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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혹한 IT 생태계... "구글 투자한 '특허괴물', 구글 인수 모토로라 모빌리티 소송"

[재경일보 김상고 기자] '특허 괴물(patent troll)' 인텔렉추얼벤처스(Intellectual Ventures)가 최근 구글이 인수한 모토로라 모빌리티를 상대로 특허 소송에 나섰다.

그러나 인텔렉추얼벤처스는 구글이 투자한 기업이라는 점에서 모토로라에 대한 공격은 자신의 투자자인 구글을 공격하는 것과 마찬가지라 적군과 아군이 없는 냉혹한 IT 생태계의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을 비롯한 외신들은 인텔렉추얼벤처스가 6일(현지시간) 안드로이드 OS를 채택한 모토로라 모빌리티를 상대로 파일전송 등 6가지 특허를 침해했다며 델라웨어 법원에 특허 소송을 제기했다고 7일 일제히 보도했다.

인텔렉추얼벤처스는 소장에서 모토로라 모빌리티가 이들 특허를 통해 20억 달러 이상의 수익을 올렸다고 주장했다.

인텔렉추얼벤처스는 마이크로소프트(MS) 임원 출신인 네이선 미어볼드가 지난 2000년 설립한 회사로, 현재 3만5,000개가 넘는 특허권을 보유하고 있으며 구글을 비롯해 마이크로소프트, 노키아, 소니, 애플, 시스코, 버라이존 등이 각각 투자했다.

인텔렉추얼벤처스는 그동안 MS, 아마존 등 IT 대기업들에 대해 직접적인 소송을 걸기 보다 이들로 하여금 자신들에게 투자를 하도록 유도하며 특허에 따른 이익을 취해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특허 침해 기업들을 대상으로 직접 소송을 제기하고 있다. 지난 해 12월에는 하이닉스를 비롯해 엘피다, 시만텍, 맥아피, 트렌드마이크로 등에 소송을 걸었다.

이번 소송과 관련해 인텔렉추얼벤처스의 소송 담당 수석 변호사인 멜리사 피노치오는 "인텔렉추얼벤처스는 그 동안 세계적인 모바일 업체들과 성공적으로 라이선싱 계약을 맺어왔지만 모토로라 모빌리티와는 불행하게도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며 "우리는 투자자와 고객들을 위해 우리의 지적재산권을 보호해야 할 책임이 있다"며 소송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이번 소송으로 인해서 모토로라 모빌리티를 인수한 구글과 인텔렉추얼벤처스와의 관계가 앞으로 꽤나 어색해질 것으로 보인다. 소송을 건 것 자체가 구글로서는 기분 나쁠 수 있는 일인데다, 소송에서 패해 모토로라 모빌리티가 인텔렉추얼벤처스에 특허 수수료를 낸다면, 결국 구글이 수수료를 내는 것과 같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번 소송은 모토로라 모빌리티가 채택한 스마트폰의 운영체제(OS)인 안드로이드에 대해 문제삼았기에 동일한 OS를 사용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LG전자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특허 문제와 관련해서 인텔렉추얼벤처스와 이미 합의가 이루어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11월 인텔렉추얼벤처스가 삼성전자와 포괄적인 협력관계를 맺었다고 밝힌 바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