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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前 사장의 금품 수수·뇌물공여..잡음 많은 KT&G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김석우 부장검사)는 민영진 KT&G 전 사장을 지난 18일 구속했다. 금품 수수와 뇌물공여 혐의였다. 민 전 사장은 협력업체들로부터 1억원대의 금품을 수수하고, 지난 2010년 KT&G의 청주 연초제조창 부지를 비싼 값에 팔기 위해 청주시 공무원에게 6억6000만원의 뇌물을 건넨 혐의를 받았다.

검찰이 청구한 영장에 대해 서울중앙지법은 구속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범죄혐의가 소명되고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도 인정된다"라며 발부했다.

민 전 사장은 재직 당시 자녀 결혼식 축의금 명목으로 협력업체에서 3000만원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외국의 담배 유통상으로부터 4000만원을 호가하는 스위스제 명품 시계 '파텍 필립' 2개를 받은 혐의도 있다.

또 직원들로부터도 수천만원 상당의 금품을 상납받는 등 사장 시절에 챙긴 금품 규모가 1억원이 넘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 같은 금품거래가 협력업체 지정 유지와 납품 편의 등의 대가였을 것으로 봤다.

민 전 사장은 검찰 조사에서 금품수수 등 대부분의 혐의를 부인했다. 축의금과 관련해서는 "액수가 커 다시 돌려줬다"라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아울러 청주 제조창 부지를 청주시에 비싸게 팔아넘기려 시청 공무원에게 6억원대의 뇌물을 건넨 혐의(뇌물공여)도 있다. 검찰에 따르면 민 전 사장은 당시 KT&G 임원 최모(61)·이모(54)씨와 부동산업체 N사 대표 강모(49)씨를 통해 청주시청 부동산 담당 공무원 이모(53)씨에게 뇌물을 건넨 것으로 알려졌다. 뇌물을 건넨 세 사람 가운데 최씨는 징역 1년의 실형을, 나머지는 집행유예를 선고받았고 돈을 받은 이씨도 대법원에서 징역 9년의 실형이 확정됐다.

검찰은 민 전 사장이 정관계 로비스트와 수사 무마 뒷거래를 한 정황도 포착했었다.

이런 가운데 '그린 미팅'이라는 얘기가 또 나왔다. 민 전 사장이 회사 공금을 마구 써제꼈다는 것이다. 이는 업무회의인데, 회의 장소는 '골프장'이었다. 민 전 사장은 회삿돈으로 임원들과 골프장에서 라운딩을 했다고 한다. 골프장에서의 회의다. 이것이 '그린 미팅'의 정체였다.

그린 미팅과 관련된 내용이 회사 서류에 50번 넘게 나온다고 한다. 이는 민 전 사장이 새로 도입한 회의 방식이다. 민 전 사장과 KT&G 임원진들은 수시로 골프장을 찾았다. 참석 대상은 주로 이사회 멤버였다. 라운딩 비용은 회당 적게는 100만원, 많게는 200만~300만원씩 지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비용은 당연히 회사가 부담했다.

이는 KT&G 비리, 민 전 사장 측이 조성한 20억원대 비자금의 사용처를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의 조사 과정에서 밝혀졌다. 이에 대해 KT&G 측은 "회사 업무의 일환"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방만 경영과 도덕적 해이를 보여주는 일이 아닐 수 없는 일이다. "업무의 연장이기에 회사 자금을 썼기에 문제될 것이 없다"라고 말하는 것이 바로 방만 경영을 한 것에 다름 아니다.

물론 회사 자금을 민 전 사장이 개인적으로 유용한 것은 아니지만, 도적적으로 비난 받을 일을 면할 수는 없는 것이다. 때문에 검찰은 민 전 사장에게 횡령 혐의 적용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 전 사장이 사의를 표명한건 지난 7월 29일이었다. 이날 열렸던 이사회에 참석한 민 전 사장은 사의를 밝혔다. 민 전 사장은 이명박 정부 시절인 지난 2010년 2월 KT&G 사장에 선임됐다. 이후 2013년 2월, 연임에 성공했다. 그런 가운데 이 시기 즈음, "회삿돈을 빼돌렸다"는 의혹을 받아 검찰의 수사를 받았다.

당시 검찰은 KT&G가 사업다각화 차원에서 2011년 소망화장품, 바이오벤처기업인 머젠스(현 KT&G 생명과학) 등을 잇달아 인수하고 운영하는 과정에서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재무적 흐름 등을 살폈다.

국세청도 지난 2013년 KT&G에 대한 기획(특별) 세무조사를 벌이기도 했다.

KT&G 출신인 민 전 사장과 관련해선 그동안 이명박 정부 실세 관련 기업에 일감을 몰아주고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이 제기 돼 왔었다. 이 전 대통령의 사촌 처남으로 저축은행 비리 사건으로 구속기소된 김재홍씨가 KT&G복지재단 이사장으로 일하기도 했다.

검찰 수사와 관련해서는 KT&G가 조사에 휩싸인 적은 이때가 처음은 아니다. 민 전 사장에 검찰 수사에 대해 "찍어내기 수사 아니냐"란 얘기도 있었지만, 민 전 사장이 행한 일들은 없는 일이 될 수 없는 것이고, 'KT&G'라는 기업 이름 또한 먹칠된 것은 어쩔 수 없는 사실이다.

KT&G는 시끄러운 잡음을 일으킬 때가 많아 왔다. 검찰 수사도 많았다. KT&G의 기업 이미지가 '많은 잡음을 일으키는 기업'이 되지 않길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