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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본심 드러내게한 위안부자료와 소녀상

일본 외무성은 올해 유네스코 분담금 38억5천만 엔(약 418억4천796만원)과 캄보디아 앙코르와트 수복비 등 임의 거출금 5억5천만 엔(약 59억7천828만원)을 아직 내지 않았다. 일본 정부는 통상 4∼5월 예산안 확정 후 유네스코 분담금을 내왔다. 이는 한국, 중국, 일본, 네덜란드 등의 시민단체가 일본군 위안부 관련 자료를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해달라고 신청한 가운데 등재를 막기 위해 압력을 가하는 행위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일본 정부의 분담금 부담 비율은 약 9.6%로 미국(약 22%)에 이어 세계 2위다. 하지만 유네스코가 팔레스타인을 정식 회원국으로 인정한데 대해 반발한 미국이 분담금 지급을 중단하였기 때문에 일본이 현재 유네스코 최대 재정 기여국이다. 일본이 이같은 위치를 이용해 유네스코를 압박함으로써 위안부 자료등재를 막음과 동시에 세계기록유산 제도를 바꾸려는 행동을 보이려 한다.

일본 정부가 세계기록유산 손보기에 나선 것은 지난해 10월 난징(南京)대학살 관련 자료가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된 것부터다. 난징 대학살은 1937년 중일 전쟁 발발 이후 일본 군이 중화민국 수도 난징에서 6주간 벌인 대학살이다. 그해 12월 13일 시작해 다음 해 봄에 학살이 종료되었다. 이로 인해 약 30만 명의 중국인들이 학살되었다.

일본에서는 난징사건으로 축소해 온 상황에서 대학살에 대한 자료가 세곅록유산으로 등재되자 " 이해당사자인 자국이 반론할 기회가 없었고 검증되지 않은 자료가 등재되는 등 세계기록유산제도가 정치적으로 이용됐다"고 반발했다. 이때부터 일본은 유네스코 분담금을 내지 않았다. 그러면서 세계기록유산 심사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라고 유네스코에 반복해 요구했다.

현재도 일본 정부는 이미 등재된 난징대학살 관련 자료에도 계속 문제를 제기하며 유네스코를 압박하고 있는데 위안부 문제를 다룬 자료가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가 시도되자 난징대학살과 위안부라는 자국의 불리한 자료 등재를 막기위한 총공세를 펼치는 중이다.

소녀상에 대한 일본의 총공세도 이어지는 중이다. 앞서 유럽최초의 소녀상을 독일 프라이부르크에 추진해온 경기 수원시와 수원 시민들의 시도가 지난 9월 무산된 바 있다. 프라이부르크시는 수원시의 자매도시다. 수원시는 "독일 프라이부르크시에서 평화의 소녀상 설치를 반대하는 일본측의 반대로 설치가 어렵게 됐다는 공식 서한문을 받았다"고 밝혔다. 실제로 프라이부르크시는 평화의 소녀상 건립 추진 소식이 알려진 지난 9월 5일 이후 27년간 자매 결연을 맺은 일본 마쓰야마시와 일본 정부, 일본 우익의 조직적 방해와 압박을 받아온 것으로 알려다.

경기 화성시가 2014년 10월 자매도시인 캐나다 버나비시에 건립을 추진 중인 평화의 소녀상은 현지 일본인들의 거센 반대로 중단된 상태다. 화성시와 버나비시가 소녀상 건립 양해각서까지 체결했으나, 현지 일본인들을 중심으로 소녀상 건립 반대 서명서를 시에 제출하는 등 조직적인 반대운동을 벌이며 버나비시를 압박한 결과다.

지난 8월 6일 호주에서는 처음으로 시드니 한인 밀집지 인근의 애시필드 연합교회(목사 빌 크루스) 앞마당에 평화의 소녀상이 자리를 잡았다. 소녀상은 원래 한인회관 내에 약 1년 정도 잠정적으로 자리 잡고 있다가 교회의 조경 작업이 끝난 뒤 옮겨질 예정이었으나 훼손 등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할 것으로 우려돼 전격적으로 교회로 옮겨졌다. 일본 민간단체를 표방한 '호주-일본 커뮤니티 네트워크(AJCN)'가 한인회관에 소녀상을 세우면 인종차별 반대법에 따라 소송할 것이라고 위협했기 때문이다. 이 단체는 또 소녀상 제막식이 한인회관 앞마당에서 열리면 '폭력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고 협박하는 등 끊임없이 어깃장을 놨다.

지난 2014년 2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글렌데일시가 세운 평화의 소녀상에 대해 "연방정부만이 가진 외교권한을 침해한 것으로 헌법위반"이라며 소송을 제기했다가 패소한 바 있다. 이들은 지난해 9월 평화의 소녀상 철거를 위한 소송을 제기하면서 "소녀상 건립으로 일본 아이들이 차별을 받고 있으며, 혐오범죄가 우려된다"는 유언비어까지 퍼뜨린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남쪽 한인 밀집지인 풀러턴시에 평화의 소녀상을 건립하려던 한인사회는 일본의 방해공작으로 눈물을 삼켜야 했다. 당시 미국-일본간 밀월 분위기 속에서 일본 LA총영사가 풀러턴시장을 직접 찾아와 반대의사를 전달한 것이 결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하기도 했다.

지난 22일 세워진 중국 상하이사범대 원위안(文苑)루에 세워진 중국내 최초의 소녀상에 대해서도 일본 정부는 이 동상이 한ㆍ중ㆍ일 관계에 새로운 불씨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해 정보 수집 및 분석을 서두르고 있다고 산케이신문은 보도했다.

프랑스 파리에 있는 유네스코 본부 [AP=연합뉴스 자료사진]

일본 정부는 난징대학살에 이어 소녀상과 관련한 위안부의 세계기록유산등재시도에 이번에는 가만히 있지 않겠다는 의도를 보인다. 일본 정부는 여러 나라와 연관된 자료가 세계기록유산 등재 심사대상이 됐을 경우엔 심사과정에서 해당 국가의 입장을 청취토록 관련 제도를 바꾼다는 방침을 밝히고 있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무상은 20일 참의원 외교방위위원회에 출석, 유네스코가 내년 4월 집행위원회에서 세계기록유산 관련 제도개혁 방안이 심의될 예정이라며 "(기록유산 등재 여부를 판단하는) 내년도 심사는 새로운 제도 하에 이뤄지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해 (심사제도 수정을)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같은 일본 정부의 행보에 일본 내에서도 반대여론이 나오고 있다. 아사히(朝日)신문은 일본 정부가 올해 유네스코 분담금 38억5천만 엔(약422억원)을 내지 않고 있는 것에 관해 17일 사설에서 "힘으로주장을 관철하려는 것이라면 너무 절도가 없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마쓰우라 고이치로(松浦晃一郞) 전 유네스코 사무총장은 "일본의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 분담금 지급을 늦추고 있다면 치졸한 것"이라며 "지급이 지연되면 유네스코 사업 전체에 영향을 주게 된다"고 지적했다.

한편 한중일 등 8개 나라의 시민단체들은 일본 정부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지난 5월 위안부 관련 자료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신청해놓은 상태다.

이에 다카하시 시로(高橋史朗) 메이세이(明星)대 특별교수는 위안부 자료의 유산 등재를 막겠다며 유네스코에 내달 반론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시로 교수는 '역사인식문제연구회' 회장을 맡아왔다. 연구회는 니시오카 쓰토무(西岡力) 도쿄 기독교대 교수 등 보수계 인물로 구성되었으며 위안부 자료뿐 아니라 중국 난징대학살 자료 등을 검증해 적극적인 대외활동을 펼치겠다고 밝혀 유네스코 등재를 견제할 것으로 보인다.

유네스코는 내년 초부터 위안부 자료에 대한 심사에 돌입해 이르면 내년 여름쯤 국제자문위원회(IAC) 회의를 통해 세계기록유산 등재 여부를 최종 결정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