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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개혁, 이스라엘처럼] ④ 회사·증권관련 사건 전담법원

[재경일보 김동렬 기자] 12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거의 모든 후보들이 '경제민주화'를 가장 중요한 대선 공략으로 내세우고 있다.

그 핵심적인 내용에는 재벌개혁 방안이 포함돼 있는데, 그럼에도 후보들의 재벌개혁과 관련된 공약에는 새로운 것이 없다. 대부분의 캠프들이 순환출자를 금지시키고 출자총액을 제한하고 계열사간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겠다고 하는 정도의 정책들을 내세우고 있으며, 이러한 정책들은 오래전부터 논의되어 온 것들에 불과하다.

물론 이러한 정책들도 얼마나 강한 의지를 가지고 집행하느냐에 따라 상당한 효과가 있을 수도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재벌 문제에 있어 우리와 비슷한 입장에 놓여있던 이스라엘 정부가 시민들의 시위(이스라엘판 Occupy Wallstreet)를 계기로 추진키로 한 재벌개혁 제도들을 살펴봄으로써, 한국의 재벌개혁과 관련해 어떤 시사점이 있는지 찾아본다.

[대선기획 - 재벌개혁, 이스라엘처럼]

① 일감몰아주기 사전 차단규제

② 이사회·사외이사 '제대로'

③ 정부의 사후적 심사 권한

④ 회사·증권관련 사건 전담법원

⑤ 비상장회사도 예외란 없다

이스라엘의 재벌개혁 방안에 있어서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회사 및 증권관련 사건만을 전담하는 특별법원을 설치했다는 것이다.

전문성과 신속성을 요하는 증권 및 회사법 관련 사건을 순환적으로 보직을 맡는 판사로 구성된 법원이 다루는 경우 사건의 신속성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전문성을 함양하기 어려운 문제를 안고 있다. 우리나라도 회사법과 증권거래법만을 다루는 특별 법원의 설치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가 왔다.

대륙법 체계를 따르고 있는 우리나라의 경우 조문화된 법률만을 가지고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진화하고 있는 회사의 행태나 증권 관련 사안에 대해 사법적 판단을 하기에는 부족함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신속한 사건 처리와 전문성을 가지고 있는 특별 법원의 설치는 꼭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스라엘 정부는 2010년 12월 텔아비브(Tel Aviv)에 증권과 회사법(Tel Aviv District Court's Specialized Department of Securities and Company Law Litigation)만을 다루는 특별법원을 설치했다.

이 특별법원에서 다루는 사안은 회사법(Company Law), 증권거래법(Securities), 합작투자신탁법(Joint Investment Trust Law), 투자자문 규정(Regulation of Investment Advice), 투자업 및 자산운영법(Investment Marketing and Portfolio Management Law), 이러한 법률의 하부 시행령과 관련된 사건들로 국한된다.

특별법원은 이러한 법과 관련이 있는 민사뿐만 아니라 형사 사건을 다루도록 하고 있다. 또한 집단 소송과 단독 대표소송을 막론하고 모두 관할하도록 하고 있다. 추가로 정부 기관인 ISA, TASE 및 회사 등록처 등과 관련한 행정행위와 관련된 사안들도 다룰 수 있도록 특화했다.

특별법원에서 다룬 첫 사건이었던 'Makhteshim Agan and Koor Industries' 사건에서 특별법원은 특수관계인간의 거래와 관련해서 비록 회사내의 모든절차를 준수했다 하더라도 추가로 '완전한 공정성'의 기준을 준수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다.

완전한 공정성이란 '주주들은 가능한 최고 높은 가격(the best possible price)을 받을 권한이 있으며, 지배주주의 경우 다른 주주들이 손해를 보도록 하는 어떠한 거래도 할 권한이 없다'고 해석했다.

이 사건의 파급효과는 실로 엄청났다. 이스라엘의 법원이 이 판결을 통해 드디어 미국의 델레웨어 주 법원과 마찬가지로 특수한 이해관계가 있는 거래(selfdealing transactions)에 대해서는 절차의 준수뿐만 아니라 실질적인 내용까지도 사법적 판단(judicial review)의 대상으로 삼겠다는 의지를 표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