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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스위스 다보스로부터 온 소식

오늘은 세계 정상들이 참여하는 다보스포럼이 열리는 날이다. 중국정상인 시진핑을 비롯한 세계의 정상들이 40여명, 대기업의 최고경영자 및 유명한 영화배우 등 유력인사들이 무려 1,200여명이 다보스를 방문한다. 이 포럼이 유명하게 된 것은 단지 참석자들의 지위가 높고 참여자의 수가 방대하기 때문만은 아니며 이 포럼에서 발표되는 아젠다와 내용들이 정부의 주요정책 지침이 되고 기업경영의 나침반이 되기 때문이다.

이번 다보스포럼에서는 연례총회직전에 포럼의 방향을 제시하는 ‘세계위험보고서’를 발표하였다. 이 보고서에서는 경제적 불평등, 사회양극화, 환경위험 등 세 가지가 향후 10년 동안 지구촌을 위협할 것이라고 전망하였다.

이 중에서 부의 집중에 따른 사회양극화는 선후진국을 막론하고 보편화되고 있으며 부의 편재현상은 자본주의 국가뿐만 아니라 사회주의 국가들에서도 예외가 아닌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 포럼의 보고서에 따르면 1988년~2011년 세계 최하위계층 10%의 소득이 매년 1인당 3달러 증가하는 동안에 최상위 10%의 소득은 1만1천800달러씩 불어났다. 그리고 세계 최고의 갑부8명의 재산은 소득하위기준 50%인 36억 명의 소득과 맞먹는다고 한다. 평등을 최고의 정치이념으로 하는 중국조차 상위 1%의 재산은 중국 전 재산의 3분의 1을 차지한다고 한다.

이와 같은 부의 편재현상과 경제적 불평등은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옥스팜에 다르면 우리나라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을 비롯한 최고부자 16명이 가진 자산이 하위30%의 국민들 전체가 가진 자산과 비슷하다고 한다. 그 동안 우리나라에서는 경제성장과정에 나타난 경제적 불평등을 시정하기 위하여 ‘경제민주화’라고 하는 구호가 자주 등장하고 있지만 정작 부의 평준화를 위한 정책이 효과적으로 집행된 적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이번 대선에서도 명칭을 어떻게 부치던 틀림없이 사회양극화를 해소하고자 하는 정책이 선거공약의 하나로 등장은 할 것이다. 왜냐 하면 우리나라는 근래 장기적 경기침체로 인하여 중산층의 살림살이가 상당히 어려워지고 있으며 자신을 상대적 빈곤층이라고 인식하고 있는 사람들이 상당히 존재하고 있기 때문에 대선후보자들은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이들의 표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다보스포럼의 정치경제적 의의가 결코 적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우리의 정치경제계에서 이에 대한 관심과 정치적 반영의지는 그리 높지 못한 것 같다. 다보스포럼 참여자만 하더라도 우리나라는 22명으로 중국의 4분의 1수준에 지나지 않고, 전경련이 매년 세계경제포럼에서 주최하는 ‘한국인의 밤’행사도 금년에는 취소되었다. 이는 대통령이 탄핵소추로 권한이 정지되어 있고, 박대통령과 재벌총수들이 특검의 수사대상에 올라있는 실정과 무관하지 않다.

대통령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정치인들의 얘기에도 중심은 정치개혁, 재벌개혁, 사회개혁 등 다분히 추상적인 아젠다가 중심을 이루고 있으며, 구체적인 소득평준화, 양극화 해소를 위한 정책은 잘 찾아보기 어렵다. 실현가능하고 실효성 있는 정책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박근혜정부의 대선공약이었던 경제민주화는 당선과 더불어 실종되어 버렸으며 따라서 사회경제적 불평등현상은 여전히 심각한 상태로 남아 있다.

따라서 이번 대선에서는 다보스에서 온 메시지가 소리 없는 메아리로 그치게 하여서는 안된다. 사회경제적 불평등 완화는 구호에만 그치는 선거공약이 아니라 부의 편재현상을 시정하고 빈곤을 퇴치하는 효과적 정책으로 반영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영종 동국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