐의 사실과 추가로 수집된 증거자료 등을 종합할 때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이 인정된다"라고 발부 사유를 밝혔다.

이에 따라 특검팀은 이날 오전 5시 33분경 이 부회장을 구속했다.

특검팀은 지난 달 19일 1차 구속영장이 기각된 이래 4주동안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로 범위를 넓히며 보강된 입증자료를 통해 2차 구속영장을 받을 수 있었다.

이 부회장에게 적용된 혐의는 뇌물 공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재산국외도피, 범죄수익 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위반(위증) 등 5가지다.

이 부회장은 삼성이 승마 선수 육성을 명분으로 2015년 8월 최씨가 세운 독일 회사인 코레스포츠(비덱스포츠의 전신)와 210억원 규모의 컨설팅 계약을 맺고 35억원가량을 송금하는 데 관여한 혐의를 받는다.

삼성은 최씨와 그의 조카 장시호(38·구속기소)씨가 세운 사단법인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도 16억2천800만원을 후원 형식으로 제공했다.

또 최씨가 배후에 있는 미르·K스포츠재단에도 주요 대기업 중 최대인 204억원을 출연했다.

특검팀은 코레스포츠에 보낸 35억원에는 단순 뇌물 공여 혐의를, 재단·사단법인인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 204억원과 동계센터 후원금 16억2천800만원에는 제3자뇌물 공여 혐의를 각각 적용했다.

뇌물수수죄는 실제 돈이 건너가지 않아도 약속만으로도 성립해 특검팀은 삼성이 건네기로 한 430억원 전체에 뇌물 공여 및 제3자뇌물 공여 혐의를 적용했다.

실제로 최씨가 지배한 코레스포츠와 동계센터, 박 대통령과 최씨가 설립과 운영에 깊숙이 관여한 미르·K스포츠재단에 넘어간 돈은 총 255여억원이다.

이 부회장 측은 최씨 일가 지원이 박 대통령의 사실상 강요에 따른 것이며 '피해자'라는 주장을 펴왔다.

영장승인은 법원이 결과적으로 삼성의 최씨 일가 지원과 박 대통령의 삼성 경영권 승계 지원 사이에 대가성이 있다는 특검 측의 손을 들어준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기준 이달말까지 수사하는 특검...남은것은 朴대통령 뇌물혐의 입증◇

이달 28일 수사 기간 만료를 앞둔 특검은 이 부회장 신병 확보를 발판 삼아 수뢰 혐의를 받는 박 대통령 조사에 남은 역량을 쏟아부을 전망이다.

특검은 이 부회장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이후 순환출자 고리 해소를 위한 주식 처분 등 경영권 승계 작업 전반에 정부의 도움이 필요했고, 여기에 힘을 써 준 박 대통령이 최씨를 통해 대가를 받았다는 의심 속에 수사력을 집중해왔다.

이번 영장승인을 계기로 특검팀은 지난 달 19일 이 부회장에 대한 영장기각 당시 박 대통령에 대한 뇌물죄 혐의를 "완전히 엮은 것"이라며 반박하던 박 대통령 측을 압박할 수 있는 수단이 될 가능성이 크다.

 박 대통령 측은 조사에 응하겠다는 원론적 입장은 유지하면서도 직·간접적으로 특검 수사에 비판적인 입장을 드러내며 1차 수사 기간이 열흘 남짓 남은 이날까지도 대면조사에 응하지 않았다.

여전히 양측이 타협에 이르지 못한 가운데 특검으로선 이 부회장 구속으로 박 대통령 측에 대면조사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주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이재용 부회장 수사일지 특검 박영수 최순실 게이트 특별검사 17.2.17

◇초비상 걸린 삼성...구속 적부심사 청구 등 나설 듯◇ 

삼성은 특검이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하자 "대통령에게 대가를 바라고 뇌물을 주거나 부정한 청탁을 한 적이 결코 없다"고 주장해왔다.

앞으로 삼성과 이 부회장 측 변호인들은 구속 적부심사 청구, 기소 후 보석 청구 등으로 공방을 이어갈 가능성이 있다.

삼성 관계자는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 이후 "특검이 제기한 혐의가 큰 틀에서 1차 구속영장 청구 때와 다를 게 없는데 법원이 영장을 발부해 심히 유감"이라며 "향후 본 재판에 성실히 임해 혐의를 벗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1938년 삼성상회로 출발한 삼성그룹은 8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여러 차례 검찰 수사 등에 휘말렸으나 총수가 구속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여기에 삼성은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 과정에서 삼성전자의 최순실 일가에 대한 현금 지원 가능성을 수사 중이어서 이 부회장에 대한 입증 뿐 아니라 자회사 상장에 대한 최 씨와의 연결고리 해명에도 진을 쏟아야 한다.

법조계에 따르면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지난 14일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회장의 구속영장을 다시 청구하면서 이 부회장의 뇌물공여와 관련한 범죄사실에 삼성바이오로직스 특혜 의혹을 추가했다.

특검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수첩에서 박 대통령이 안 전 수석에게 삼성바이오로직스를 도와주라고 최소 세 차례 이상 언급한 사실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3년간 적자 기업이어서 애당초 상장 자체가 불가했다.

실적 규모로 규정한 기존 코스피 상장요건에 못 미쳤기 때문이다.

그러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한국거래소가 2015년 11월 유가증권시장 상장요건을 완화함에 따라 1년 뒤 유가증권시장에 입성했다.

이를 두고 코스피를 담당하는 한국거래소와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이같은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일각에선 거래소의 상장규정 개정과 금융당국의 승인이 이루어지기까지 절차상의 문제가 없었다고 해도 이 과정에서 외부의 압력이 있었는지가 이번 사건의 본질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은 "특검도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상장규정 특혜나 분식회계 부분을 들여다봤으나 공무원의 재량권을 이탈하지 않는 것으로 보는 것 같다"며 "다만 상장과정에서 외부 또는 상부로부터의 압력이나 대가가 오갔다면 뇌물죄에 해당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