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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김영란법의 빛과 그늘

부정부패가 없는 깨끗한 사회를 만들기 위하여 지난해부터 제정 시행되고 있는 김영란법, 즉 부정청탁 및 금품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면서, 그 법적 효과와 역기능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말하자면 법 시행에 따라 사회가 맑고 투명해지는 효과가 있는가 하면 소비위축과 영세사업자 및 서민가계의 피해가 동시에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김영란법의 이러한 빛과 그늘은 법제정에 관한 논란이 있을 때부터 어느 정도 예측된 것이다. 청탁문화가 만연하고 부정부패가 일상적인 우리나라의 실정을 고려하면 다소 그늘이 생겼지만 법 시행은 원칙적으로 잘 된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다만 시행령에서 규정된 구체적 제한이 현실적 적용과정에서 다소 문제를 노출시키고 있다는 지적들은 적지 않다.

이른바 3.5.10의 원칙, 다시 말해서 식사 3만원, 선물 5만원, 경조사 10만원의 한계규정을 그대로 시행하다보니 음식점 및 주류판매점의 경기가 상당히 위축되고, 선물과 경조사에 대한 한계도 구체적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적용하다 보니 우리나라의 오래된 관습과 윤리에 적합하지 않는 경우가 발생하여 전통적 미풍양속이나 아름다운 관행까지 준수할 수 없어 세상살이가 너무 빡빡하게 돌아가는 느낌을 떨칠 수 없다는 것이다.

더욱이 우리나라 경제가 저성장과 장기침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김영란법을 시행함으로써 좋지 않은 경기를 더 악화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는 여론이 없지 않다. 말하자면 시행시기도 적절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이런 분위기에 따라 정부와 새누리당은 지난 17일 김영란법의 시행령을 개정하여 법규의 현실적합성을 좀 높이도록 하는 데 합의했고, 국민권익위원회도 3.5.10의 한도원칙이 절대 불변의 진리가 아님을 발표하였다. 이는 시행령의 한도규정을 어느 정도 수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청정사회를 유지하기 위한 법의 목적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현실적합성과 구체적 타당성을 높이는 것이 그리 쉬운 것은 아니다. 원칙을 준수하여 청정사회를 조성한다는 것과 예외를 인정하거나 한도를 올려 현실적합성을 제고하는 것은 서로 대립되는 관계에 있어서 기술적 절충점을 찾는 다는 것이 그리 쉽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어려운 정책변경이나 제도수정을 할 때 그러하듯이 논란의 여지를 안고 있는 김영란법 시행령 개정을 할 때도 충분한 국민의 여론 수렴과 전문가들의 진지한 토의를 바탕으로 작업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김영종 동국대 명예교수>