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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부동산 시장, 해답은 과거에 있다

[재경일보 장세규 기자] 내년 부동산 시장은 불황기를 지나 인기 지역으로 중심으로 거래량이 증가하면서 상승국면이 시작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최근 시장에 바닥론에 맞서 급매물이 소화되고 있는 등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고, 특히 내년에는 공급물량 크게 감소 등의 요인이 합세한다는 것이 근거다.

특히 현재 부동산 시장의 형국이 97년 당시 외환위기 때와 닮아 있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내집마련정보사의 자료를 바탕으로 현재 부동산 시장 점검과 함께 내년을 전망해 본다.

◆ 금융위기, 외환위기 때와 '닮은꼴'

내년 부동산 시장은 과거 외환위기 시기 경험으로 예견할 수 있다. 외환위기와 최근 금융위기는 발생원인에서부터 금융환경, 정부의 규제 완화 움직임, 공급 위축 등 많이 닮아 있다.

외환위기는 기업부채가, 금융위기는 개인부채가 주였지만 위기가 부채에서 발생했다는 점에서 원인은 닮아있다. 97년 동남아발 위기 즉, 태국과 인도네시아에서 발생한 외환위기는 홍콩과 대만으로 파급됐고, 곧 한국으로 전파됐다. 금융위기는 진원지가 미국으로,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부실화가 원인이다. 세계의 돈줄인 월가에서 금융위기가 발생해 돈가뭄이 생기자 전세계로 금융위기가 확산됐다. 우리나라만 볼 때 외환위기나 금융위기는 과다한 부채가 금융위기를 불러온 원인이 됐다.

외환위기는 아시아 국가들에 고금리와 재정긴축, 그리고 강도 높은 금융 및 기업 구조조정 정책 주문에 따른 재정 및 통화정책으로 외환시장은 빠르게 안정됐다. 그리고 부동산 시장 역시 빠르게 회복했다.

현재 상황도 비슷하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촉발한 미국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 파산 직전과 현재 주가를 비교해 본 결과 우리나라 증시는 시가총액 상위 기준 세계 25개국 중 약 9위 정도의 상승률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증시가 안정됨과 동시에 부동산 시장 역시 거래가 느는 등 회복세를 찾아가고 있다.

금융환경도 닮아 있다. 주택담보대출의 기준이 되는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는 1998년 연 15%까지 올랐다가 주택 가격 회복이 본격적으로 이뤄졌던 2001년 연 5.3%로 떨어졌다. 저금리는 2006년까지 이어졌고, 주택 가격도 이 시기에 상승세를 이어갔다. 금융위기 때도 마찬가지다. 2008년 4분기 5.44%였던 CD 금리는 불과 두 분기 만인 2009년 2분기 2.41%까지 곤두박질쳤다. 앞으로도 대폭 금리 인상이 있지 않는 이상 낮은 금리는 주택 가격 상승에 큰 원동력이 될 수 있다.

세금 감면 혜택을 주 규제완화책으로 이용한 것도 닮았다. 신규 분양 아파트에 대한 양도소득세 한시적 면제, 주택담보대출 요건과 전매제한도 완화해주는 등 외환위기와 금융위기는 규제 완화책에서도 매우 비슷하게 움직였다.

공급물량 감소 역시 닮아 있다. 주택건설 실적은 1980년대 20만가구 선을 유지하다 1기 신도시가 조성되던 1990년 최대 75만가구에 달하기도 했다. 하지만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30만6천31가구, 1999년 40만4천715가구로 뚝 떨어진 후 2000년 이후 46만가구 이상 유지했다. 2007년 55만5천792가구에 이르렀던 주택건설 실적이 다시 크게 줄어든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다. 2008년에는 37만1천285가구, 지난해에는 38만1천285가구로 급감했다.

이렇게 외환위기와 금융위기는 닮은꼴을 하고 있고, 부동산 시장 역시 비슷한 움직임을 예상할 수 있다.

◆ 다기 고개 드는 '부동산 10년 대주기설’

그동안 부동산 시장은 주기적으로 움직여왔다. 10년 주기가 바로 그것이다. 내년에는 ‘부동산 10년 대기주설’이 고개를 들 가능성이 높다. 10년 대주기는 통상 부동산 시장이 10년 주기로 장기 순환한다는 것이다.

70년대 말에서 현재까지 부동산 시장 움직임을 살펴보자. 부동산 시장은 70년대 말에 중동특수와 1기 신도시 개발 발표 등으로 가격이 폭등했다. 이어 10년 후인 80년대 말에는 대선과 분당 입주, 장기간 무역수지 흑자 등으로 다시 가격 상승기를 맞았다.

그리고 10년 후인 90년 대 말에도 부동산 대변화가 찾아왔다. 하지만 이때는 과거와 달리 부동산 대하락기였다. 1998년 외환위기라는 특수상황이 발생하면서 부동산시장은 최대 폭락기를 경험했다. 그리고 다시 10년이 지난 2000년 말에도 어김없이 10년 주기가 찾아왔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해 부동산이 다시 대폭락을 다시 경험했다.

그렇다면 내년 부동산 시장은 과거 경험을 비추어 볼 때 앞으로는 어떻게 움직일까. 외환위기 때와 마찬가지로 내년에는 불황기를 지나 회복 진입기에 접어들 가능성이 높다.

최근 주택시장이 지난 외환위기 때와 마찬가지로 ▲규제완화 ▲저금리 ▲풍부한 유동성 등 3대 상승 재료를 바탕으로 오름세를 타고 있다는 점에서 외환위기 이후 2001년부터 시작된 대세 상승기를 기대할 수 있다. 최근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 중심으로 거래가 되고, 가격도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것 역시 하나의 징후라 볼 수도 있다.

◇ 외환위기 이후 주택 가격 변화

그렇다면 외환위기 이후 주택가격 변화는 어땠을까? 국민은행 자료에 따르면 외환위기 이전인 97년 1년 간 전국 주택가격 상승률은 전년 말 대비 2.8% 기록했다. 하지만 외환위기가 닥친 98년도에는 전국 주택가격 상승률이 전년 말 대비 12.4% 하락했다.

하지만 외환위기 특수상황도 부동산 시장에는 오래가지 못했다. 외환위기 회복 기대감과 함께 부동산 활성화대책이 나오면서 2001년 이후 부동산 시장이 급상승기에 접어들었다. 98년 외환위기 이후 3년 후인 2001년과 2002년에는 주택가격 상승률이 각각 9.9%, 16.4%씩 오르는 등 급등했다.

이어 2003년에는 5.7%로 상승폭이 다소 줄다가 2004년에는 2.1%로 하락했다. 정권 교체로 인한 수요자들의 관망세가 늘었던 게 주 원인이었다. 집값이 2006년에는 11.6% 상승하며 정점을 찍고 외환위기 맞은 10년 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라는 특수상황이 다시 찾아오면서 부동산은 다시 뒤흔들렸다.

금융위기가 발생했던 2008년에는 오히려 주택 가격이 11%가 올랐다. 2008년 하반기부터 강남권의 경우에는 약세를 보였지만, ‘노도강(노원, 도봉, 강북)’으로 불리는 강북권 집값이 크게 오르면서다. 이어 작년에는 전국 주택가격은 2%가 떨어졌다. 올해는 지방이 반등하면서 전국 집값 역시 오름세를 보였지만, 서울은 2.2%, 경기는 3.4%가 하락했다.

증시 안정과 각종 부동산 규제 완화책으로 외환위기 3년 이후 부동산 시장이 회복됐듯 내년에도 부동산 시장은 비슷한 상황에 있고 따라서 안정을 찾을 가능성이 높다. 미국발 금융위기로 흔들렸던 국내 증시가 사상 최고치에 접근하고 있는 등 금융위기의 원인이 해결되고 있기 대문이다. 

◆ 내년 주택 가격을 이끌 변수는?

하지만 내년에는 수급 불균형 등 집값 상승을 이끌 변수들이 많아 이를 잘 지켜봐야 한다. 

우선 ‘전세가율’이 높아져 매매 구매력을 높일 수 있다. 최근 1~2년 새 전셋값이 급등하면서 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이 높아져 전세 안고 매매를 고려하는 수요자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실제 2000년대 초반 전세가율이 60% 가까이 치솟으며 매매가를 빠르게 끌어올린 바 있다. 지난달 강남 11개구 전세가율은 42.1%를 기록하면서 2006년 3월(42.6%) 이후 5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를 보였다. 내년에는 전셋값 상승이 더 이어질 것으로 보여, 전세가율은 더 높아질 전망이다.

‘공급물량’도 크게 줄어든다. 주택건설 인허가도 감소하고, 입주물량 역시 2010년 대비 36.8%가 감소, 1990년 이후 최저 수준이다. 주택건설 인허가는 2007년 55만5800호에서 2008년 37만1300호, 2009년 38만1800호로 급격히 줄었다.

‘주택 보급률’도 크게 떨어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경기도 새 주택보급률은 2005년 97.5%에서 2009년 96.5%로 떨어졌다. 서울의 경우 2005년 93.7%에서 2006년 94.1%에서 2008년에는 93.6%, 2009년에는 93.1%로 떨어졌다. 올해와 내년에는 어떨까. 건설업체들이 분양가상한제를 피하기 위해 2007년 말까지 분양 물량을 한꺼번에 쏟아내고 2008년부터 신규 공급을 미루거나 중단했기 때문에 올해 역시 주택 보급률이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집값 하락의 변수도 있다. ▲금리 인상, ▲미분양, ▲가계부채 등이다. 금리 인상의 경우에는 급격한 상승이 아니라면 집값에 큰 영향을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미분양 적체현상은 심하지만 급격히 줄고 있다는 점에서 역시 집값 하락을 이끌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6만 가구에서 현재 10만 가구가 크게 줄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가계 부채’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10월 말 예금 취급기관의 가계대출 규모는 583조6천억원으로 전년 동기(542조원) 대비 40조원 이상 늘었다. 주택담보대출은 356조원에 달한다. 증가 추세로 볼 때 가계대출액은 내년 상반기 중 600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따라서 가계 부채가 안정화 될 경우 내년 주택시장은 가격 상승 국면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