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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도발 예비역 소집 문자, 예비군 총기난사, 세월호 및 메르스 관련 유언비어 등등.... SNS가 인생의 낭비 넘어 사회의 낭비가 되고 있다

SNS가 인생의 낭비를 넘어 사회의 낭비가 되고 있다. 온라인을 타고 급속히 퍼지는 유언비어 때문이다.

유언비어는 플랫폼을 가리지 않는다. 트위터, 페이스북은 물론 카카오톡이나 문자메시지 등 매우 개인적인 소통창구에까지 숨어 들어온다. 실소를 흘리게 할 정도로 허무맹랑한 찌라시도 있지만 간혹 진위를 판단하기 힘들 정도로 그럴듯한 거짓말이라 속절없이 믿어버리는 경우도 있다.

지난해 세월호 참사, 올해 예비군 총기난사 사건, 메르스 파동, 그리고 이번 북한의 대남도발까지 굵직한 사건은 물론이고, 정치인이 흘린 말 한마디까지 묻지도 않은 해석이 쏟아져 나올 정도로 유언비어 발생 빈도가 늘었다. 10년 전만 해도 온라인에서 유언비어를 접할 빈도가 지금처럼 크지 않았으나, SNS 사용 인구가 늘어나며 정보가 알아서 소비자에게 찾아오게 되었다.

물론 유언비어에 잘 휘둘리지 않는 사람도 있다. 유언비어가 섞인 글 특유의 논리적 부재와 선동적 어투, 사실 확인 단계에서 오는 불일치는 어쩔 수 없이 티가 나기에 어느 정도 진실과 구분이 가능하다. 하지만 전혀 지식이 없는 분야이거나 추가 정보를 얻지 못하는 상황에선 여지없이 유언비어를 믿게 된다.

가령 지난 20일 국방부를 사칭해 예비역을 소집 내용을 전파한 유언비어도 이미 군복무를 사람의 시각에서 보면 어설픈 면이 많았다. 철저히 보안을 지켜야 할 국방부가 동원령과 같은 중대한 사한을 문자메시지로 예고할 리도 없으며, 여성이나 제2국민역에 해당하는 자에 대한 통제도 없었다. 예비역엔 남성만 포함되는 것도 아니다. 전시 실무지 역시 군내 비밀이기에 온라인에 게시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런 사실을 잘 모르는 여성, 또는 일부 남성은 이 그럴듯한 메시지에 속아 불안해할 수밖에 없었다.

 

20일 유포된 군 예비역 소집 관련 유언비어
20일 유포된 군 예비역 소집 관련 유언비어

 

한성열 고려대 심리학과 교수는 지난해 세월호 침몰 관련 유언비어를 다룬 칼럼에서 유언비어 유포와 확산에 관한 인간의 심리적 기저를 설명했다.

인간은 객관적 사실보다 자신의 행동이나 감정에서 이유를 찾으려 하는 경향이 있으며, 만약 자신이 지각한 사실이 행동이나 감정에 적합하지 않다고 느끼면 더 정당한 이유를 만들어 행동이나 감정을 정당화하는 방어행위를 한다.

가령 근대 일본에서 평생 외국인을 본 적 없이 살아온 일본 여성이 외국인 노동자를 봤을 때 당혹감과 불안함을 느끼는 건 당연한 현상이다. 만약 그 외국인이 실제로 해코지를 하지 않는데도 불안한하다면, 감정적 합리화가 발생하지 않아 불편한 감정이 남은 거다. 이때 누군가에게서 그 외국인들이 일본 여성을 성폭행한다는 소문을 듣는다면 자신이 불안감을 느낀 이유를 유언비어에서 찾아 쉽게 믿어버린다. 무비판적 믿음으로 인해 심리적 불안감을 덜 수 있기 때문이다.

부정적 감정을 느끼는 사람이 그 이유를 알지 못하거나 감정을 합리화할 수 없는 경우 적극적으로 감정을 합리화할 이유를 찾게 되고, 그것을 다른 사람에게 알림으로써 마치 객관적 사실인 것처럼 느끼게 된다. 즉 유사한 불안감이 퍼져있는 상태에서 합당한 이유를 찾지 못하는 사람이 많으면 유언비어가 마치 객관적 사실인 것처럼 쉽게 퍼져나가는 것이다.

세월호 참사나 메르스 사태에서 알 수 있듯 정보가 통제된 재난 상황은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유언비어를 양산시킨다. 이런 상황에서 유언비어는 큰 호라의 단초가 될 수 있다. 중일전쟁은 일본군 병졸 한 명이 화잘실을 간 사이, 지휘관이 그가 중국군에납치당한 거라 착각해 사령부에 허위보고를 한 데서 시작했다. 실제 전쟁이 발발해 북한이 사이버 작전을 통한 심리 교란 행위까지 한다면 유언비어로 인한 재앙이 찾아올 수도 있다. 장난 삼아 할 일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