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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위아 지분 급매각, '지주사 체제 전환 위한 현대차그룹 포석 의문 제기'

[재경일보 김현수 기자] 현대차와 기아차가 현대위아의 지분 10%를 급 매각 처분하면서 지주사 체제롤 전환하기 위한 현대차그룹의 포석이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1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현대차와 기아차는 각각 현대위아 지분 168만1643주, 89만1368주를 전날 '블록딜 형식'으로 처분한 것으로 알려졌다.

매각 가격은 현대위아의 전날 종가인 13만8500원에서 5% 할인된 13만1600원으로 총 매각 대금은 3386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써 현대차와 기아차의 현대위아 지분율은 종전 51.02%에서 41.02%로 줄어들었다.

반면, 현대ㆍ기아차 측은 이번 매각과 관련 매각을 통해 조달한 자금을 차량용 반도체 등을 제조하는 '현대차전자'에 투자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이번 매각은 현대차그룹이 순환출자를 해소하고 지주사 설립을 위한 것으로 보고 있으며, 현금 확보를 위한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토러스투자증권 양희준 연구원은 "현대차와 기아차의 현금성 자산 보유액은 13조2000억원에 이른다"며 "3000억원 가량의 현금 확보를 위해 자회사의 지분매각을 선택한 배경에 대해 의구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현대차그룹의 순환출자 구조는 현대차가 기아차의 지분 38.7%를 갖고 있고 기아차가 현대모비스의 지분 16.9%를, 현대모비스가 현대차의 지분 20.3%를 보유하고 있다.

또한 현대차와 기아차가 각각 계열사인 현대카드ㆍ현대하이스코ㆍ현대파워텍ㆍ현대위아 등의 지분을 나눠 갖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대차그룹이 지주회사로 변신하기 위해서는 우선 현대차와 기아차가 공동으로 지분을 가진 계열사의 주식을 한 회사에 몰아줘 주주를 통일해야하기 때문에 이러한 움직을 보이는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현대증권 전용기 연구원은 "만약 현대차가 현대위아의 지분매각 대금으로 현대하이스코 지분을 추가 취득한 뒤 현대하이스코 지분 40%를 기아차에 주고 대신 현대위아ㆍ현대다이모스ㆍ현대파워텍ㆍ현대오토에버의 지분을 받아오는 거래를 하면 지주회사 설립을 위한 첫 난관을 넘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음은 현대차ㆍ기아차ㆍ모비스의 '트라이앵글' 구조 정리를 통해 모비스 중심의 지주회사를 만드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현대글로비스의 주가가 대폭 상승할 경우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전 연구원은 "현재 19만원 수준인 현대글로비스의 주가가 30만원대로 오르면 기아차가 보유한 모비스 주식과 맞교환이 가능해 진다"며 "현재 기아차의 현대모비스 지분 가치와 현대글로비스의 주식가치 차이가 1조5000억원 가량돼 당장은 힘들지만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맞교환이 가능해져 정몽구 회장 일가가 현대글로비스의 지분을 기아차에 넘기고 기아차가 보유한 모비스의 지분 16.9%를 넘겨 받으면 모비스 중심의 지주회사가 설립될 수 있을 것이다"고 덧붙였다.

한편, 다른 의견을 가진 전문가들은 "워낙 거대한 지분들이 교환돼야 하는 상황으로 현실적 어려움이 클 것이다"며 "현실적 신호가 없다면 확대 해석은 힘들 것이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