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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 화려함에서 내려와 전문가가 되다

 

2000년대 초반 연예인 다이어트 비디오가 유행했던 시기가 있었다. 이소라, 옥주현 등 당대의 유명 연예인들이 이 사업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어 큰 성공을 얻었다. 개그맨인 이영자 역시 다이어트의 성공으로 체중이 급격히 줄어든 모습으로 방송에 복귀해 '다이어트의 신화'로 불리며 비디오를 제작했지만 이후 지방흡입시술을 받은 것이 밝혀지며 한동안 공중파로 돌아오지 못했었다. 그가 부당한 방법으로 사업을 벌였을 정도로 연예인 다이어트 비디오에 대한 대중의 열풍은 뜨거웠다.

연예인에 대한 대중의 관심 어린 시선은 요 몇 년간의 일이 아니다. 국민소득이 낮았던 8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성공한 연예인은 화려함의 상징이었다. 일반 대중들은 손에 넣는 것이 거의 불가능한 좋은 집과 외제 승용차, 우아한 생활을 했으며, 역시 일반에 허용되지 않았던 해외여행을 다녀오는 모습도 '차원이 다른' 존재임을 실감하게 했다. 특히 촬영차 미국이나 유럽에 방문하는 여배우에겐 존경과 가까운 시선이 따르기도 했다. 대중은 그들의 아름다운 외모 역시 '부'에 기인하는 것이라 생각했으며, 그들의 부유함을 흉내 내고자 연예인이 자주 가는 레스토랑 등 '핫플레이스'를 방문하는 것이 유행하기도 했다.

하지만 90년대 이후 연예인은 '화려하지만 고되고 가난한 직업'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연예인 후보생은 10대부터 기약없는 준비기간을 보내야 하고, 막상 데뷔를하고 인기를 끌어 성공을 손에 넣어도 수입이 변변치 않은 경우가 많다. 연예인은 월 평균 소득이 150만원도 채 안 되는 소득세를 못 내는 직업군으로 분류된다. 사회전반의 경제 수준도 높아지며 연예인들의 빈곤은 더 두드러져 보였다.연예인의 소비형태 역시 트렌디함에 더 가까워져 이전처럼 화려한 삶을 대변하는 위치에서는 내려오게 되었다. 이제 대중은 연예인에게 귀족스러움 보단 젋고, 세련되고, 친근한 이미지를 기대한다. 

그들의 아름다움 역시 부가 아닌, 치밀한 노력과 '관리'에서 나온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수많은 매체가 이미 연예인의 아름다움이 뼈를 깎는 노력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보도했다. 연예인들이 끊임없이 지방을 불태우고, 영양소를 계산에 식단을 챙기며, 때로는 공복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모습을 보며 대중은 연예인을 '아름다움 관리'의 전문가로서 재인식했다. 그리고 그들이 어떻게 운동을 하고 어떤 음식을 먹는지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가수 이효리는 작년 5월 자신의 블로그에서 '렌틸콩'으로 만든 아침식사를 소개했다. 그 덕분인지 2014년도의 렌틸콩 수입금액은 2013년 보다 약 42배나 늘었다. 렌틸콩은 단백질, 비타민, 식이섬유 등이 많이 든 렌틸콩은 열량은 낮고 영양소는 풍부한 '슈퍼곡물'로 꼽힌다. 볼록한 렌즈 모양이어서 '렌즈콩'이라고도 한다. 국내에선 생소했던 곡물이었음에도 연예인 한 명의 취미로 인해 사업 규모의 파급력이 생긴 것이다. 그만큼 이 시대의 연예인은 전문가로서의 잠재성이 있다. 또한 대중의 '뷰티'에 대한 수요는 연예인들에게 최고의 기회를 주는 것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