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번째 명단, 예보·정리금융공사 6명 페이퍼컴퍼니 설립

재경일보 박성민 기자 (smpark@jkn.co.kr) 박성민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기사입력 2013.06.15 19:25:06

ICIJㆍ뉴스타파, 시민참여 방식으로 조세도피 추적

[재경일보 박성민 기자] 뉴스타파가 15일 발표한 '조세피난처 프로젝트' 7번째 명단에는 예금보험공사와 예보 산하 정리금융공사 출신 임직원이 페이퍼 컴퍼니를 세운 것으로 나타나 의혹을 낳고 있다.

비영리 독립 언론 뉴스타파가 이날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지하 1층 느티나무 홀에서 연 기자 회견에서 공개한 명단은 2개의 페이퍼 컴퍼니로, 유근우·진대권·김기돈 등 예보와 예보 산하 정리금융공사 출신 임직원 6명이 조세피난처인 버진아일랜드에 페이퍼 컴퍼니를 설립한 것으로 나타났다.

IMF 당시 부실 금융기관으로 지정 돼 퇴출된 삼양종금과 동화은행 출신 인사도 눈에 띄었다. 두 페이퍼컴퍼니 모두 IMF 외환위기가 한창이던 1999년 9월과 12월 설립됐다.

이에 대해 예보는 "부실 금융기관으로 퇴출된 삼양종금의 해외 자산을 회수하기 위한 방편이었다"고 해명했다. 삼양종금 해외 자산이 주로 홍콩과 중국 등지에서 복잡하게 구성된 부동산 형태가 많아 신속한 회수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으며, 페이퍼컴퍼니 설립도 내부 절차에 따라 적법하게 진행됐다고 밝혔다.

예보 측은 페이퍼 컴퍼니를 통해 지금까지 2000만 달러 이상의 공적 자금을 회수했다고 밝혔다.

뉴스타파는 예보의 페이퍼 컴퍼니 설립과 관련, 문제점으로 먼저 예보 이름이 아닌 직원 개인 명의로 페이퍼 컴퍼니를 만든 점을 들었다.

아무리 IMF 외환위기 시기였다 하더라도 순수하게 공적 자금 회수가 목적이었다면 오히려 예보 이름으로 페이퍼 컴퍼니를 만드는 게 정석이라는 것. 수천 만 달러의 금융 자산이 예보 직원 개인 명의의 페이퍼컴퍼니와 이와 연결된 해외계좌로 오갔다면 그 과정에서 금융 사고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뉴스타파는 말했다.

또한 페이퍼 컴퍼니 운영 전반 내역을 관리 감독기관인 금융위원회는 물론 국회에도 제대로 보고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뉴스타파의 취재 당시 예보 담당 직원도 페이퍼 컴퍼니의 존재를 몰랐을 만큼 철저히 비공개로 운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뉴스타파에 따르면 2000년 제정된 '공적자금관리 특별법'의 최소비용의 원칙 조항을 보면, 금융위는 예보에 부실 금융기관에 대한 출자 또는 유가증권의 매입을 요청하는 경우, 최소비용의 원칙을 준수하였음을 입증하는 자료를 정부에 제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뉴스타파는 "국민의 세금인 공적자금이 제대로 사용되고 있는지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인데 예금보험공사가 사실상 관련법을 어긴 셈"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예보는 페이퍼 컴퍼니 운용과 관련한 기록을 제대로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공적자금관리특별법을 보면 예보는 공적자금의 지원이 최소 비용의 원칙에 따라 이뤄졌음을 입증하는 자료를 작성·보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뉴스타파 측는 여러 차례 예보에 페이퍼 컴퍼니 운용과 관련한 기록을 제시해 줄 것을 요구했고 특히, 예보가 문제의 페이퍼 컴퍼니를 통해 2000만 달러 가량의 자금을 회수했다고 밝혔기 때문에 당시의 매각 자산 목록과 자금거래 내역을 공개해 줄 것을 요청했다.

그래야만 페이퍼 컴퍼니를 통한 자금 회수 과정이 적절했는지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예보는 관련 자료를 내놓지 못했다.

뉴스타파는 "결국 예금보험공사는 공적자금을 회수한다는 명분으로 조세피난처에 페이퍼 컴퍼니를 세웠고 이를 통해 수천만 달러를 회수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유령회사 운영 사실은 십년 넘게 베일에 가려진채 감독기관이나 국회에 제대로 보고도 되지 않았고, 관련 기록이 얼마나 보관되고 있는지조차도 확인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예보 측은 "당시 한국은행에 페이퍼컴퍼니 설립 사실을 신고한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라며 "다만 10년 이상 지난 일이어서 이 사실을 증명할 수 있는 서류를 찾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해명했다.

자산 환수가 끝났는데도 페이퍼컴퍼니를 폐쇄하지 않은 것에 대해선 "현지에서 이 자산과 관련된 소송이 최근까지 진행됐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한편, ICIJ와 뉴스타파는 조세피난처 프로젝트를 15일부터 크라우드 소싱, 즉 대중들의 지식과 정보를 모아 새로운 사실을 밝혀내는 형태의 시민참여 방식으로 전환해 지속적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ICIJ는 한국시간으로 15일 오전 11시, 영국령 버진 아일랜드 등 10개 조세피난처에 설립된 10만여 개의 페이퍼컴퍼니 관련 정보를 세계 모든 사람이 접근해 검색할 수 있는 인터랙티브 데이터베이스 시스템을 개발, ICIJ 홈페이지에 전면 공개했다.

뉴스타파도 ICIJ의 데이터베이스 공개에 맞춰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만들 때 한국주소를 기재한 사람과 기업의 목록과 정보를 담은 DB를 뉴스타파 웹사이트에 개시하고 지식과 정보를 구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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