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션

[칼럼] 낮아지는 국민, 우울한 겨울

경제지수로 보면 1인당 국민소득이 3만불 달성을 앞두고 있다고 볼 때 우리니라는 중진국에 속한다. 그러나 소득계층별 인식조사를 보면 우리나라 국민들은 자신을 하층에 속한다고 보는 사람들이 많다. 지난해는 이런 사람들이 38%였는데 올해는 45%로 증가되었다. 줄잡아 거의 과반수의 국민들이 자신을 하층서민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주관적 인식이 반드시 객관적 생활수준과 일치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스스로 하층서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행복을 느끼기는 쉽지 않다. 상류층에 속하지는 않지만 자신이 중산층에는 속한다고 할 때 나름대로 심리적 안정과 행복을 찾기 쉽다. 경제성장에 따라 고용조건이 좋아지고 소득이 증가하면 중산층이 늘게 된다. 그런데 근래 우리나라는 경제의 침체국면이 지속됨에 따라 이런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

중산층이 적고 하층서민에 속한다고 인식하는 사람이 많아지는 또 하나의 요인은 높은 소득격차라고 할 수 있다. 저소득계층의 중요한 소득의 주요원천은 임금이다. 우리나라는 임금격차가 유난히 높다. 4인 이하 사업장의 시간당 임금은 8,126원인데 비하여 300인 이상 대기업의 시간당 임금은 2만 657원이다. 월 보수가 200만원이 되지 않는 근로자가 48%정도임에 비하여 월 보수 1천 만 원을 넘는 전문직도 상당수 존재 한다. 주택의 경우도 2억원 이하의 주택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 반면에 1채 수십억원을 호가하는 아파트에 사는 부유층도 없지 아니하다.

이런 상황에서 경제활력이 떨어지고 경제성장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니 신분의 상승이동기회도 많지 않다. 젊은 세대는 지금은 가난해도 앞으로 신분이 상승할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일하면서 살아간다. 그런데 근래는 30대의 57.1%가 앞으로 계층의 상승이동이 불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10년 전인 2006년만 하더라도 이런 부정적 사고에 젖어있는 젊은이들은 30.2%에 지나지 않았다. 제조업취업자는 올해 13.5% 감소한 반면에 계약직, 파트타이머 등 비정규직취업자의 비율은 점차 증가하고 있다. 이런 고용구조의 악화도 근로자들이 중산층으로 이동할 수 있는 기회를 막고 있는 요인의 하나이다.

날로 추위가 심해지는 초겨울에 ‘행복한 사회’를 내세우며 출발한 박근혜정부의 지난날이 한낱 부질없는 꿈이었음을 자각하게 된다. 행복은커녕 헬 조선만 아니었으면 좋겠다는 젊은이들의 애처로운 독백 속에 한국의 우울한 겨울은 점차 깊어져가고 있다.

<김영종 동국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