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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되는 IS의 도발, 한국인이었다면?

 

[재경일보 방성식 기자] = 이슬람 국가(IS)는 1일 고토 씨로 추정되는 남성이 살해되었음을 알리는 1분 가량의 동양상을 인터넷을 통해 공개했다. 이 영상은  ‘일본 정부에 대한 메세지’란  란 문자로 시작하며 고토 씨 옆에 복면을 쓴 남성은 일본 정부가 그의 죽음에 책임이 있다고 발언한다. 아베 신조 총리에게 “이길 수 없는 전쟁에 동참하는 부주의한 결정 때문에 이 칼은 겐지 뿐 아니라 너희 국민을 계속 겨냥할 것”이라며 “일본의 악몽이 시작 될 것”이라 말하기도 했다.

IS가 처음 인질인 하루나씨를 살해한 이유는 일본정부가 몸값 요구에 응하기 않았기 때문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IS는 지난달 20일 일본일 유카와씨와 고토 씨가 찍힌 영상을 공개하며 72시간 안에 2억 달러를 주지 않으면 이들을 살해할 것이라 협박했었다. 이후 지난달 29일 일몰까지 요르단에 수감중인 사형수 사리다 알리샤워와 고토 씨를 교환하지 않으면 자신들이 생포한 요르단의 조종사 마즈 알카사스베 중위를 살해하겠다고 위협했다.

결국 일본의 두 인질과 알카시스베 중위 모두 IS에 의해 살해당한것으로 밝혀졌다. 불과 이틀 전만 해도 포로간 교환이 성공해서 고토 풀려날 가능성이 보였기에 그의 사망소식은 더욱 안타깝다. 그리고 인질 석방을 위한 일본의 대응 역시 도마위에 오르게 되었다.

◎ 일본 정부의 무능력한 협상모습, 선진국 일본에 걸맞지 않다

일본 정부는 자국의 국민이 인질로 잡히고 살해 위협을 받는 순간에도 ‘미지근한’ 반응을 보여주었다. 비록 인질 구출의 단계로 나가는 한 쪽 발이 요르단에 걸쳐져 있어 독자적으로 나서기 민감한 상황이긴 했지만, IS의 위협에 “요르단 정부의 협력이 필요하다”는 원론적인 입장만을 내놓을 뿐 IS에 적극적으로 협상을 요구하고 압력을 가하려는 모습은 보이지 않아 세계적인 선진국인 일본의 이름을 무색하게 했다.

IS의 내부인으로 보이는 ‘제 3자’의 중재를 시도한 것으로 추정되지만, 이 역시 만족할만한 성과를 얻지 못했다. IS측에서 인질 석방 합의에 대한 협상 테이블을 상대의 턱 밑까지 내주었던 상황으로 보아 '일본과 요르단 정부, IS간 소통의 문제’가 결정적인 원인이었을 거라는 관측이 나온다. 만약 그렇다면 일본 정부의 빈약한 협상능력은 여론의 뭇매를 맞게 될 것이다.

◎ 영미, "테러와의 협상 없다" 강경… 유럽은 몸값지불이 전통

그렇다면 인질 발생시 정부의 나라별 대처 방법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우선 영미와 유럽 지역은 테러집단과의 협상에 서로 정 반대의 태도를 보인다.

뉴욕타임즈(NYT)는 지난 20일 IS에 의해 최초로 참수되었던 미국인 제임스 폴리와 같은 감옥에 억류되었던 외국인 인질 23명의 석방 여부를 조사했었다. 그 결과 2012년 11월 이후 유럽계 인질들은 대다수가 거액의 몸값을 지불하고 풀려났지만, 미국이나 영국 정부는 인질의 몸값 지불을 강력하게 거부하는 경향이 있어 대부분의 인질이 처형되거나 계속 억류중인것으로 밝혀졌다.

유럽은 고대 로마 제국의 기초를 쌓은 정치가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해적들에게 인질로 붙잡혔다가 몸값을 내고 풀려난 사례가 전통으로 남은 오랜 몸값지불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작년 7월 29일자 YTN 보도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8년 이후 테러단체인 알카에다와 연계조직들에게 지불된 몸값의 출처를 국가별로 보았을 때 프랑스가 5천810만 달러, 스위스가 1천240만 달러, 스페인 1천100만달러 등 유럽으로부터 나온 수입이 최소 1억2천500만 달러에 달했다.

반면 미국 정부는 작년 11월 이후 “테러단체에 몸값을 내는 것은 해외의 모든 미국인을 납치 위험에 노출시키는 것”이란 원론 아래 몸값지불 금지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강력한 군사력을 바탕으로 자국 국민에 위해를 가한 단체에 대해서 처절한 무력 보복을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과거 9?11 터러 후엔 터러범들의 근거지라 판단되는 이라크를 상대로 전쟁을 벌여 터러단체의 수장인 사담 후세인을 검거, 사형 판결을 집행하기도 했다.

중국은 지난 2014년 자국인 10명이 이슬람 과격단체인 ‘보코하람’에 인질로 억류된 적이 있었다. 결국 10명 모두 무사히 풀려나긴 했지만 카메룬 정부에 의해 인질 협상이 진행되었고, 상황이 종료된 후에도 카메룬 정부가 몸값지급 여부 등 석방에 대한 자세한 정황을 밝히지 않았기 때문에 중국 정부가 어떤 대응을 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 한국의 인질협상은 시기적 상황 고려해야… 앞으로 국방의 역할 중요해질 것

우리나라는 2004년 이슬람 무장단체인 '유일신과 성전’에 의해 미국 군납업체 직원으로 이라크에 방문했던 김선일씨가 피랍 및 살해당하는 사건이 있었다. 당시 무장단체는 한국군의 파병 철회를 요구했으나 당시 한국 정부는 “철회는 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라크 전쟁 중 미국과의 동맹관계를 고려해 자국민 보호만을 주장할 수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반면 2007년 샘물교회의 불법 선교활동으로 남녀 신도와 가이드 23명이 탈레반에 의해 피랍된 사건에선 정부의 대응방법이 많이 달랐다. 탈레반은 아프가니스탄에 파견한 한국군을 철수시킬것과, 아프가니스탄 정부가 수감한 탈레반 인원을 모두 석방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당시 한국 정부는 특전사를 투입하여 인질을 구출하는 방법과 협상 사이에서 고민을 많이 했으나, 결국 협상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피랍인원은 탈레반에 의해 살해당한 2명 외 21명이 무사히 생환했다.

하지만 정부는 '테러범과 협상을 했다’는 오점을 남겼고, 인질 협상에 든 비용은 약 2000만 파운드(378억 원)로 미군이 15,000명 규모의 아프가니스탄 군벌을 매수 할 수 있을 정도의 큰 금액이었다는 점에서 오래도록 비난을 받았다. 자국민 보호에만 성공했을 뿐 외교적 역량에 대한 평가는 실추되는 ‘굴욕 외교’라는 평이었다.

다만 당시엔 테러단체에 의한 자국민 납치가 생소한 상황이었고, 위와 같은 상황에 대한 정부의 외교적 역량이 부족했었다는 점, 미국과의 군사적 동맹이 어느때보다 중요했던 시기라는 점을 감안 해야 한다. 또한 우리 정부는 국가안보가 자위권에 그치는 일본과는 달리 ‘아덴만의 여명 작전’에서 보여주듯 자국민 보호를 위해 실질적으로 무력을 행사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 만약 한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테러단체의 피랍사태가 발생한다면 2007년엔 불발로 그쳤던 국방의 역할이 중요해질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