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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소비자 주권 보호의 중요성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Alvin Toffler)는 1970년 그의 저서 <미래 쇼크>에서 ‘프로슈머(prosumer)’라는 말을 처음 등장시켰다. <제3의 물결>(1992)에서 보다 구체적으로 발전된 이 단어는 인터넷이 확산되고 소비자 주권이 뚜렷해지는 최근에 들어서는 매우 친근한 단어가 되고 있다. 시장권력이 생산자에서 소비자로 이동하면서, 소비자는 소비만 하는 수동적인 역할에서 벗어나 직접 제품의 생산 전반에 참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 능동적 소비자, 프로슈머

‘프로슈머(prosumer)’는 생산자(producer)와 소비자(consumer)를 합성한 말로, 제 2의 물결사회(산업사회)의 양 축인 생산자와 소비자간의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등장하였다. 과거의 소비자가 대량 생산과 대량 소비를 강요당했다면 현재에는 신제품 개발에 직접, 간접적으로 참여하여 소비자의 선호나 요구를 시장에 적용할 수 있도록 하는 소비자가 점점 증가하고 있다.

소비자가 제품의 생산에 참여하면, 기업은 시장조사의 비용을 줄이고, 소비자는 자신의 욕구를 제품에 충분히 반영할 수 있다. 또한 기업은 1980년대 이후 꾸준히 주목을 받고 있는 고객만족을 좀더 빠르게 달성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프로슈머의 활동은 소비자뿐 아니라 기업에게도 이익이 될 수 있는 합목적성을 지닌다.

◆ 고객만족과 소비자 

그런가 하면 기업은 이익증대를 위해 제품 혹은 서비스를 기업관점에서 생산하여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만족을 이루기 위하여 전적으로 고객의 관점에서 생각하여야 한다. 고객의 기대치나 가치관 등을 고려하고 고객 욕구를 정확하게 파악하여 그것을 충족시킬 수 있는 상품과 서비스만이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는 길이기 때문이다.

즉, 고객만족이 높아지면 기존 고객의 충성도가 높아지고 경쟁상황에서 기존 고객의 이탈을 막을 수 있으며, 미래의 거래비용과 신규고객의 유치비용이 감소된다. 또한 기업의 이미지와 평판이 제고되는 등 기업의 입장에서 볼 때 장기적으로 높은 수익성을 보장받을 수 있다. 21세기에 들어서면서 이러한 고객만족은 더 이상 새로운 개념이 아니라 필수적인 비즈니스의 성공 요인으로 인식되고 있다.

◆ 소비자 주권 보호의 중요성

프로슈머의 등장과 기업의 고객만족 달성 노력으로 현대사회에서는 소비자 주권이 실현될 수 있는 가능성이 점점 더 증대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 주권의 보호는 공급자 중심에서 소비자 중심으로 경제활동이 전환됨을 의미하는 것으로, 기업을 비롯한 기존의 공급자들은 고객 중심을 중심으로 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첫째, 경제성장으로 고객의 욕구가 더욱 진화하고 기대수준도 높아졌으며, 둘째, 규제의 완화로 인해 기업은 점점 더 심화되는 경쟁에서 경영활동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소비자 주권의 보호는 고객 만족과 다른 형태이지만 같은 의미라고 할 수 있다. 피터 드러커(Peter F. Drucker)는 <변화 리더의 조건>이라는 책에서 소비자 보호운동이 ‘마케팅의 수치’라고 말했다. 소비자 보호운동이 기업에게 요구하는 것이 바로 마케팅이 해야할 활동인데 그것을 기업들이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으므로 소비자들이 소비자 주권보호를 요구하는 운동을 시작했다는 것이다. 즉, 마케팅이 제대로 실천된다는 것은 기업의 목적이 ‘고객의 만족’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고객 만족, 즉 소비자 주권보호의 실현은 마케팅의 목적과 일맥상통하는 것이다.

거시적으로 보았을 때 소비자 주권이 지켜진다는 개념은 소비자가 자신의 삶에 대한 결정권을 가질 수 있다는 의미이다. 소비자 주권의 주체는 소비자, 즉 모든 인간이다. 프로슈머의 등장을 반기고, 고객만족 경영을 위해 노력하는 기업은 이윤의 증대라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소비자로서의 모든 인간이 주체적인 삶을 살아가게 하는 발판을 만들어줄 것이다.

글ㅣ 박흥수 심사위원장(연세대학교 경영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