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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의료산업의 미래를 묻다] 전국의사총연합회 회장 노환규

『 의료산업은 발전 가능성이 높은 분야다. 외적인 성공보다는 삶의 질에 관심에 가지는 ‘Well –Being’ 열풍으로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전 세계적으로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고령화 문제는 꼭 풀어야 할 어려운 숙제이지만 의료산업측면에서 보면 분명한 호재다.

지난 5년을 돌아보더라도 보건복지서비스 일자리는 36만개가 증가해 전체의 55%를 차지했으며 이 비중은 향후 더욱 높아질 가능성이 높다. 정부가 뽑은 신성장동력 산업들 중에도 의료관련 산업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그렇다면 향후 성장에 큰 역할을 감당할 한국 의료산업의 미래는 장미빛일까? 분야별 상황과 보는 관점에 따라 전망이 갈린다. 아직 걸어온 길보다는 앞으로 나아갈 길이 훨씬 먼 한국 의료산업은 긍정과 부정적인 요소가 공존하고 있어 쉽게 예단하긴 어렵다. 이에 의약일보는 각 분야의 전문가들을 통해 한국 의료산업의 미래를 전망해 보고자 한다. 』

▲ 전국의사총연합회 노환규 회장

흔히 의료산업을 생각하면 쉽게 떠오르는 이미지는 신약개발을 위해 열심히 연구하는 사람들이나 첨단 의료기기 등일 것이다. 하지만 의약일보가 ‘한국 의료산업의 미래를 묻다’ 기획 인터뷰 시리즈의 첫 문을 여는 인터뷰 대상자로 선정한 것은 이러한 이미지와는 다소 거리가 있는 의사들의 연합 단체인 전국의사총연합회(이하 전의총) 노환규 회장이다.

그 선정 이유는 이렇다. 신약을 개발하는 것은 제약회사가 그 회사에 종사하는 연구원들이지만, 그 효과와 안정성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임상시험을 거쳐야 한다. 당연히 의사들의 도움이 필요하다. 의료기기도 실제로 사용하고 그 우수성을 평가하는 것은 의사들이다. 여기에 의료관광(글로벌 헬스케어)부분으로 의료산업의 영역을 넓혀서 보면 그 중심에서는 집단은 의사일 것이다. 그런 이유로 의사 연합단체를 가장 먼저 골랐다. 또한 전의총은 창립한지 오래되지 않은 젊은 단체이다. 미래를 묻는데 있어 더 적합할 것이라 판단했다. 미래를 열어가는 것은 이미 시대를 이끌 온 계층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이유로 만난 노환규 회장에게 먼저 한국의 의료산업의 현재에 대해 물었다. 그는 진료,제약,의료기기 등 의료삽업 분야에서 진료부분은 분명한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지방의대의 커트라인이 서울공대보다 높은 수준의 커트라인을 유지하는 등 우수한 인재들이 의과대학으로 몰리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훌륭한 의료인력 배출이라는 면에서는 긍정적인 부분입니다. 이를 기반으로 한국의료가 큰 발전을 이루어 온 것은 사실이기 때문입니다.”

반면 한국 의료가 의료 시스템 문제로 굉장히 왜곡된 형태로 발전해 많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는 점은 문제로 지적했다. 노 회장은 “이 때문에 의료산업의 미래를 긍정적으로만 바라 볼 수 없다.”라고 말했다.

의과대학 쏠림 현상으로 전국에 의과대학 수는 많이 늘었지만, 일부 대학은 국제 인증을 받지도 못하고 있을 정도 편차가 심해, 의과대학 졸업생이라도 모두 일정 수준이상의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한다.

노 회장은 의료 제도 문제로 성형 등 비급여 진료(건강보험 적용이 되지 않아 수가 책정이 자유롭지만 합법적인 진료) 과잉의 문제와 의료기관 간 격차문제는 심각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식당도 스스로 음식값을 정하는데 자유롭지만, 우리나라는 진료수가를 스스로 정할 수 밖에 없는데다 수가 자체가 현실적이지 않다. 그러다 보니 환자를 많이 받을 수 있는 상위 병원만 수익성이 높고, 산부인과나 흉부외과 등 수가가 낮거나 상대적으로 진료환경이 열악한 과에 대한 기피 현상이 두드러진다.”

노 회장은 최근 어깨 질환으로 진료를 받았는데 많은 경험과 실력을 요구하는 시술 비용은 1만원인데 비해 초음파 검사는 9만원이 책정됐다고 했다. 노 회장은 “같은 의사가 봐도 초음파 검사는 3초 정도만 진행됐을 정도로 사실상 필요가 없어 보였다. 하지만 시술 비용으로는 원가 보존이 안되니 병원으로써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였을 것”라고 말했다.

현실과 거리가 먼 수가 정책으로 편법적으로 병원을 운영해 수익을 창출하는 구조적 문제점을 지닌다는 것이다. 상황에 따라서는 환자에게 최선인 진료를 하면 손해를 볼 수 밖에 없어, 차선이거나 선택해서는 안 되는 방법을 환자에게 권유하는 문제들도 생긴다고 한다.

대안으로는 태국의 예처럼 공공의료와 민간의료를 분리하는 것을 제시했다. 공공의료를 통해 국민의 접근성을 보장하면서도 민간병원은 서비스 등의 차별화나 해외 환자유치를 통해 수익을 추구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노 회장은 논란이 되고 있는 영리의료법인 도입에 대해서도 찬성한다는 입장을 들어냈다. 대부분 반대 의견을 표할 것이라는 일반적 생각과는 달랐다. 전의총에서 운영하고 있는 의사 커뮤니티인 닥플에서도 영리법인에 대한 찬성 의견은 40%를 차지한다. 아직 판단을 유보한 30%를 제외하고 보면 반 이상이 찬성 의견을 내는 셈이다.

“아직 전의총 차원의 입장이 정해지진 않았지만 개인적인 의견은 찬성입니다. 의사가 잘하는 부분은 진료인데, 현재는 경영까지도 같이하고 있습니다. 결국 경영이 분리되어야 발전될 수 있다고 봅니다. 또한 의사가 아닌 제3자가 참여하게 됨으로 현 의료제도를 문제를 보다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는 계기가 마련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영리법인 도입은 많은 의사들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의료제도를 개선과 의료산업을 발전을 가져올 것이라 생각합니다.”

끝으로 노 회장은 의료제도 바뀌고 의료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결국 의사들이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존심을 때문에 숨길 것이 아니라 의료 제도 시스템으로 야기되는 의료 사고 등 국민 건강의 해를 끼치는 부분을 의사들이 국민 앞에 공개해야 합니다.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유명 연예인의 로봇시술과 관련한 의료사고 논란도 다 잘못된 의료제도의 부산물입니다. 잘못된 제도로 인해 결국 국민들이 피해 입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야 합니다. 그래야 의료산업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는 제도 개선을 이끌어 낼 수 있고, 이는 국민 건강을 위해서도 꼭 필요한 일입니다. 결국 키는 의사들이 쥐고 있고, 스스로 바뀌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