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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 국민행복기금으로 대부업 연체까지 채무 일괄조정 추진

[재경일보 이형석 기자] 가계부채의 가장 취약한 고리인 다중채무(여러 금융회사에 진 빚)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박근혜 대통령이 약속한 '국민행복기금'으로 제도권 금융은 물론 대부업체의 연체채권까지 일괄 매입해 채무를 조정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기존처럼 금융회사가 각자 연체채권을 '처분'하는 방식이 아니라, 기금으로 한꺼번에 여러 금융회사의 연체채권을 '모집·정리'하는 방식이다.

금융당국은 8700억원의 기금으로 1억원 이하 6개월 이상 연체채권을 4~8% 가격에 할인 매입한 후 원금의 50~70% 탕감해주고 나머지는 분할상환하는 방식으로 채무를 조정할 예정인데, 이를 통해 최소 11조원에서 최대 22조원까지의 부채를 정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11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금융위는 가계부채를 이같은 방식으로 해결하기 위해 `국민행복기금 설치에 관한 법률'(가칭) 제정을 추진한다.

법안은 부실채권정리기금 설치 근거인 '금융기관 부실자산 등의 효율적 처리 및 한국자산관리공사의 설립에 관한 법률(자산관리공사법)'과 비슷한 형태로 만들어진다.

국민행복기금법은 현행 자산관리공사법처럼 기금으로 매입할 수 있는 채권의 종류와 매입 대상 금융기관을 지정한다.

채권의 종류는 6개월 이상 원리금 상환이 연체된 1억원 이하 채권이며, 매입 대상 금융기관은 은행, 카드·할부금융사, 저축은행, 상호금융사, 보험사 등이다. 자산 100억원 이상 대부업체의 6개월 이상 연체채권과 자산관리공사(캠코)가 사들인 상각채권(금융회사가 손실 처리한 채권)도 포함된다.

금융위 관계자는 "금융감독원이나 국민행복기금이 금융회사와 협의해 매입 대상 채권을 정한다"며 "은행권의 매입률이 비은행권보다 높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국민행복기금은 채무자의 신청을 받아 채무조정이 결정되면 여러 금융회사에 흩어진 연체채권을 일괄 매입해 원금을 50~70% 탕감하고 분할상환 약정을 맺는다.

이와 성격이 비슷한 캠코의 신용회복기금이 금융회사가 상각해 넘긴 채권만 수동적으로 받아 채무를 조정한 것과 비교해 운용 방식이 다르지만, 채무자와 금융회사의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기 위해 채무자 재산현황 조사와 회계법인의 채권가격 평가가 병행된다.

캠코 관계자는 "8개 금융회사에 빚을 갚지 못한 다중채무자도 있다"며 "이들을 구제하려면 다중 채무의 일괄 매입이 가장 효율적"이라고 설명했다.

금융회사로부터 채권을 매입할 때 적용하는 할인율은 채권 금융회사의 성격에 따라 과거 무수익채권(NPL·Non Performing Loan) 회수 경험률에 비춰 차등화한다. 은행에 8%, 카드·할부금융·저축은행에 6%, 대부업체 4%, 보험사 등 기타부문에 4%의 할인율 적용이 검토되고 있다. 할인율은 해당 금융회사의 특징을 고려해 조정될 수 있다.

금융회사에는 채권매각 대금을 ▲즉시 모두 주거나 ▲절반은 즉시 주고 나머지는 채권회수 이후 주거나 ▲전액 채권회수 종료 이후 주는 방식을 검토 중이다.

기금 재원으로는 신용회복기금 잔액 8700억원을 먼저 활용한다. 이 가운데 현금은 5000억원이다. 4~8%의 할인율을 감안하면, 최소 11조원에서 최대 약 22조원의 연체채권을 정리할 수 있다.

채무조정 신청이 늘어 재원 소요가 많아지면 부실채권정리기금 잉여금의 정부 배당액은 물론 은행 배당액도 끌어다 쓰기로 했다.

금융위는 국민행복기금법 제정에 앞서 금융권과 협약을 맺고 이달 말 국민행복기금 출범식을 열 계획인데, 이번 출범식에는 박 대통령도 참석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위 관계자는 "기금 출범까지 시간이 촉박하다"며 "일단 기금을 먼저 만들고 나중에 법을 내놓는 방식이 돼도 무방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