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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지난해 장애인 고용 줄여… 하나·씨티은행·미래에셋증권 꼴찌

[재경일보 이형석 기자] 사회적 책임 이행에 적극 나서겠다고 공언했던 금융권이 지난해 장애인 고용을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권에서는 하나은행과 씨티은행, 증권업계에서는 미래에셋증권, 보험업계에서는 ING생명보험이 꼴찌 수준이었다.

28일 고용노동부가 공개한 '장애인 고용 저조기업 명단'에 따르면, 지난해 6월 말 기준 상시근로자 1000명 이상 민간기업의 장애인 의무고용비율은 2.5%에 불과했으며, 장애인 고용비율이 1.3%를 밑도는 금융사는 22곳(은행 5곳·증권사 9곳·보험사 7곳·카드사 1곳)에 달했다.

고용부는 또 장애인 고용 비율이 의무고용비율보다 현저히 낮은 기업의 명단을 매년 두 번 공개하는데, 이번에 이름이 공개된 금융사들의 장애인 고용비율은 평균 0.76%로 2011년 같은 기간 0.80%보다 0.04%포인트 줄었다.

은행권에서는 하나은행이 상시근로자 8780명 가운데 장애인 60명(의무 고용인원의 0.68%)을 뽑아 꼴찌를 기록했다. 특히 전년 같은 기간(0.71%)보다 장애인 고용비율이 더 낮아졌다.

그 다음은 한국씨티은행 0.69%, 외환은행 0.75%, 우리은행 0.78%, 스탠다드차타드은행 1.01% 순이었다.

2011년 6월에 은행권 최하위(0.54%)였던 신한은행은 이번 명단 발표 예고기간에 장애인 특별채용을 해 명단에서 빠지는 '꼼수'를 썼지만, 업계에서는 최근 몇 년간 장애인 고용에 속도를 냈던 기업은행 외에는 의무고용비율을 맞춘 은행이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미래에셋증권의 장애인 고용 실적이 0.33%로 의무고용비율을 크게 밑돌면서 꼴찌를 차지했다. 특히 2011년 6월 말(0.36%)보다도 고용 실적이 줄었다.

하나대투증권(0.41%)과 HMC투자증권(0.50%), 우리투자증권(0.61%), 한국투자증권(0.62%), 동양증권(0.67%) 등도 의무고용 비율을 지키지 못했다.

반면 당시 0.29%로 증권사 가운데 고용 성적표가 가장 나빴던 교보증권은 0.86%로 개선됐다.

보험업계에서는 ING생명보험(0.38%), 롯데손해보험(0.62%), 미래에셋생명보험(0.84%) 등이 명단에 이름이 올렸다.

금융사들은 1년에 최대 20억원에 육박하는 고용부담금을 내는 것으로 의무고용을 회피하고 있다.

연말연시 불우이웃 돕기 등 전시성 행사에만 신경 쓰는  반쪽짜리 사회공헌활동을 펼치면서 장애인 고용을 외면하고 있는 금융권의 이같은 행태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고용노동부 측은 불과 2년 전까지 장애인 고용 실적이 저조했던 기업은행이 지난해 은행권에서 유일하게 의무고용비율을 달성(11월 기준 2.54%)한 점을 예로 들면서 금융사의 태도 변화를 촉구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마인드(마음가짐)를 바꾸고 장애인에게 적합한 직무를 개발하려는 노력을 통해 의무고용비율을 달성한 사례가 있다"며 "다른 금융기관도 충분히 (장애인 고용 확대가) 가능하다고 본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