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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훈 세무칼럼] 지방소득세의 개편과 증세 논란

▲이영훈 세무사▲이영훈 세무사

'증세 없는 복지' 라는 단어가 사회적으로 큰 화두가 되고 있다. 바로 현 정부가 추진하고자 하는 복지정책을 일컫는 말이다. 즉, 추가적인 세금의 부담 없이 복지정책을 펼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러나, 담배세 인상, 연말정산 파동 및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선 등 최근에 불거지고 있는 증세와 관련한 수많은 논란들은 이러한 정책에 끊임없는 물음표를 던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 어느 때 보다 증세에 대한 관심이 많은 요즘, 이번 칼럼에서는 최근 개편이 되었으나 중요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관심밖에 있는 법인지방소득세의 개정사항 및 이와 관련한 증세논란에 대하여 살펴보고자 한다.

법인지방소득세의 개정 내용

2015년부터 법인지방소득세의 신고 및 납부 방법이 개정되었다.

종전에는 법인의 각 사업연도에 대한 지방소득세는 단순히 법인세 총 부담세액의 10%로, 일종의 국세에 대한 부가세(surtax) 의 개념이었으나, 이번 개편으로 2014년 귀속 법인 소득에 대한 지방소득세 신고분 부터는 지방세법에서 별도로 정한 세율을 적용하여 산출한 세액을 신고 납부하여야 한다. 즉, 지방소득세가 그 동안 부가적으로 산출된 세액의 개념에서 탈피하여 완전히 독립적인 세제로서의 자리를 구축하고자 의도한 셈이다.

이번 개정사항을 간략하게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법인지방소득세 세율체계 개정

(2) 종전에는 별도의 신고서 제출 없이 납부만 하면 신고한 것으로 간주하였으나, 2015년부터는 반드시 법인지방소득세를 신고하여야 하며 미신고시 신고불성실 가산세가 부과된다.

(3) 2015년부터 내국법인의 이자, 배당소득에 대한 법인세를 원천징수한 경우, 원천징수의무자는 매달 원천징수한 법인세액의 10분의 1을 지방소득세로 징수하여 다음달 10일까지 납세지 관할 지방자치단체에 납부하여야 한다.

세액공제 및 감면을 제정하지 않는 방법으로 사실상 지방세 증세

이번 지방소득세의 개편에서 가장 주목하여야 할 점은 법인의 경우, 지방소득세의 계산시 각종 세액공제감면의 적용이 일절 배제된다는 것이다. 즉, 개인의 경우와는 달리, 법인지방소득세는 일체의 세액공제, 감면 규정이 적용되지가 않는다. 그 근거는, 현행 지방세특레제한법에는 법인지방소득세 세액공제, 감면에 대하여 특례 항목이 규정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기업이 실질적으로 부담하여야 할 지방소득세액이 상당히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대기업의 경우 법인소득에 대한 지방세액의 크기가 상대적으로 법인세에 비하여 적게 부담될 수도 있으나, 각종 세액공제, 감면의 적용이 상대적으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중소기업들에게는 이번 지방세제 개편으로 인한 지방소득세의 증가가 상당한 부담으로 느껴질 수 있다.

정부는 이번 지방소득세 체계변화로 인하여 기업들이 부담해야 할 세액이 년간 9,000억원 가량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이러한 점으로 미루어 보아 이번 법인지방소득세의 개정은 사실상 지방소득세의 증세라고 보아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문제는 이러한 사실상 증세규정을 신설해놓고도 행정자치부나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이에 대한 홍보 및 설명을 충분히 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고양이 담 넘어가듯 소리 소문없이 증세 논란이 잠재워지기를 기다리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 또한, 기존의 세율 변경을통한 증세 방식이 아닌, 세액 계산 방식의 변경을 통한 증세라는 점에서 일종의 눈속임 증세라는 지적을 피해갈 수는 없을 것이다.

사업자 한 곳을 국세, 지방소득세, 건강보험공단 각각 조사 실시?

이번 지방소득세의 독립세 전환은 세수확보 및 지방의 재정건전성 강화 측면에서 반겨줄 일이기는 하나, 과세체계의 혼란 및 실무상의 번잡함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개정이라는 생각이 지워지지 않는다. 또한, 이번 지방세법 개편이 충분한 사전논의 없이 진행된일이어서 사업자들의 반발이 상당히 거셀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에는 국세신고에 부가된 지방세로 10%를 납부하였다면, 이번 지방소득세제 개편은 지방소득세 징수를 위한 대국민 행정행위를 국세와는 별개로 진행하겠다는 의지로 보아야 할 것이고, 그렇다면 동일한 소득(세원)에 대하여 국세와 지방세, 건강보험조사를 각각 개별적으로 실시할 것이라는 취지로 보인다.

이는 하나의 사업자를 두고 행정부 등 기관이 편의로 각종 조사를 진행할 것으로 예견되는 바, 정부 한쪽에서는 내수활성화를 주창하고 한쪽에서는 기업의 고충은 아랑곳없이 각자의 행정행위만 하면 된다는 이른바 탁상행정의 대표적인 사례가 아닐 수 없다.

따라서, 지방소득세의 개편을 진행하면서 국민과 사업자의 편익을 조금 더 고려하였다면, 어차피 소득을 기초로 하는 지방소득세인 경우에 그 징수를 위하여는 별도로 세무조사를 실시할 것이 아니고, 기존과 같은 방식인 국세징수의 결과에 따르도록 결론지었을 것이다.

지방소득세제의 개편과는 별개의 사항이지만, 이미 알려진 바 있듯이, 건강보험료 건전성을 위한 사업자의 실질소득 파악방법으로 건강보험공단이 사업자의 장부를 조사하는 방식을 취할 수 있도록 관련 법을 개정하여 시행하고 있다. 그렇다면, 국가재정의 근간이 되는 사업자가 국세, 지방세, 건강보험료 등을 납부하기 위하여 짊어져야 할 조사대응 기관은 당초 국세청 1곳에서 3개의 기관으로 늘어나게 되는 것이다.

결국, 하나의 사업자에 대한 행정행위 중복규정은 국민과 사업자에게 업무부담을 지속적으로 가중시키는 결과를 낳을 것이며, 이러한 결과는 국가재정을 위하여 황금알을 낳는 거위인 사업자를 어떤 관점으로 바라보느냐의 시각차이에서 발생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국민편익은 언제나 존중되어야 한다.

지방재정의 안정적인 확보를 위하여 지방소득세 개편이 이루어졌다고는 하지만, 개편 과정에서 조세전문가들에게 조차 충분한 의견 수렴이 되지 않았고, 홍보 또한 매우 부족한 상태이며, 당초부터 국민편익은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번 지방소득세제 개편의 향후 진행이 매우 걱정스럽다. 이에 더하여, 건강보험료 징수방식에 있어서도 사업자에게 이중 삼중고를 더하는 것이어서 건강보험료 징수방법과 함께 이번 지방소득세 개정은 국민편익 측면에서 당초와 같은 방법으로 반드시 원상복구 되어야 한다.

 

세무법인 세림택스 이영훈 세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