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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에 모욕당한 경험이 부른 두테르테의 反美

두테르테의 디바오 시장 당시 美에 모욕당한 경험으로 걷는 반미노선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국제 무대에서 화제다. 필리핀의 도널드 트럼프라고 불릴 정도로 거침없는 막말을 쏟아내기 때문.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25일 일본 도쿄(東京)에 도착해 미국에 또다시 돌직구를 날리며 3일간의 일정을 시작했다.

26일 마이니치신문, 지지통신 보도에 따르면 두테르테 대통령은 도쿄(東京)도내 호텔에서 재일 필리핀 교민 약 1200명이 참석한 간담회에서 "미국은 정말 불량배들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본에 대해서는 "일본은 우리나라 최대의 지원자다"라며 "나쁘게 이야기할 것은 하나도 없다"라며 사의를 표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에는 2002년 5월 미국인 남성 마이클 메이링은 투숙했던 필리핀 남부 민다나오섬 다바오시 소재 호텔에서 발생한 폭발사건 때문이다. 당시 두테르테 대통령은 다바오시장을 재직하며 '메이링 사건'으로 불리는 이 사건 과정에서 미 연방수사국(FBI) 배지를 단 인물이 나타나 폭발로 두 다리를 다쳐 병원에 입원 중이던 메이링을 데리고 가버렸다고 설명한다.

특히 FBI 배지를 단 이 인물은 필리핀 측엔 "메이링을 마닐라의 병원으로 옮기겠다"고 얘기해놓고는 국외로 내보냈다고 한다. 이 시기 다바오시장을 맡았던 두테르테 대통령은 이후 미국 대사관 등을 통해 해명을 요구했지만 미국 측에선 어떤 응답도 없었다고 한다.

이와 관련 두테르테 대통령은 "미국은 자기들 주권이 침해되면 전쟁까지 벌이지만 우리에겐 사과 한 마디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두테르테는 25일 일본 방문에 앞서 마닐라 공항에서도 기자단에게 "이 땅에서 필리핀 군인을 제외하고 어떤 군대도 더는 보지 않기를 기대한다"라며 미국을 겨냥한 발언을 했다. 그는 또 이 자리에서 미국이 필리핀을 '목줄을 맨 개'처럼 다뤄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필리핀은 2014년 미국과 방위협력확대협정(EDCA)을 맺고, 남중국해에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미군의 필리핀 주둔을 허용했는데, 두테르테 대통령은 이에 반감을 표한 것이다.

그는 지난주 중국 방문 기간 동안에는 미국과의 '결별'을 선언하기도 했지만. 이후 단교 논란이 확산하자 외교정책의 분리를 말한 것은 아니라며 한 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한편으로는 중국과 일본 등으로부터 지원을 받고 있는 그의 계산적인 행보라는 분석도 나온다.

두테르테 정부는 필리핀의 시장성을 볼 때 미국 기업들이 쉽사리 떠나기 어려워서 국민이 일자리를 잃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라고 ABS-CBN 방송은 전했다.

올해 상반기 필리핀 경제는 6.9%의 고속 성장을 했다. 필리핀 정부는 올해 연간 성장률을 목표치 6∼7%보다 높은 6.5∼7.5%로 예상하고 있다.

때문에 미국 기업들이 이런 시장에서 철수, 중국 등 다른 나라에 내주지는 않을 것이며 두테르테 대통령도 이를 계산해 강경 발언을 쏟아낸다는 분석도 나온다.

앞서 두테르테 대통령은 최근 중국 방문 때 150억 달러의 투자, 90억 달러의 차관 제공 등 총 240억 달러(27조1천680억 원) 규모의 경제협력을 약속받았다. 또한 25일부터 사흘간 두테르테 대통령의 방일 기간에 일본으로부터 15억 달러(1조6천980억 원) 규모의 경제협력 약속을 기대하고 있다. 이를 통해 약 20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구상을 가지고 있다.

한편 코트라 마닐라무역관에 따르면 미국은 필리핀의 최대 외국인 투자자로, 지난해 투자액이 7억3천만 달러(8천264억 원)를 기록해 2위 투자국 일본의 약 2배에 달했다. 2015년 필리핀의 수출액 586억 달러(66조3천352억 원) 가운데 미국 시장 비중이 15%로 일본(21.2%)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