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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경칼럼] 결혼기피현상과 저출산 국가대책

우리나라는 대표적 저출산 국가에 속한다. OECD국가들 중에서 출산율이 가장 낮으며, 학령인구는 계속 감소추세를 나타나고 있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크게는 결혼적령세대들의 심리적 특성과 사회경제적 환경의 변화에서 찾아 볼 수 있다.

2,30대 청년들의 의식조사결과에 의하면 결혼을 꼭 해야 한다는 사람들의 비율은 그다지 높지 못하다. 반면에 시간이 흐를수록 결혼은 해도 되고 안 해도 된다는 생각을 지닌 젊은이들의 숫자는 점차 늘어나고 있다. 그러다 보니 30대 젊은이들 중 결혼을 하지 않은 사람은 너무나 많다. 자녀를 한 두 명 둔 부모들의 경우 자녀가 30대 후반인데도 불구하고 미혼상태에 있는 사람들이 비일비재하다.

젊은이들의 이와 같은 결혼기피인식은 다분히 우리나라 특유의 사회경제적 조건과 깊은 관련성을 지니고 있다. “혼자 사는 것이 좋아서”라는 사람들은 적은 반면에 다수의 사람들이 “안정된 직장을 잡지 못해서”, “결혼 후 주거를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 “자녀를 양육할 자신이 없어서” 등이 제때 결혼하지 못하는 젊은이들의 지배적 인식이다. 이런 사회경제적 애로는 국가의 정책적 지원이 필요한 사항들이다. 고용정책, 주거대책, 양육지원프로그램을 개선하여 젊은 사람들이 결혼 후 생활에 대하여 불안을 느끼지 않도록 해주어야 한다.

이런 요인과 별도로 안정된 직장도 있고, 튼튼한 부모의 배경도 있는데 결혼하지 못한 젊은이들도 적지 않다. 이들은 직장생활에 워낙 쫒기다 보니 적당한 배우자를 찾지 못하고 적령기를 넘기는 경우가 많다. 이들을 위해서는 충분한 결혼정보와 만남의 자리를 찾아주는 것이 중요하다. 강남역 부근에 위치한 닥스결혼정보회사 하지원 대표는 결혼을 원하는 사람들에 관한 정보를 토대로 “VR가상현실을 통한 남녀 미팅과 매칭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운영하고 있는데, 상당한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하며, 결혼적령부모간담회 자리도 마련하여 주고 있다고 한다. 정부는 정보화사회에서 미혼과 만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이런 프로그램이 활성화되도록 적절한 지원대책을 마련하는 것도 시간이 없어 배우자를 만나지 못하는 젊은이의 결혼을 촉진하는 유용한 방안의 하나가 될 수 있다.

결혼 후 출산기피도 한국의 인구축소를 가져올 수 있는 사회적 문제의 하나가 되고 있다. “아들 딸 구별 말고 둘만 나아 잘 기르자”라는 구호는 인구억제정책의 잘 알려진 홍보구호였다. 이제 둘 낳는 가정보다 하나만 낳고 마는 가정이 늘고 있다. “아들딸 구별 말고 둘은 낳아 잘 기르자”는 정책구호를 실현하기 위한 정부의 지원대책이 절실하다. 육아지원제도보강, 교욱비지원, 주거비지원제도 등이 모양 갖추기식 형식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실효성 있는 정책마련이 요망된다. 한나라에서 인구수는 수요와 공급의 양 측면에서 중요한 자원이다. 우리 경제가 안정적 성장을 지속하기 위하여서는 거시경제적 차원에서 출산의 기피현상과 저출산대책을 적극적으로 마련해야 할 시점이다.

<김영종 동국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