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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도 엔저 비상… 수출기업 지원에 총력

[재경일보 이형석 기자] 수출기업뿐만 아니라 은행권에도 엔화 약세로 비상이 걸렸다.

일본 회사와 경쟁하는 수출 기업의 채산성이 악화될 경우 고객 기업의 부실로 인해 은행도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은행들은 원ㆍ엔 환율 변화에 민감한 기업들을 대상으로 환율 변동 위험 관리 서비스를 강화하는 한편 자금지원도 확대하고 있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원·달러 환율에 이어 원·엔 환율마저 최근 가파르게 떨어지고 있어 상담을 원하는 수출업체가 늘어난 영향으로 올해 기업금융부 산하에 있는 컨설팅팀 인원을 20%가량 늘릴 계획이다.

신한은행은 외환 컨설팅은 전문성이 중요한 만큼 회계 전문가와 엔화 관련 최고 베테랑 직원을 보강해 수출기업의 애로사항 해결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수출기업을 위해 운영했던 5000억원 규모의 특별대출도 한도가 소진되면 규모를 더 늘린다는 계획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중소기업 지원을 위해 컨설팅 서비스를 유료에서 무료로 전환했다"며 "올해는 엔저 상황을 고려해 일본 수출 기업에 집중하여 컨설팅해줄 예정이다"고 밝혔다.

지난해 11월과 12월 전국을 돌며 `환율전망 및 환 위험 관리 설명회'를 17차례 열었던 기업은행은 올해는 기업체가 거래 영업점에 신청하면 언제든지 본점 직원이 현장을 방문해 상담해주는 `환 위험 관리 컨설팅'을 해준다는 계획이다.

외환은행은 수출기업을 위해 지난해 9월부터 5억달러 규모로 특별 운영해온 네고 지원 펀드 규모를 10억달러로 불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농협은행은 환율변동에 따른 위기단계별 대응방안을 점검하고 자동차, 석유·화학, 철강 등 환율 하락에 취약한 업종의 기업 관찰을 강화하기로 했다.

은행권에서는 정책당국과 협조해 우량 수출기업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방안과 본점 국제업무부 내 현장지원반의 인력을 늘리는 등 외국환 업무에 대한 현장 컨설팅을 강화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은행들이 이처럼 수출기업을 돕기에 나선 것은 원ㆍ엔 환율 하락세가 장기화하면 대 일본 수출업체나 일본 기업과 직접 경쟁하는 수출업체들의 수익성이 악화할 수 있는데다 최근에 특히 원·엔 환율 하락 속도가 빨라 수출기업들이 불안함을 호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은행 자금운용부 관계자는 "원화 강세와 엔화 약세가 같이 나타나면서 원·달러 환율보다 원·엔 환율 변동성이 더 큰 상황이다"라며 "특히 1,300원대와 1,200원대가 무너진 것이 비교적 최근이어서 기업들이 느끼는 하락속도는 매우 빠르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해 1월 2일 100엔당 1,503원대까지 올랐던 원·엔 환율은 이달 초 1,174원 선까지 떨어져, 지난해 1월 일본에 1억 엔어치 물품을 팔아 15억원을 받았던 수출기업이 올해는 같은 물품을 수출해도 12억원 밖에 받을 수 없는 등 수익성이 크게 악화되고 있다.

은행권은 아직 수출기업이 `위험' 단계에 접어든 것은 아니지만 원·엔 환율 하락세가 이어지면 중소 수출업체부터 부실에 빠질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시중은행 여신 담당 임원은 "원·엔 환율 하락세가 장기간 이어지면 중소 수출업체들이 부실화할 가능성이 있다"며 "일각에서는 원ㆍ엔 환율이 지금보다 더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있어 동향을 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른 시중은행 여신 담당 관계자는 "스트레스 테스트를 따로 하면 기업 사기가 떨어질 수 있으므로 정기 신용조사 과정에서 엔저 취약 기업을 파악해 대응해 나갈 계획이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도 지난 22일 위기관리대책회의를 열어 `환율 하락에 따른 산업계 영향 및 대응방안'을 확정하고 수출입은행과 중소기업진흥공단, 무역보험공사를 통해 수출기업을 돕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