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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테르테, 반중여론 속 첫 방중일정 시작…'실리외교 시험대'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최근 '반미 친중' 행보를 거듭하는 가운데 18일 저녁 중국 베이징(北京)에 도착, 취임 후 첫 국빈 방중일정에 돌입했다고 외신들이 보도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이 반중 여론 우세한 국내여론이 있음에도 친중행보를 보이는 데에는 친미반중행보 속에서 필리핀 경제사정이 여의치 않기 때문이다. 남중국해 영유권을 두고 중국과 갈등하는 상황에서 두테르테의 방중행보가 주목되는 이유이다.

이례적인 比대통령 방중…中, 최고 예우로 관계 증진 노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초청으로 중국을 찾은 두테르테 대통령은 이날부터 21일까지 3박4일간 머물면서 시 주석과 정상회담을 비롯한 주요 일정을 소화한다. 이번 방중은 중국의 최대 현안인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를 해결하는 데 중요한 발판이 되고 필리핀과 미국의 관계를 더 벌어지게 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두테르테 대통령이 취임 후 중국을 찾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회원국을 제외한 외국을 찾은 것도 처음이다.

두테르테는 방중에 맞춰 신화통신과 가진 인터뷰에서 "중국만이 우리를 도울 수 있다"며 중국과의 경제협력에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필리핀의 마약소탕전을 비판해 온 미국과 달리 "중국은 단 한 번도 비판하지 않았다"며 "그들은 우리를 조용히 도왔다"며 감사를 표시하기도 했다.

두 정상은 오는 20일로 예상되는 정상회담에서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를 비롯한 주요 양자현안과 함께 양국관계의 개선 발전 방안과 기초시설(인프라) 건설을 비롯한 경제협력 방안을 중점적으로 논의할 예정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중국은 두테르테 대통령의 방중에 맞춰 필리핀과 영유권 분쟁 중인 남중국해 스카보러 암초(Scarborough Shoal·중국명 황옌다오<黃巖島>, 필리핀명 바조데마신록)에 필리핀 어선의 접근을 조건부로 허용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양국 정상은 무역 및 투자를 비롯한 각종 협력문건도 체결할 예정이라고 외신들은 전했다.

중국은 시 주석 외에도 권력 서열 2∼3위인 리커창(李克强) 총리와 장더장(張德江)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과 별도회동도 마련함으로써 외국 정상에게 할 수 있는 최고의 예우를 준비했다.

두테르테 대통령

두테르테 친중행보 "개인적 반감아닌 필리핀 경제위한 행보일 것"

두테르테 대통령이 반미친중행보를 보이는 데에는 미국에 대한 개인적 반감보다는 철저한 실용주의에 따라 '반미 친중'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과 손잡고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군사적 패권 확장을 저지하는 것보다, 중국과의 경제협력 확대 등 관계개선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익이 훨씬 크다고 판단한다는 것이다.

필리핀 정부는 중국으로부터 30억 달러(3조4천억 원) 이상의 투자를 유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저유가와 세계경기 둔화로 해외파견노동자와 외항선원의 실직이 잇따르고, 수출이 17개월 연속 감소하는 등 어려움에 부닥친 필리핀 경제 역시 두테르테 대통령의 친중 행보에 배경이 됐을 것으로 보인다.

이날부터 나흘간 일정으로 중국을 방문하는 두테르테 대통령은 필리핀 주요 기업인 400여 명을 동행시켰으며, 대선 핵심 공약 중 하나인 필리핀 고속철도 건설 사업에 중국 기업을 참여시키는 방안을 중국 정부와 논의할 것으로 전해졌다.

필리핀 국민 55% "중국 못 믿어" 여론조사 나와

필리핀 여론은 두테르테 대통령이 기존 정권의 친미중국견제정책과 등지는 친중행보 가운데서도 여전히 중국에 호의적이지 않다. 여전히 미국을 중국보다 훨씬 신뢰할 수 있는 국가로 보고 있다.

18일 인콰이어러 등 필리핀 언론에 따르면 현지 여론조사업체 SWS는 지난달 24일부터 27일까지 필리핀 전국 성인 남녀 1천200명을 대상으로 미국과 중국, 일본, 대만, 호주, 네덜란드, 노르웨이 등 7개국에 대한 국민 신뢰도 조사를 실시했다.

조사결과 응답자의 55%는 중국을 '거의 믿지 않는다'고 말했다. 중국을 '매우 신뢰한다'고 답한 응답자는 22%에 불과했고, 19%는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반면, 미국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76%가 '매우 신뢰한다'고 답해 조사대상 7개국 중 가장 높은 신뢰도를 나타냈다. 이러한 결과는 미국에 대한 불신을 거듭 드러내며 중국, 러시아와 관계개선을 추진해 온 두테르테 대통령의 최근 행보와 상반되는 것이다.

SWS 관계자는 "중국에 대한 필리핀 국민의 신뢰도는 2010년 이후 계속 내리막길을 걸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