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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유니온, "기업이 채용 불합격 이유 설명해야 한다"는 국회 움직임에 환영

청년 노동조합인 청년유니온은 18일 기업이 채용할 때 탈락자에게 그 사유를 설명해야 한다는 법을 추진하는 국회의 움직임에 환영의 뜻을 밝혔다.

논란이 있는 만큼 각론을 정해 나갈 때 사회구성원 간 활발한 논의가 필요하겠지만, 법안의 방향성과 정신은 올바른 방향이라는 게 청년유니온의 입장이다.

다음은 김민수 청년유니온 위원장의 불합격자 탈락사유 고지에 대한 찬성 입장이다.'

▲김민수 청년유니온 위원장

사회 구성원이 처해 있는 환경이 바뀔 때마다 정책과 제도는 그에 맞춰 변하기 마련이다. 채용 과정에서 탈락사유 고지 등을 의무화한 '채용절차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은 과거에는 보호할 필요가 없었으나 시대적 상황이 바뀌어 약자가 된 계층이 등장했을 때 제도가 어떻게 반응해야 하는 지 보여주는 대단히 좋은 사례다.

과거에는 구직 기간이 길지 않았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거나, 대학교를 졸업하면 바로 취업하는 게 당연했다. 취업준비 기간에 대한 제도적 보호장치가 필요 없던 시절이다. 하지만, 1997년 외환위기가 터지고 나서 청년들의 일자리 문제가 심각해졌다. 청년들이 갈 수 있는 '좋은 일자리'는 점점 줄어들었다. 좋은 일자리를 얻으려고 대학 졸업을 유예하면서 취업준비생 신분으로 살아가고 있다. 취업준비 기간이 요즘처럼 길어진 것은 이전에는 없던, 굉장히 예외적인 상황이다. 첫 직장을 얻는 데도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리고, 그 과정에서 부당한 상황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청년을 제도적으로 보호해줄 필요성이 이제는 대두했다.

여기서 말하는 부당한 상황으로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기업과 구직자 사이의 정보격차 문제가 가장 대표적이다. 기업은 모든 것을 알지만, 구직자는 아무것도 모르는 상황. 채용만 놓고 봤을 때 구직자는 기업이 어떤 결정을 하느냐에 따라 삶의 질이 결정되는 '을(乙)'의 위치에 있다. 앞으로 일하게 될 기업이 과연 자신과 맞을지, 필요한 만큼의 임금이 지급되는지, 몇 명이나 뽑을지 정보가 전혀 없으니 구직자는 불안하기 마련이다. 자신이 어떤 이유에서 입사에 실패한 것인지 알 수 없으니 박탈감까지 느낄 수 있다.

채용은 권력관계가 작동하지 말아야 할 영역이다. 구직자로서 자신이 속하게 될 기업이 어떤 곳인지 아는 것은 일종의 권리다. 자신이 입사하려는 기업이 어떤 곳인지 아는 것은 당연히 요구할 수 있는 권리다. 제도적으로라도 안전장치를 만들어 구직자에게 '나에게도 알 권리가 있다'는 기준선을 만들어줘야 한다.

한국의 경제구조는 대기업을 정점으로 세팅돼 있기 때문에 구조적으로 약자가 생길 수밖에 없다. 이런 약자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사회에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필요하다. 하지만, 재계에서는 '그렇게 되면 기업 부담이 과도해져서 채용을 줄일 수밖에 없다.'는 식으로 협박한다. 구직자는 월급으로 얼마를 받게 될지, 무슨 일을 하게 될지 직장을 구하는 과정에서 꼭 필요한 정보를 요구하는 것이다. 탈락 사유를 설명해주는 것도 기업이 조금만 신경을 써준다면 충분히 실현 가능한 일이라고 본다.

롯데그룹처럼 자발적으로 나서서 탈락사유를 설명해주는 기업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채용 문화가 사회 전반으로 번질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법으로 강제하는 게 무조건 좋지는 않다. 탈락사유 고지를 권고할지, 의무화할지는 사회 구성원이 합의해 나가야 할 부분이다. 다만, 그동안 권고는 많이 해왔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인권위원회가 직무능력 외의 사적인 정보를 물어보지 말라고 하지만, 여전히 물어보고 있다. 사회의 요구가 있고 구직자들이 절실하게 반대하고 있지만, 권고만으로 기업의 자정작용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법으로라도 강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국회에서 관련 상임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치며 많은 논의가 이뤄질 것이다. 현재 시점에서는 법안의 각론은 수정될 수 있다고 본다. 다만, 그동안 보호받지 못하던 집단을 위한 새로운 제도적 장치가 등장하는 국면인 만큼 이 제도의 정신, 제도의 총론에 주목하는 게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