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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정유라 특혜와 교육자의 양심

청문회에서 정유라특혜사건에 대하여 진술하는 최경희전총장과 입학처장을 비롯한 관련교수들의 말들을 듣고 있자니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억제하기 어렵고 한심하기 이를 데 없었다. 그들에게서는 한결같이 130년 전통명문학교인 이대 교수로서의 품위와 책임을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이들은 객관적 자료를 토대로 공정한 자세에서 실시한 교육부의 감사결과까지 전면 부인하였다.

교육부는 “총장이 정유라를 뽑으라고 했다는 입학처장의 말을 들은 교직원 진술을 확보했다”고 하는데도 총장과 입학처장은 그런 말을 한 적도 전달한 적도 없다고 발뺌을 하고 있는 것이다. 강제수사권이 없는 청문회의 성격을 알고 있기에 쵀대한 발뺌을 하고 보자는 것으로 보인다. 이대와 최순실의 연결고리로 추정되고 있는 김전 학장도 입시지원과 학점특혜에 대하여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이들은 교육자로서의 양심을 지키는 것보다 자신의 면책이 훨씬 소중한 것으로 보인다. 지금 현재로서는 이화여대의 전통과 명예, 제자들의 미래와 바른 교육보다 오로지 자신이 불법행위에 대한 처벌을 받지 않도록 하려는 이기주의가 눈앞을 가리고 있다.

이들이 지은 죄는 이대지원을 하려다 낙방한 학생과 좋은 학점을 따려고 가슴졸이며 공부하는 학생들, 그리고 130년의 전통과 명예를 실추당한 이대의 재학생과 동창생들에 한정되지 않는다. 잠을 한 시간이라도 줄여 공부를 해서 자신이 원하는 대학에 가려고 하는 전국의 입시생과 돈이 없어 과외 등 특별학습을 하지도 못하고 묵묵히 혼자서 입시준비를 하는 성실한 학생, 나아가 가정경제 때문에 아예 대학의 문을 두드려 보지도 못하고 산업현장으로 나서야하는 가난한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씻지 못할 죄를 지은 것이다.

이를 생각한다면 교육자로서의 책임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잘못한 행위에 대하여는 솔직하게 고백하고 진실을 밝혀 앞으로는 이런 일이 대학 내에서 재발되지 않도록 협조하지 않으면 안 된다. 당장은 진실규명으로 인한 제제가 두렵겠지만 길게 보면 지금까지 교육자로서 살아온 자신의 위신을 살리고, 이화여대와 우리나라 대학교육의 발전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될 수 있게 하는 길이다.

<김영종 동국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