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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 신용불량자 구제 대상 제한… 경영 실패자 걸러내고 자활의지 따진다

[재경일보 이형석 기자] 정부가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로 낙인이 찍힌 신용불량자(현 금융채무불이행자) 구제와 관련, 경영 실패자를 걸러내고 자활의지를 따져 구제하기로 하는 등 도덕적 해이를 차단할 방법을 찾느라 고심하고 있다.

이는 2003년 '카드대란'으로 양산된 신용불량자까지 합치면 구제 대상이 모두 300만명을 넘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가운데, 15년이 넘도록 신용을 회복하지 못한 이들 신용불량자들을 아무런 조건 없이 사면해줄 경우 '퍼주기 지원'이라는 비난받을 소지가 많기 때문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27일 기자들과 만나 IMF 신용불량자 구제와 관련, "IMF 외환위기 때 중소기업이 2만개를 넘어졌는데, 그 중엔 본인이 잘못한 것도 있고 경영책임도 당연히 있지 않겠느냐"며 "그것까지 구제한다는 건 아니다"고 말했다.

이는 최근에야 폐지된 연대보증에 휘말려 들어 다른 사람의 빚을 떠안았거나 당시의 제도적인 지원을 받지 못해 멀쩡한 사업이 무너지는 등 과거 정책실패의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경우로 구제대상의 범위를 한정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구제 방안은 신용불량 기록을 삭제해주는 것뿐만 아니라 남은 빚을 탕감해주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관계자는 "12년이 지나면 연체 기록은 없어지는데 법원에는 신용불량 기록이 남아있다"며 "그래서 신용보증기금에 있는 기록을 보고 수작업으로 자료를 뒤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자료를 찾아봐야 구제 대상의 규모가 얼마나 되는지 파악해 구제 범위를 추산하고, 재원 마련도 분배할 수 있다"며 "기본적으로 할 일은 대상을 찾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자활의지를 구제 신청 여부로 판단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는 자포자기해 구제 신청조차 하지 않은 사람까지 정부가 나서서 구제해주지는 않겠다는 의미다.

청와대 관계자는 "기준에 맞으면 (구제를) 신청하라고 알린다. 우리는 공정한 기회를 드리고, 이분들이 나서서 신청하는 것 자체가 자활의지를 보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이번에 무조건적으로 신용을 회복할 수 있는 건 아니다. 금융채무는 엄연히 '사적(私的) 계약'의 결과물이어서 채무 자체를 없애기는 법률적으로 어렵다.

오랜 기간이 지난 만큼 이들의 신용등급과 금융 접근성에 악영향을 주는 연체 기록을 삭제하되, 빚을 일부라도 갚는 조건이 붙는 것이다.

이에 금융위 고위 관계자는 "신불자 딱지를 완전히 떼려면 어느 정도 채무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아직 채무 탕감의 범위까지는 정하지 않았지만, 국민행복기금과 비슷하게 채무자의 연령과 재산 등을 따져 최대 50%까지 빚을 감면해주고 나머지는 재기하고서 나눠 갚는 방식이 유력해 보인다.

하지만 자발적 신청자에 한해 일부만 빚을 탕감하는 조건을 달아 신용을 회복시켜준다는 원칙을 세웠음에도 불구하고 개인의 경제적 선택에 따른 결과인 연체 채무와 신용등급까지 정부가 해결해주는 게 바람직한지를 놓고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8일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IMF 때 사업실패 등으로 금융거래 자체가 막혀서 새로운 경제활동을 못 하는 국민이 많다"며 단순한 구제 차원을 넘어 이들이 경제활동에 참여할 기회를 주는 대책을 마련하도록 정부에 주문한 바 있다.

이에 IMF 신불자 구제 작업은 박 대통령의 주문에 따라 현재 금융위원회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