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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제멋대로' 카드수수료, 책정 기준이 뭐야 '불만고조'

[재경일보 전재민 기자] 금융감독당국과 여신금융협회가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에 대한 전면적인 점검에 나섬에 따라 지금까지 아무런 원칙 없이 마치 '엿장수 마음대로' 카드사의 책정에 따라 주먹구구식으로 적용되던 카드 수수료율이 합리적으로 개선될지 주목되고 있다.

최근 중소 자영업자, 주유소, 유흥업소 등 전방위적으로 카드 수수료 논란이 불거지면서 들쭉날쭉한 카드수수료율이 도마 위에 오르자 정치권에서도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는 지난 18일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율 차등부과 금지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국회 지식경제위원회에서도 다음 달 7일 은행과 신용카드사의 수수료에 대한 청문회를 열기로 했다.

일각에서는 카드 수수료와 관련해 업종에 따라 수수료를 차등 부과하는 것에 대해 문제를 삼으며 200여개에 달하는 업종별 수수료율을 결제금액과 건수 등에 따라 단순화하자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가맹점 수수료 '카드사 마음대로'

당국이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율에 대한 타당성 점검에 착수한 것은 카드사들의 업종별 수수료율이 아무런 원칙도 없고 합리성이나 일관성을 전혀 찾아보기 어려운 상태이기 때문이다. 카드 수수료 문제가 지금에서야 문제가 된 것이 이상할 정도라고 할 수 있다.

25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현재 업종별 수수료율은 1% 중반부터 4% 중반까지 천차만별이다.

중간값으로 따졌을 때 KB카드는 유흥 및 사치업에는 4.50%의 수수료율을 부과하는 한편, 주유소, 종합병원, 골프장 등에는 절반에도 못 미치는 1.50%의 수수료율을 적용하고 있다.

롯데카드 역시 유흥 및 사치업의 수수료율은 4.50%, 숙박, 노래방, 홈쇼핑 및 인터넷판매 등은 3,50%, 슈퍼마켓, 할인점, 편의점 등은 2.0%, 주유소, 종합병원, 골프장 등은 1.50%로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비씨카드나 현대카드, 삼성카드, 신한카드, 하나SK카드 등 다른 주요 카드사들의 수수료율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이는 해당 카드사들의 체크카드 수수료율이 업종 구분없이 1.50~1.70%로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 것과 대비를 이룬다.

◇소규모 가맹점 중심 결제금액 급등해 영세업자들 불만고조

더욱이 올해 들어 소액결제가 많은 업종에서 카드 사용이 급등한 것으로 나타나 소상공인들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소액의 결제를 하는 사람들은 늘고 있는데, 이 업종의 카드수수료율이 높다보니 실제로 손에 떨어지는 수익이 작아지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소액결제가 많은 편의점, 슈퍼마켓 등에서 사용한 신용카드 액수가 지난해보다 큰 폭으로 상승했다. 한은이 분류한 44개 유형(기타 항목 제외) 가운데 지난해보다 신용카드 결제금액이 가장 많이 늘어난 업종은 편의점으로, 올해 1~8월 중 편의점에서 결제한 액수(1조34억6천600만원)가 지난해보다 47.5% 급등했다. 슈퍼마켓(26.7%)과 대중교통(21.8%), 제과점(19.5%), 홈쇼핑 및 인터넷판매(19.0%) 등도 20% 안팎의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이들 업종은 그러나 소액결제가 많은 탓에 전체 결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편의점과 제과점 각 0.5%, 슈퍼마켓 3.7%로 미미한 수준에 그쳤다. 게다가 현재 각 카드사가 슈퍼마켓이나 편의점, 제과점 등에 적용하는 수수료율은 2~3%로 높은 편이어서 이들 가맹점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최근 가맹점 수수료율에 대한 인하 요구가 여기저기서 중구난방식으로 나오니까 이참에 전반적으로 정리해 볼 필요가 있다"면서 "업종별 수수료율이 제각각인데 요율이 책정된 데 합리적이고 공정한 근거가 있는 건지 아니면 교섭력이 약한 중소가맹점을 차별하는 관행이 작용한 건지 분석해보겠다"고 밝혔다.

◇이해당사자 간 이견 조율 관심

수수료율은 일반적으로 카드사의 자금조달비용, 매출액, 결제대행업체(VAN사) 지급 비용, 사고율(사용자가 돈을 갚지 않을 확률) 등을 고려해 책정된다. 하지만 자금조달비용이나 VAN사 지급비용이 가맹점마다 현격한 차이를 보일 수 없고, 사고확률이 높은 사용자가 특정 업종을 많이 이용한다고 볼 수도 없기 때문에 이러한 기준들로 업종별 수수료율의 격차를 모두 설명하기 어렵다. 이로 인해 상대적으로 비싼 수수료를 내야 하는 가맹점들의 불만도 극에 달해 있는 상황이다.

가장 많은 수수료율을 적용받는 업종인 유흥 및 사치업의 경우, 최근 카드 수수료 인하 대상에서 제외되자 강한 불만을 토로하며 다음 달 대규모 공동시위를 예고했다. 주유소업계 역시 "주유소 마진이 5~6%밖에 되지 않는 상황에서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율은 1.5%나 돼 대책이 필요하다"며 수수료 인하 운동에 가세했다.

이런 가운데 현재 200여개에 달하는 업종별 수수료율을 결제금액과 건수 등에 따라 단순화하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카드사들은 중소가맹점 수수료 인하 조치로 올해 순익이 2천여억원 가까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데, 여기에 더해 모든 업종에 대해 수수료율을 같게 매기면 적자가 불가피하다며 반발하고 있다.

한국금융연구원 이재연 선임연구위원은 "현재 수수료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마케팅 비용과 VAN사 수수료"라면서 "수수료율을 낮추려면 우선 이 부분을 줄일 방안을 고민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