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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채용, 식당과 모텔에서 가장 많이 늘었다

비정규직 늘리면 청년 실업률 더 커질 수 있다.

현대자동차가 올해 창사이래 처음으로 1만 명이 넘는 대규모 신규 인력을 채용하기로 결정했다. 현대가 정부가 요구한 임금피크제 도입을 적극 고려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이미 임금피크제를 운영 중인 LG, 롯데, 포스코, GS 등 대기업 그룹도 채용 수요를 늘릴 것으로 보인다.

청년 취업자 수는 지난해부터 완만히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고 있었다. 15~29세 취업자 수는 2000년 488만 명에서 2013년 379만 명까지 빠르게 줄었지만 올해 7월 403만 명까지 늘어났다. 반면 2009년까지 80%를 유지하던 대학 진학률은 지난해 70%까지 낮아졌다. 대졸자 취업이 어려워지자 진학을 포기하고 바로 직장을 찾는 청년이 늘어난 것이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취업률이 낮아진 건 장기적 관점에서 생산활동 성과가 불명확해진 탓이다. 사업을 지속할 수 있을지 확신이 되지 않는 상황에선 단기적 성과를 중시하게 되고, 이에 따라 채용 인원에 대한 초기 비용 부담을 줄이게 된다. 결국 신규 채용 인원수와 직무 교육 프로그램 비중은 줄어들고 경력자를 채용할 유인은 높아진다.

주목할 점은 세계 금융위기가 끝난 2012년 이후에도 청년 실업이 계속 늘어났다는데 있다. 위기 직후인 2009년엔 경제성장률이 0%대로 떨어졌지만, 이후 빠르게 반등하며 2011년부턴 3%대 성장률을 회복하고 다시 4%대 성장세로 돌아갈 거란 기대가 컸다. 그러나 예상에 미치지 못하는 낮은 성장세가 지속되자 청년층에 대한 노동 수요는 본격적으로 축소되기 시작했다.

 

대기업이 신규채용을 늘리는 게 구직자에겐 희망으로 다가오겠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새로운 산업이나 비즈니스가 등장해 기존 산업을 대체하지 않은 상태에서 청년고용이 늘어나긴 힘들다. 기존 산업 구조에 의지하면 경험이 많은 근로자가 더 업무 능력이 높을 수밖에 없어 굳이 신규 인력을 채용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경험보단 창의성과 추진력이 무기가 되는 새로운 시장이 열려야 한다.

기존에 한국 경제를 이끌어왔던 전기전자, 철강, 화학, 자동차, 조선 사업 등은 생산증가율이 앚아지고 있으며 산업간 성장격차도 줄어들고 있다. 그러나 이를 대신해 우리 경제를 이끌어갈 산업은 마땅치 않다. 산업간 성장격차 감소는 신규 사업 기회가 크지 않았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런 상황에서 노동시장을 유연화시켜 청년 고용을 늘리겠다는 정부의 개혁안은 단순하게 받아들이기 힘든 면이 있다. 노동시장 경직성이 청년 취업난을 가중하는건  사실이다. LG경제연구원이 세계 주요 42개국을 대상으로 청년실업률 갭 (청년실업률 - 전체 실업률)과 고용유연성간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 음의 상관광계를 나타내는 것으로 확인했다.

하지만 노동시장 유연성이 근로자 집단 간 차별로 적용될 경우 오히려 청년층은 고용에서 배제될 위험이 있다. 이탈리아의 경우 청년층 계약직 비중이 큰 상태에서 재정위기로 경제상황이 악화되자 청년층 상당수가 해고당해 청년실업률 44.2%를 기록하는 최악의 청년취업난을 겪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고용환경 괴리현상이 심각한 한국 역시 통계만 생각하고 유연성을 늘릴 경우 조직력이 부족한 청년층이 집중적 충격을 맞을 우려가 있다.

 

현재 청년 노동자는 임금과 고용안정성에 있어 열세에 몰려있다. 15~29세 근로자 비정규직 비중은 2012년 31.6%에서 올 상반기 33.1%로 상승해 30~50대 근로자 비정규직 비중이 낮아진 것과 반대 행보를 보였다. 단기 아르바이트 종사자 수가 많아 계약기간이 1년 미만인 단기근로자 수도 크게 늘었다. 반면 청년층 근로자 평균 임금은 올해 3월 기준 174만 원으로 전체 평균 임금인 242만 원을 한참 밑돈다. 임금 하락폭이 심한 산업 역시 청년 고용이 집중돼 있는 음식 숙박 부문이다.

LG 경제연구원은 이러한 고용 환경이 장기적으로 청년 인력 자본을 손상시켜 국가경쟁력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했다. 청년이 일자리를 찾기 어려워질수록 전공과 적성을 살릴 기회를 잃게 되고 효율적 노동인력 배치도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연구원은 이를 청년기 실업 경험으로 평생 손실을 입게 되는 낙인효과(Scarring Effect)로 정의했다. 실업 경험이 금전적 빈곤 외 직무경험 습득 부족으로 인한 고용시장 차별을 경험케 한다는 것이다. 한국고용정보원의 대졸자 직업이동 경로조사 통계 분석 결과 대학 졸업 후 실업상태를 경험한 청년은 3년 후인 2013년 취업 확률이 73/9%로, 취업 경험이 있는 청년에 비해 17.3%나 뒤떨어졌다. 임금면에서도 월평균 수입이 50만원 가량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청년고용 비중이 빠르게 둔화된 사업 대부분은 연구개발이나 컨설팅, 엔지니어링 등 전문직종이었다. 보건복지, 금융, 교육도 청년 취업자 비중이 크게 줄어든 업종이다. 반면 청년 채용이 가장 집중된 부분은 음식숙박업이며 농림어업이나 도소매 부문도 상대적으로 청년고용 충격이 적었다. 직무에서도 단순노무 종사자나 판매종사자, 서비스 종사자 등 비전문적이며 단순노무 비중이 큰 부문에서 청년 고용이 안정적이었다. 젊은 층이 부가가치가 높은 지식을 습득하고 능력을 발휘할 기회가 점차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청년실업 증가, 고용의 질 저하, 전문직 일자리 축소, 근로의지 저하 등은 그동안 한국 경제 고성장의 근간이 되었던 우수한 노동력을 훼손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성장 저하가 청년고용 악화의 주 원인이지만 이는 다시 노동력의 질적 및 양적 손실을 가져와 잠재성장률이 떨어지는 악순환을 유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