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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해운업 구조조정의 빛과 그늘

기업이 위기에 처하면 생존전략의 하나로 구조조정을 하게 된다. 경쟁력이 약화되어 매출이 줄어들고 영업손실이 증가하면 감원 등의 방법을 통하여 악화된 재정구조를 개선하고 경영의 정상회귀를 도모하고자 하는 것이다.

구조조정은 기업이 자율적으로 시도할 수도 있지만 정부에 의하여 타의적으로 이루어지기도 한다. 후자의 경우 대개 정부의 공적 자금이 투입되거나 재정적 지원을 필요로 하는 기업들이 해당된다. 한진해운은 8월 31일 법정관리대상으로 지정되어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그러나 몇 달을 넘기지 못하고 12월 13일 사망선고를 받고 말았다. 삼일회계법인이 서울중앙지법파산6부에 한진해운을 살리는 것 보다 죽이는 게 경제적이라고 하는 실사보고서를 제출한 것이다.
해운업구조조정차원에서 정부가 결정한 한진해운의 법정관리에 따른 그늘은 너무나 짙고 충격적이다. 지난 5월 한진해운의 물동량은 61만3,364TEU였으나 12월에는 불과 6만 2,223TEU에 지나지 않았다. 세계8위에서 세계24위로 급격히 떨어진 것이다. 정부는 구조조정으로 한진해운이 어려워질 경우 “한진해운의 우량자산을 현대상선이 인수하도록 하겠다”고 하였으나 실제는 다른 기업으로 넘어가고, 현대상선의 물동량은 지난 5월 40만 8823TEU에서 12월 45만5,859TEU로 약간 증가한데 그쳤다. 이렇게 본다면 해운업구조조정은 국가적차원에서 볼 때 고용감소나 경제적 손해로 볼 때 일단 실패라고 규정할 수밖에 없다.

연구기관에서는 현대상선과 한진해운 중 하나를 구조조정대상으로 삼아야 한다면 현대상선을 정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하였다. 이런 권고와 반대되는 정부측 구조조정결정으로 인하여 우리나라는 해운6대강국에서 변방의 나라로 추락하고 말았다. 이제 유일한 국적선사가 된 현대상선은 앞으로 3년간 대형선의 건조가 어렵다고 한다. 그렇다면 침몰하고 있는 해운한국의 위상을 회복하기는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한진해운의 구조조정을 두고 정책결정에 이해가 가지 않는 구석이 있다는 루머가 나돌고 있다. 평창동계올림픽 공사장과 관련하여 최순실씨가 부탁한 것을 조양호회장이 들어주지 않아 그 반대급부로 한진해운이 정부의 구조조정대상이 되었다는 추측이 돌기도 했던 것이다. 한진해운 구조조정으로 인하여 발생한 국제적 물류대란을 생각하면 합리성이 낮은 정부의 구조조정이 드리운 그늘은 생각보다 넓고 짙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정부가 구조조정과 같은 중요한 정책을 결정할 때는 빛은 최대한 많이 비치고 그늘은 최소화하는 선택을 하는 지혜가 절실히 필요한 때이다.

<김영종 동국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