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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 노리는 中, 두테르테와 정상회담하는 시진핑 의도 주목

초법적 법 집행과 반미행보를 보인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20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사주석과 중국 베이징에서 정상회담을 가진다. 강력한 법 집행으로 명성이 높은 그가 영유권 분쟁을 겪고 있는 중국에서 당당하게 설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두테르테-시진핑 베이징서 정상회담

20일 일본 지지(時事) 통신에 따르면 두테르테 대통령은 전날 밤 베이징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상회담 때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를 의제로 삼기로 양측이 일치를 보았다고 말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시 주석과 지역 안전보장에 관해서도 의견을 나눌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두테르테 대통령은 남중국해 문제 등에 대해 "양측이 합의할 수 없는 부분이 확실히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 해도 다른 날 다시 얘기할 수 있다"고 강조, 남중국해 문제에서 합의에 이르지 않아도 대중 협력을 중시할 자세를 분명히 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시 주석이 남중국해 문제를 거론할 경우에는 필리핀의 입장을 자세히 설명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두테르테 대통령은 "나는 손님이기 때문에 기다리는 것이 동양의 미덕이다. 함부로 말해 (중국 측의)호의를 무시하는 짓은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두테르테 대통령의 정상회담 발언에 관심이 쏠리는 것은 그의 실리적인 외교 노선이다. 전임 아키노 대통령 시절 중국과의 남중국해 분쟁을 국제상설재판소에 제소하는 등 반중노선을 유지했지만, 두테르테가 취임한 뒤 상황이 180도 바뀌었다.

中 필리핀-美 벌어진 틈 놓치지 않을 태세

중국은 두테르테 대통령의 반미 행보를 두고 우방인 미국과 본격적으로 거리 두기 행보를 하는 두테르테 대통령의 방중을 작게는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에서의 유리한 고지 확보의 기회로 활용하고, 크게는 필리핀과 미국 관계를 떼어놓고 필리핀의 친(親)중국화를 통해 아시아·태평양에서의 영향력 확대를 이룰 수 있는 '호재'로 활용하려는 기색이 역력하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그의 방중에 대해 "역사적 방문이며 중국-필리핀 관계의 새로운 시작점이 될 것"으로 본다.

또한 최고지도자인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에 이어 권력서열 2·3위인 리커창(李克强) 총리, 장더장(張德江)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도 별도로 두테르테 대통령과 회동한다. 중국에서 권력서열 1∼3위가 한 외국 정상을 각각 따로 만나는 경우는 흔치 않다.

중국은 필리핀에 도움이 되는 각종 지원방안도 준비하고 있다. 우선 양국간 영유권 분쟁의 부딪히는 남중국해 스카보러 암초(Scarborough Shoal, 중국명 황옌다오, 필리핀명 바조데마신록)에 대해 필리핀 어선의 접근을 조건부로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경제적 지원방안도 마련중이다. 중국 상무부는 18일 브리핑에서 "필리핀과의 경제무역 협력 강화를 위한 방안을 적극적으로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필리핀의 주요 수출품인 과일의 수입규모 확대해주겠다는 의도다.

중국이 주도하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을 통해 필리핀에 차관을 제공할 것이란 중국 언론매체들의 보도도 나온다.

유가와 세계경기 둔화로 해외파견노동자와 외항선원의 실직이 잇따르고, 수출이 17개월 연속 감소하는 등 어려움에 부닥친 필리핀 경제에 중국의 지원을 돌파구 삼으려는 두테르테의 행동은 자연스레 중국에 대한 친근감 표시로 이어질 수 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베이징에서 가진 기자회견서 시 주석과 정상회담에서 남중국해 문제 논의 여부에 대해 "시 주석이 직접 이 문제를 꺼내는 것을 기다려야 한다"며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보다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우선시하겠다는 뜻을 피력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을 인정하지 않은 채 필리핀에 유리한 결정을 내린 상설중재재판소(PCA)의 판결에 대해 '종이 한 장'이라며 (논의의) 후순위여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