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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과도한 M&A 포식 '승자의 저주' 부르나..CJ헬로비전 유선부문 패착

[재경일보 박성민 기자] SK의 과도한 M&A 행보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CJ헬로비전에 이어 OCI머티리얼즈까지 이달에만 인수·합병이 두건이나 있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8월 경영으로 복귀한 가운데 그의 진두지휘 아래 이뤄지는 SK의 광폭 행보에 대해 재계는 이목을 집중하고 있으면서도 우려섞인 목소리를 내놓고 있다. SK는 현재 사업 영역을 넓히며 그룹의 성장 동력을 마련하고 있다. 그룹의 핵심사업인 반도체와 통신 사업 강화를 위해 두 개 회사 지분을 사는데 1조원을 투자했다.

특히 SK텔레콤은 지난 1일 자회사인 브로드밴드를 통해 5000억원(지분 30%)에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인 CJ헬로비전을 인수했다. IT서비스분야 역량 강화에 나선 것이다. CJ헬로비전 인수로 SK텔레콤은 KT에 이어 국내 유료방송 2위 업체로 단숨에 올라설 수 있게 됐다. SK텔레콤은 자회사인 SK브로드밴드와 CJ헬로비전의 합병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통신과 방송의 결합이다. 방송과 통신의 융합시대에 대한 대응을 위함이라고 SK텔레콤 측은 밝히고 있다. 그러나 현재 부정적 여론이 많은 상황이다.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에 대해 반대 움직임도 있다. 각종 사업 확대를 하고 있는 SK텔레콤을 시장지배자로 규정하는 것이다. 두 분야의 결합에 따른 시장 독과점 및 전이 현상이 심화될 것이란 주장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통신 쪽이 방송 쪽을 가져간 상황이기 때문이다.

의도 자체가 '경제 활성화'와 같은 뜻보단 당연히 시장 확대 측면이 강할 것이란 주장이 더 우세한 상황이다. 결국 경쟁사를 죽이고 업계를 장악하기 위한 의도라고 볼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때문에 "SK텔레콤의 과도한 M&A 포식에 따른 '승자의 저주'를 불러올 것"이란 주장도 나오고 있다. "과도하다"라는 건 SK텔레콤이 시장질서를 깨버렸기 때문이라는 주장인 것이다. 승자의 저주(winner's curs)란 실제의 가치보다 많은 돈을 주고 대상물을 구입하게 되거나 입찰에 필요한 가격보다 많은 가격을 주고 구입하게 되는 것을 말한다. 기업 인수에 성공했으나, 결과적으로 손해를 보는 경우인 것이다.

인수·합병에 대한 법적검토가 끝나더라도 여론의 반대가 심하면 미래부로부터의 인가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에 업계에서는 "기업결합 심사로 인수를 허가하지 말아야 한다"란 얘기도 나오고 있다. 인가신청서 접수는 이달 말로 예상되고 있다.

인수 발표이후 SK텔레콤의 주식은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JP모건과 노무라, 모건스탠리, 메릴린치 등이 인수에 부정적인 시각을 나타내고 있기도 하다. 인수 발표 이후 외국인들이 주식을 팔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합병으로 인해 유료방송 및 초고속인터넷의 경쟁 심화에 대한 우려인 것이다.

통신 3사 중 두곳인 KT와 LG유플러스는 '시장 질서'를 거론하며 SK텔레콤을 압박하고 있는 상황이다. SK텔레콤의 힘이 막강해지기 때문인 것이고, '대형화'에 대한 견제인 것이다.

독과점 부분에 대한 언급이 나오지 않을 순 없다는 것이 업계의 판단이다. SK텔레콤은 이동통신업계 1위 사업자이며 시장점유율이 50%에 달한다. 때문에 인수로 인한 방송통신 시장의 판도 변화는 당연한 것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시장과점에 따른 소비자의 후생 후퇴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고, 방송통신 관련 전문가들도 차후 방송공정성 침해를 우려하고 있다. 시장의 혼란과 방송의 공정성 후퇴로 소비자들이 피해를 입는 부분에 대한 우려다.

M&A가 성사되면 KT와 LG유플러스는 알뜰폰 시장에서 추가 성장할 수있는 기회가 막히기 때문에 반대하고 있기도 하다.

'결합상품'과 관련해 크게 문제시 되고 있다. 이동통신과 초고속인터넷, IPTV와 케이블 TV까지 아우르는 결합상품이 나오게 되면 '불공정 경쟁 심화'에 대한 논란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SK텔레콤의 이동통신 시장 지배력이 결합상품 판매를 통해 초고속 인터넷 시장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고 CJ헬로비전을 인수하면 이런 현상이 더욱 심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학계를 통해 나오고 있다.

때문에 현행 결합상품 심사 기준에 대한 문제제기 또한 나온다. 심사 기준이 이동통신 시장 지배력의 전이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주장이다. 강병민 경희대 교수는 "지배적 사업자의 결합상품 요금을 인가제로 유지하는 등 보완책을 내놓지 않으면 시장 전체가 피폐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와 관련해 25일 오후 '방송·통신 융합에 따른 제도 개선 토론회'가 열린다. 우상호·정호준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공동으로 개최하는 토론회다. 방송통신 산업간 상생 및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새로운 대안 모색이 취지다. 이동통신 3사(SKT·KT·LGU+)와 CJ헬로비전을 대표한 인사들 간의 토론 시간이 있다.

한편 SK텔레콤은 다음 달 1일 미래창조과학부에 CJ헬로비전 합병 건에 대한 인가신청을 진행할 예정이다. 현행법에 따르면 주식거래에 대한 계약이나 합의 체결후 30일 이내 해당 부처에 승인 신청해야 한다.

현재 최 회장은 또 다른 그룹의 핵심 사업인 에너지 분야에서도 행보를 계속하고 있다. 최 회장은 스페인과 사우디아라비아 등 해외 시장에서 에너지 분야 공장을 준공하며 본격적으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SK가 재도약의 계기를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으나, CJ헬로비전 인수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시장에서는 우려와 반감을 나타내고 있다"라며 "SK텔레콤은 시장질서를 깨고 있고 방송의 공정성 후퇴로 인해 소비자들은 결국 피해를 입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