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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계은행 장기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 이달 중 중단 불가피… 서민 피해 우려

[재경일보 이형석 기자] 대표적인 서민주택금융상품으로 주목을 받아온 장기고정금리형 주택담보대출인 적격대출이 판매한도 소진으로 이달 중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

금융당국이 지난해 적격대출 과열을 우려해 은행별 판매한도를 정해놓았는데, 한국스탠다드차타드(SC)은행과 씨티은행 등 외국계은행을 중심으로 한도를 거의 소진한 은행이 속출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적격대출을 원하는 서민들을 위해 판매한도를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SC은행과 씨티은행 등 외국계은행은 적격대출 판매 한도가 거의 차 이달 중순께 판매를 중지할 예정이다.

지난해 은행 중에서 적격대출을 가장 먼저 출시했던 SC은행은 한도가 2조9000여억원인데, 이미 2조8000여억원을 소진해 남은 한도가 거의 없다. 씨티은행도 적격대출이 2000여억원 정도만 한도가 남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별로 적격대출 한도를 정해놓다 보니 고객이 원해도 더 팔지 못하는 상황에 처하고 있다"며 "금융당국이 한도를 늘려주지 않으면 이달 중순께 외국계은행은 적격대출을 중단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라고 밝혔다.

신한은행, KB국민은행 등 국내 시중은행도 적격대출 수요가 몰릴 경우 조만간 한도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은행들은 이에 적격대출 판매 중단 사태를 막기 위해 금융당국과 주택금융공사 등에 한도 증액을 요청했지만 별다른 답을 듣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이런 가운데 올해 1분기 시중 은행의 적격대출 판매는 2조5000억원으로 지난해 4분기 6조5000억원에 비해 4조원이나 감소해 금융당국의 적격대출 과열 우려는 어느 정도 해소된 상태다.

주택금융공사의 대표적인 주택담보대출 '보금자리론'은 올해 1분기 3조원을 팔아 적격대출보다 규모가 크지만, 은행별 한도가 없어 은행 간 자유로운 경쟁을 허용하고 있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적격대출 금리는 은행별로 달라 금리 경쟁으로 더 낮은 금리를 금융 소비자에게 제공하고 있다"며 "적격대출의 은행별 한도를 굳이 제한할 필요성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적격대출 판매가 이달 중순 중단될 경우 서민들이 피해를 볼 수 있어 판매한도의 증액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적격대출은 변동금리로 들쭉날쭉하는 이자 부담에 시달리기보다 저렴한 고정금리로 주택담보대출을 갈아타고자 하는 서민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적격대출은 9억원 이하의 주택을 담보로 최저 10년에서 최장 35년까지 분할상환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장기·고정금리 대출상품으로, 고정금리여서 금리가 아무리 올라도 이자 부담이 늘지 않는다. 또 주택가격이 내려도 대출만기가 장기간인데다 매달 조금씩 갚아나가는 방식이어서 원금상환 압박이 없어 전체 적격대출 공급액의 약 70%가 기존 변동금리대출을 갈아타려는 수요다.

지난해 3월부터 SC와 씨티은행이 선두로 적격대출 판매에 나섰으며, 하반기에는 농협은행 등 모든 시중은행이 뛰어들어 20조원 넘게 팔리는 폭발적인 호응을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